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9월 12일
[콘텐더] : 주먹의 숭고함과 명예에 관한 이야기.

[주먹이 운다]에서 두 남자는 자신들의 한 때를 내건 운명의 한방을,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그 30대 여자는 승승장구의 인생역전의 연방을,
그렇게 날리다가 퉁퉁 부은 얼굴로 왈칵.
[콘텐더]에서 나오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실베스터 스탤론과
슈가 레이 레너드지만, 실은 진짜 주인공은 16명의 복서들이다.
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며, 한 집안의 손자이기도 하며, 세상에 던져진
그저 한 명인 그들이 쫓는 것은 최종 목표인 백만 달러지만 그렇게
주먹을 오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쫓는 것은 달라진다.
시저스 팰리스의 수많은 관객들이 지켜보는 결승 무대까지 올라가기
위해 그들은 프로복싱이 처음인 아마든, 그동안 쌓은 경력에 대한 회의에
의해 모든 것을 엎고 온 프로든 공평하게 8 : 8이라는 대립 구도 안에서
하나씩 토너먼트로 밟고 올라 간다. 그 와중에 누구는 탈락해서 아연하며,
누구는 이죽거리는 미소를 짓다 동료들의 시선도 외면해야 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외양에 갇힌 몇가지 장치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현실에 못쟎은 이들의 생존논리는 실제로 어떤 복서의 자살로 시청자들의
눈물을 뜻하지 않게 낳게 만들고... 죽음 앞의 숙연함 이후 어쨌거나
챔프는 한명 탄생하게 된다.
처음엔 백만 달러였지만, 그들은 자신이 휘두르는 주먹과 자신의
뜨뜻한 뒷통수를 지켜보는 시선과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이 자신이 진정
쫓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인식하게 한다.
그것은 승리만이 자신을 입증하는 유일한 장치임을.
여기에는 자본도, 각본도 끼여들 틈이 없다. 뜨거운 심장과 인간의 피는
조절하기 힘든 인간됨의 아이러니를 낳지만, 이내 복서는 냉정해진다.
나는 이겨야 한다. 내가 패자가 될때 나의 아내와 나의 어머니와
나의 딸은 나를 용서해주고 안아주겠지만, 나만큼은 나를 용납할 수 없을거다.
[콘텐더]는 주먹의 숭고함과 명예에 관한 16명 남자들의 시대착오적인 책무감으로
가득찬 이야기다. 그 책무감에 의해 [콘텐더]는 감동이 된다.
# by | 2005/09/12 22:01 | + Contender Ready!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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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서는 안 나온답니다 ;ㅁ;
메피스토님 / 순수함 좋네요 :)
DEVI님 / 안 나오는게 많군요;
정WORRY님 / 와...멋진 지적이세요+_+) 갑자기 영화 [알리]도 떠오르네요.
윤동군 / 아..저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에요. 복서를 소재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