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있는 동안 들은 앨범들.

집안 사람들이 다 갈라지고 동생이 큰댁에 맡겨져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교실에서 하교 안하고 남아서 엄마 보고프다고 울었던 그 초등학교 1년생이
어느덧 군대 갈 때가 되었군요. 전 그때나 지금이나 한 가족 안에서의
장남으로서나 사회 안에서의 구성원으로서나 성장을 제대로 못한 듯 해요.

의정부 306 보충대, 뭐 다 아시겠죠. 매주 화요일이면 붐비는 곳에 한번 가지
싶습니다. 날씨가 일교차가 갈수록 심해지는게 심상찮군요. 쓰기 싫은 표현은
내 핏줄과 관계가 있을땐 가차없이 사용하게 되는군요 : 2년 동안 깡다구로!

동생의 입대를 핑계로 제가 군 생활한 2년 2개월 동안 관계한 앨범들을
떠올려 봅니다. 음..뭐랄까. 이거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주제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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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테푸
(CD)-씨뒤

서태지와 아이들-시대유감(MC)
군 입대 1월 25일, 2.3일 전에 사람 답답하게시리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 기자 회견을 가졌지요. 충성심을 가지고 몇년 간 팬을 한 입장에서 이런 해체의 방식은 처음 본지라 뭔가 새된 기분(...) 오죽하면 훈련소에서 교관이 잠시 사회 소식에 대한 답변을 해준다던 휴식 시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의 이유가 뭐랍니까?'라는 질문을 했을까요? 당시 교관의 답변이 걸작. 어디 스포츠 신문에서 본 '조폭 연관설' 등을 거론해서 하필이면 더욱 마음은 싱숭생숭.

아무튼 100일 해체 풀리고, 첫 휴가니 뭐니 잡던 시절에 운이 좋아 먼저 외박을 나간 한달 후임병에게 부탁을 해서 사달라고 했던 테이프입니다. 내용물은 다 아시다시피 '시대유감' 가사 버전과 베스트 앨범에 넣기에 어정쩡했던 트랙들을 모은 앨범. 전상일 시각공작단의 간명한 작업이 뭔가 쓸쓸함을 배가 시켰던 묘한 아이템이지요.

신해철-정글스토리(MC)
인사/군수계 행정실에 있던 [주간조선](군대 답군!)에 실린 기사를 보고 발매 소식을 접한 앨범이었죠. 신해철이 트롯 작업을 해도 그 앨범은 산다!주의인 인간이라(...) 영화 본편 같은건 볼 생각도 않고(사실 볼 도리도 없잖습니까) 덜컥 샀더랬죠.

야간 경계 근무 마치고 선임병들 깰라 내무실 오디오로 가장 최소음의 볼륨으로 바짝 대고 들은 '절망에 관하여'... 눈물 흘렸을까요? 눈물 흘리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신해철 관련 앨범 중 가장 초절정의 사진 보정 기술의 승리를 보여주는(..먼산)

넥스트-[N.EX.T is Alive](MC)
첫 휴가 나가기 힘들군요. 첫 휴가 이전 첫 외박에서 산 물건입니다. 넥스트의 '세계' 앨범 발매 후 벌인 일련의 라이브를 한 앨범에 정리한, 그래서 트랙 수는 별로 없습니다. 제가 듣는 앨범이라길래 흥미를 느낀 사촌형과 사촌형수가 카오디오에서 틀어보자 한 앨범이죠. 저는 극구 말렸습니다만....

...다 때려부쉬어~ 사운드로 만든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부터 첫 포문을 여는 앨범, 플레이 시작 후 15분여 동안 자동차 안의 세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패닉-밑(MC)
드디어 첫 휴가! 구 서울역에 있던 음반 매장에서 산 앨범이었죠. 제대로 충격 받은 멋진 앨범이었습니다. 이우일이 그린 속지의 그림에서부터 아주 작정을 하고 이런 넘버들만 만든 듯한 이적의 실험 감행. mama에서 제대로 미친 김진표의 랩핑까지... 최고였습니다. 삐삐밴드와의 협연도 일품이었고, '달팽이' 때문에 재수 없는 인간들 목록에 한동안 있었던 팀이었는데 정말 [밑] 앨범만큼은 90년대 말 가요 앨범 중 최고랄까요.

2년 뒤 나온 마지막 앨범 [Sea Within]은....(한숨)

메틀리카-[Load](MC)
메틀리카의 급선회한 방향 전환이라고 난리법석이었던 앨범이죠. 역시 첫 휴가 때 산 앨범. 들어보고 별 감흥 없음으로, 지금도 특별한 애정은 없는 앨범입니다. 이런 변화야 뭐 예상이 가능했던거고, 각 넘버들은 80년대 당시 넘버들보다는 러닝타임상 짧은 편인데 어째 더 지루한지는 도무지 수수께끼.

아마도 그 정점은 [St. Anger](또 한숨)

스매싱 펌킨스-[Mellon Collie & The Infinite Sadness](CD)
사회 있을 때도 명성만 듣고 못 들은 앨범이었는데, 어떤 녀석이 구해다 준 수입 앨범으로 입수. 감동의 도가니였었죠. 그들 다운 부클릿과 결정적으로 2장의 앨범이 가져다준 사운드의 환희는 지금 상기해도 전율. 이런 음악을 듣다보면 내가 있는 곳이 군 내무실이라는 것이 심히 저주스러울 때가 있었죠.

이승환-[Cycle](MC)
작전 장교와 함께 외근 나갔을 때 사들고 온 앨범. 나중에 휴가 나가보니 입체 커버로 화려한 면모를 자랑하더군요; 너무나도 당연하겠지만 [Cycle]은 [the HUMAN] 앨범의 2편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좀 당혹스러웠죠.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발라드 넘버 보다는 정말 이승환이 하고픈 시도로 가득한! 아무튼 초반엔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린 앨범.(사실은 몇년이 걸림;)

프로디지-[The Fat Of The Land](CD)
군 내무실 오디오가 카세트 플레이어가 재생이 안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한동안 테이프가 아닌 CD를 구매해야 했습니다. 덕분에 안면식도 없었던 어떤 팀도 명성만 듣고 구매. 이 앨범의 진가는 사회에 갔을 때야 체감했습니다. 음, 사고 들을 당시는 미묘하다는 감정만...

넥스트-[Here I Stand For You](CD)
군대가 아무리 대중문화의 총아인 TV를 벗삼아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결정적인 정보와는 차단이 되는 곳인지라... 예비군 칼빈 총기류를 1,000 숫자의 단위로 벅벅 닦던 어느 작업의 날(...) 넥스트 신보가 발매 되었다는 소식을 지지직 하는 라디오에서 들었답니다. 그리하여 해당 주말 외박 나가는 후임병에게 돈을 넉넉하게 쥐어주며 사오라고 했더랬죠.

그리고 일요일 저녁 녀석의 복귀. 어랏? 거스름돈을 주는 것입니다. 요즘 앨범이 그리도 싸게 나오는가 했었는데...

...싱.글.앨.범이라니.

감동적인 선율의 파워 발라드, 좋긴 한데 같이 수록된 '아리랑'도 좀 미묘하고 부클릿은 전상일 시각공작단 작품 중 단연 최악=_=;

넥스트-[The First Fan Service : R.U Ready?](CD)
상병 휴가 때 구매. 넥스트라는 이름만 나오면 이미 판단력은 흐려집니다. '세계' 앨범 후 라이브 앨범만 두개 발매하는 그 초유의 괴이한 발상은 신해철이니까 용서해준다는(한숨...)

넥스트-[Lazenca(A Space Rock Opera)](CD)
지난 포스트 참조. 사단병원에서 어렵사리 구하고 눈물 서리게 바라보니 그날 저녁 연예프로에서 해체 인터뷰 하네(그 기분 상상이 가시는지요)

그 외에 제가 산 앨범은 아닌데 내무반 녀석들 중 음악 취향이 부합하는 아해들과 즐겁게 들은 앨범들은...

듀스-[DEUX Forever] : 청춘의 이름
디제이 디오씨-[삐걱삐걱] : 옆집 아저씨와 밥을 먹었지~ 그 아저씨 내 젓가락질 보고 뭐라 그래;
S.E.S-[I'm Your Girl] : ...........;;;
양파-[알고 싶어요] : 군대 후반기, 의외로 괜찮았던 앨범.

이 외에 김건모, 클론, 쿨, 디바, 비비, 에쵸뤼 같은 팀을 저주하며 지내온 2년 2개월이었습니다. 그리고 침상 닦으며 본 이승환의 [빅쇼](그것도 하필 휘날레 '천일동안')의 인상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다는... 이상.

by 렉스 | 2005/10/24 10:51 | [집히는대로 앨범담 | 트랙백 | 덧글(15)

Commented by shuji at 2005/10/24 10:53
동생분이 군대가나봐요..
몸건강히 잘다녀오시길..^^

전 앨범이란걸 사본데..99년이후엔 없네요..
아..너무 삭막한 맘이라니.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5/10/24 11:01
넥스트 좋아하시는군요. 전 라젠카 관련해서 관심을 기울였던 것 정도라..
Commented by mrvertigo at 2005/10/24 11:46
내무반에 음악 좋아하는 친구들이 꽤 많았던 탓에, 이런 저런 노래들을 많이 접할 수 있던 기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핑클 2집. 식당을 가도, 이발소에 가도, 내무실에 들어와도 항상 울려퍼지던 때가 있었죠. 나도 모르는 사이 가사를 외우고 말았습니다.
Commented by nano at 2005/10/24 13:02
뭔가 할말이 있었는데 윗분이 너무 웃겨서 다 까먹었;; 핑클 2집 타이틀곡도 모르겠;
Commented by devi at 2005/10/24 13:10
저는 S.E.S를 좋아라 합니다 -0-;;
일본에서 발매된 1집을 듣고 오오~ 라도 탄성을 지른 기억이;;
Commented by 윤사장 at 2005/10/24 13:28
여기 등장한 앨범의 3분지 2이상을 들으면서 자랐는데...
어쩐지 추억이 뭉클뭉클- 올라오는군요. ^^
Commented by 글로리ㅡ3ㅢv at 2005/10/24 13:45
정글스토리 저도 가지고 있어요. 그거 들을 때는 집에 오디오조차 없는 자취생이였었군요. ㅠㅗㅠ 늦은밤 회사에 남아 불 다꺼놓고 음악을 듣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Commented by Nariel at 2005/10/24 15:32
공장장님 앨범.. 저도 저거 좋아해요 ^^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5/10/24 16:05
중간부터 CD로 변한 것이 의미심장하군요.
제가 있던 곳은 아직도 테이프입니다;
Commented by 끄레워즈 at 2005/10/24 16:14
저 시절에는 서태지에 올인을 했었습니다[...]
Commented by 뽀스 at 2005/10/24 16:22
끼야~ 서태지와 아이들~ ㅋㅋㅋㅋ
흠.. 근데 전 군대있을때는 아니었다죠? ㅋㅋㅋ
Commented by 글곰 at 2005/10/24 20:07
패닉 2집. 감동적이지요. 저는 3집도 2집 못지 않게 좋아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3집이 2%쯤 더 좋아요.^^)
Commented by s373n at 2005/10/25 03:16
S.E.S 1집 정도가 어때서요..제가 최초로 산 앨범은 R.ef 1집(;)
Commented by 렉스 at 2005/10/26 09:09
슈지님 / 잘 입소하더군요^^ 중간에 친구도 만나서리.

시대유감님 / 저는 사단 병원에서 봤습니다. 첫회를 후후....
보고 난뒤에 미묘했죠=-=;

mrvertigo님 / 2집이 그거인가요. 이진이 "약속해줘~" 이러는거;

나노님 / 우후후

devi님 / 한류 1세대군요=_=;

윤사장님 / 전 한참 당시 군대에서 군장 돌며;

글로리ㅡ3ㅢv님 / 앗..그런 추억이. 전 첫 회사가 음악 사이트라서
음악은 원하는대로 들은 기억이 나네요 :)

Nariel님 / 헉..나리엘님이 이승환을+_+;

달바람님 / 군바리에겐 사치일 뿐입니다;

끄레님 / 나 홀로 있을 때조차 너를 본다는 설레임에~*

뽀스님 / 그..그랬겠죠?;

글곰님 / 왜 저는 3집에 정이 안 갈까요; 2집 보다 막 나가길 바랬던 듯.

s373n님 / 2집 [찬란한 사랑]도 대단했죠+_+;
Commented by 레이첼 at 2005/10/30 16:35
제가 '아직도' 듣는 앨범이 대다수라 조금 놀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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