2005년 06월 04일
장정일의 [삼국지] 완독.
+ [삼국지] 초심자의 넋두리 한 토막
[스타워즈]가 없던 시절의 옛 사람들의 환타지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톨킨의 세계관은 그의 문장으로도 대변되는 거대한 중간계의 상상력이 있었지만, 그를 그림으로 표현한 John Howe와 Ted Nasmith 등의 공로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민담과 전설, 신화가 뒤엉킨 이 서구 신화의 근대적 버전이 저쪽의 형편이라면 아무래도 우리에겐 거대한 중화민족의 역사와 그 역사를 담은 소설과 숱한 이야기들이 버티고 있다.
[서유기]와 [봉신연의] [수호지] 등이 컨버전을 위해 애니메이션 등에 변용되었듯 [삼국지] 또한 무한한 소스였다. 이 글을 쓰는 본인에게도 극장개봉을 위한 이 나라의 '특선만화' [삼국지]가 있었고, 국민학교 시절 명절 때 MBC가 보여준 걸출한 그림체의 방영 애니메이션이 있었고, 얼마전 우리 시대의 거인인 고우영이 남긴 [삼국지] 또한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나같이 이제서야 [삼국지]를 텍스트로 접한 인간들을 부끄럽게 만들기 충분하게도 [창천항로] 같은 '쉬우나' '왜곡된' [삼국지] 이형본이 존재하고, 코에이의 [삼국지] 게임은 숱한 등장인물의 외형을 쉬이 각인시켜 버린다. 그것의 진의를 묻기 전에 이미지에 함몰된 나의 비극적인 삼국지.
아무튼 부끄러운 일이다. 이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역사 소재' 소설을 이제서야 접하다니. 그것도 가장 걸출하다는 정비석 선생의 [삼국지]가 아니라, 제법 보기 좋은 폰트와 [십자군 이야기]로 이제 좀 이름이 알려지는 김태권의 일러스트가 함께한 장정일본으로 말이다. 하긴 그것조차도 '장정일'이라는 이름에 대한 내 특유의 호의가 아니었음 [삼국지] 독서는 수년 뒤로 미뤄졌을 터였다. 언젠가는 읽어야지..읽어야지 맘 먹던 [삼국지]는 장정일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했다.
다 읽는 후의 감상이랄까.. 글쎄, 내 인생 처음의 [삼국지]라 다른 작가들의 판본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다만 서문에 의욕적으로 밝혔던 '다른 삼국지'의 모습이라기 보기에는 역시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짐작만이 가능하다. 초반에 작가 자신이 의욕적으로 선보인 황건'족'이 아닌 황건'군'의 [황건기의]라는 출사표는 이어서 여포 같은 야수 캐릭터(?)를 광포하지만 인간적 갈등과 여림을 안고 있는 입체감 있는 서술로 선보이기에 이른다.
이어지는 숱한 등장인물들의 모사와 모략, 그리고 전투 중의 전략... 그리고 굉장히 공 들인 테가 나는 제갈량의 기적적인 등장까지, 꽤나 흡입력이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이야기의 물결을 휘어잡기엔 뭔가 부족함이 있었을까, 역시 전투와 전투로 계속 얼룩지는 서술과 진행은 조금 지치게 만드는 듯도 했다. 전투도 좋지만 역시 나는 [삼국지]에서 '인간'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었나보다. 분량이 워낙 방대한만치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아 그들에게 일일이 입체감을 부여하기엔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종잡기 힘든 그들의 균형 감각의 붕괴가 아쉽기도 했지만, 그 가운데 드러나는 인간적 결점이 인상적이었다.
자기의 뜻에 맞는 이의 혀에 약하며, 자기의 뜻에 어긋나는 혀는 도려내고 싶은 소위 그 '호걸'들의 얄팍한 속내라니. 그래서 군대와 군대가 부딪히는 장면 보다 인간과 인간이 부딪힐때 삼국지는 재미있었다. 10권까지 재미나게 읽었던 것은 마지막까지도 강유와 등애라는 대립항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초보 삼국지 독자는 촉한정통론자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보 같은 어린 시절의 기억 덕에 여전히 관우와 장비가 전장에서 쓰러질때 속상했고 유선이 내시의 혀에 놀아날때 안타까워 했다.(장정일에 의하면 [삼국지]는 내시의 혀에 망한 한고조와 촉의 멸망이 닮아있어 이를 두고 수미상관의 구조를 띄고 있는게 아닌가 인물 소개에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내 [삼국지] 독서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인 듯 싶다. 읽는 동안 분명 수많은 인물들의 드라마를 그냥 스치고 지나갔을 터이다. 읽는 동안 분명 수많은 후일담과 속사정들을 놓쳤을 것이다. 다음 [삼국지] 독서에는 그것들을 제대로 다시 만나고 싶다.

[서유기]와 [봉신연의] [수호지] 등이 컨버전을 위해 애니메이션 등에 변용되었듯 [삼국지] 또한 무한한 소스였다. 이 글을 쓰는 본인에게도 극장개봉을 위한 이 나라의 '특선만화' [삼국지]가 있었고, 국민학교 시절 명절 때 MBC가 보여준 걸출한 그림체의 방영 애니메이션이 있었고, 얼마전 우리 시대의 거인인 고우영이 남긴 [삼국지] 또한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나같이 이제서야 [삼국지]를 텍스트로 접한 인간들을 부끄럽게 만들기 충분하게도 [창천항로] 같은 '쉬우나' '왜곡된' [삼국지] 이형본이 존재하고, 코에이의 [삼국지] 게임은 숱한 등장인물의 외형을 쉬이 각인시켜 버린다. 그것의 진의를 묻기 전에 이미지에 함몰된 나의 비극적인 삼국지.
아무튼 부끄러운 일이다. 이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역사 소재' 소설을 이제서야 접하다니. 그것도 가장 걸출하다는 정비석 선생의 [삼국지]가 아니라, 제법 보기 좋은 폰트와 [십자군 이야기]로 이제 좀 이름이 알려지는 김태권의 일러스트가 함께한 장정일본으로 말이다. 하긴 그것조차도 '장정일'이라는 이름에 대한 내 특유의 호의가 아니었음 [삼국지] 독서는 수년 뒤로 미뤄졌을 터였다. 언젠가는 읽어야지..읽어야지 맘 먹던 [삼국지]는 장정일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했다.
다 읽는 후의 감상이랄까.. 글쎄, 내 인생 처음의 [삼국지]라 다른 작가들의 판본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다만 서문에 의욕적으로 밝혔던 '다른 삼국지'의 모습이라기 보기에는 역시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짐작만이 가능하다. 초반에 작가 자신이 의욕적으로 선보인 황건'족'이 아닌 황건'군'의 [황건기의]라는 출사표는 이어서 여포 같은 야수 캐릭터(?)를 광포하지만 인간적 갈등과 여림을 안고 있는 입체감 있는 서술로 선보이기에 이른다.
이어지는 숱한 등장인물들의 모사와 모략, 그리고 전투 중의 전략... 그리고 굉장히 공 들인 테가 나는 제갈량의 기적적인 등장까지, 꽤나 흡입력이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이야기의 물결을 휘어잡기엔 뭔가 부족함이 있었을까, 역시 전투와 전투로 계속 얼룩지는 서술과 진행은 조금 지치게 만드는 듯도 했다. 전투도 좋지만 역시 나는 [삼국지]에서 '인간'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었나보다. 분량이 워낙 방대한만치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아 그들에게 일일이 입체감을 부여하기엔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종잡기 힘든 그들의 균형 감각의 붕괴가 아쉽기도 했지만, 그 가운데 드러나는 인간적 결점이 인상적이었다.
자기의 뜻에 맞는 이의 혀에 약하며, 자기의 뜻에 어긋나는 혀는 도려내고 싶은 소위 그 '호걸'들의 얄팍한 속내라니. 그래서 군대와 군대가 부딪히는 장면 보다 인간과 인간이 부딪힐때 삼국지는 재미있었다. 10권까지 재미나게 읽었던 것은 마지막까지도 강유와 등애라는 대립항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초보 삼국지 독자는 촉한정통론자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보 같은 어린 시절의 기억 덕에 여전히 관우와 장비가 전장에서 쓰러질때 속상했고 유선이 내시의 혀에 놀아날때 안타까워 했다.(장정일에 의하면 [삼국지]는 내시의 혀에 망한 한고조와 촉의 멸망이 닮아있어 이를 두고 수미상관의 구조를 띄고 있는게 아닌가 인물 소개에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내 [삼국지] 독서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인 듯 싶다. 읽는 동안 분명 수많은 인물들의 드라마를 그냥 스치고 지나갔을 터이다. 읽는 동안 분명 수많은 후일담과 속사정들을 놓쳤을 것이다. 다음 [삼국지] 독서에는 그것들을 제대로 다시 만나고 싶다.
# by | 2005/06/04 21:42 | [집히는대로 책담 | 트랙백(1) | 덧글(12)















제목 : 월탄 박종화 선생의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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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선생의 작품도 좋고/
삼국지도 한번은 다시 읽어야 할 책인데...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게 됩니다;
과연 언제쯤...(에휴)
그럼 저에게 넘겨주시와요..ㅋㅋ
전...2권까지 있으니..
택배로 부처주삼~~~~ㅋㅋㅋㅋㅋ
게다가 촉한을 좀 지지하는 저로서는 삼국지의 결말은 언제나 아쉽습니다.
역시 어릴적에 봐서 그런지 이문열판이 더 기억에 오래 남더군요.
삼국지하면.. 역시 촉이겠습니다만...
어디서 본 '한명만 얻어도 천하를 얻는다는 와룡과 봉추를 둘 다 얻어놓고도 천하를 얻지 못 한 무능한 유씨의 이야기'라는게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군요^^;;
하늘빛마야님 / 아무래도 세상에 접해야할게 많으니까요 :)
미저리님 / 황석영본도 욕심이 나더군요+_+
영원제타님 / 꾸엑; 무서워요.
끄레님 / 저도 잼나요... 여포의 원초적인 야만성이 기억나네요.
요로이시군 / 책과 음반은 절대로=_=;;
하수처리님 / 소설가로써의 장정일을 처음 만났죠 :)
[햄버거..] 시집은 과내 사무실에 있었는데, 몰래 훔쳐올 것을(...)
마삭희님 / 저도 언제나 생각만...카흑;;
jamf님 / 사마 집안의 승리지요;;
魔神皇帝님 / 저도 그 유씨에 대해선 참 안타깝고도 화가 납니다=_=;
구름공장장님 / 누구나 언제나 연구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