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2월 04일
[투사부일체] : 속편으로 들이대다.

이젠 구역도 관리해야 하고 강남으로 확대도 해야 하고, 홍콩 비지니스 건으로 머리가 뻐근할 지경인데 마저 졸업할려면 교생실습도 해야 한단다. 그러길래 왜 교대를 갔대니. 무엇보다 형님은 "나는 네가 대학 졸업장을 따는걸 꼭 보고 싶어."라고 얌전하고 진중하고 뱉으시니 어쩔 수 없다.
깡패(조폭은 무슨) 계두식 이제 교생 선생 되다.
관객들을 웃기러 가자! 이런 간절한 투혼과 의욕이 담긴 포스터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신인 감독 김동원은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1편은 100분이 채 안된다.) 김동원은 한국 (코미디)영화의 속편이 밟아온 전철을 밟는데 그 방법론으로 반복법을 사용한다.
교생이 된 계두식은 여전히 지각생들의 질주에 몸을 섞으며 교문까지 뛰며, 교실에 들어서자 하는 첫 인사가 "식사는 하셨습니까?"다. 대가리(정운택)는 여전히 이마에 케찹 같은 핏줄기가 주루룩 흘러내리는데 제 머리가 제일 강한 줄 안다. 상두(정웅인)이 계두식이 다니는 여선생과 섬씽을 엮어내는 것은 당연지사다.
공교롭게 계두식이 이번에 실습은 나간 학교는 역시나 '교장의 뺨을 때리는 재단이사장 아들놈이 선생질을 하는' 비리사학이며, 그가 맡은 학급은 마침 '학교의 일진'(하하가 이 역을 맡았다)이 죽치고 있으며 '공부는 잘 하는데 가난한데다 요즘 고민이 많은' 긴 머리의 여고생(한효주)도 배치되어 있다.
설정은 이만하면 됐는데, 문제는 이 반복법에 있어서 그다지 효과적인 변주를 가미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그래서 유머는 늘어지고 코믹 연기로 마음껏 망가지는 그들의 일그러짐에 우리는 웃음을 부담스러움을 안으며 날릴 수 밖에 없다.
치명적인 것은 1편이 '어쨌거나' 상대 조직과 연계된 비리사학의 일면을 시간날 때마다 짚어주며, 그들을 물리치는 '깡패놈'들의 활약상을 그런갑다하며 볼 수 있었던 반면에 2편은 도무지 그러기 힘들다는 점이다. 문제의식은 같은데 뼈대가 굉장히 흐릿하다. 이유가 뭘까?
계두식이 맡은 학급, 즉 이 비리사학의 한 학급이 변화를 일으키는 동인을 만들 수 있는 캐릭터들의 포진이 빈약하기 그지 없다. 한효주는 자동차에 부딪혀 도로 위를 붕 나르고 이내 퇴장, 게다가 하하는 도대체 어떻게 마지막 싸움에 동참할 수 있었던걸까? 학급 쪽 스토리에 좀더 공을 쌓았다면 결과가 좋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영화는 깡패 녀석들의 에피소드에 상당시간을 할애한다. [넘버3]의 패러디라고 해얄지, 유치한 인용이라고 해얄지 모를 "독도/고구려는 우리땅" 에피소드는 그 당혹스러움의 극에 있다.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누적은 되는데 중후반부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철저한 공사는 되지 못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한 여학생의 나래이션으로 '두목과 선생님과 아버지는..' 운운하는 낭낭한 톤은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도 선사하지 못한다. 남은 건 한 깡패놈은 아무튼 강남 구역 챙겼고, 깡패놈의 형님 되는 인간은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해괴한 엔딩 크레딧. 이 영화의 또다른 엔딩을 볼려면 네이버 검색창에 '투사부일체'를 치면 된다는 발랄한 메시지가 좔좔 올라간다. 이리하여 설 연휴에 가장 보고 싶은 영화는? 투사부일체! 라는 조건반사식 마케팅으로 네이버와 공동으로 들이댄 깡패 영화는 찬란하게 막을 내린다. 후속편도 들이댈겨?

멋진 네이버 블로그는 설 보다 구정이라는 표현이 더 좋단다.
# by | 2006/02/04 11:02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 | 덧글(19)





네이버는 뭐...이미 타락했죠,하하;;
ㅡ,.ㅡ;;;
설이 올바른 표기 아니던가요?
포스터만큼은 정말 굿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주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되세요.
투사부일체 편하게 웃으며 잘봤었는데.... ㅋ
어차피 영화 후반에 가니 나름대로 무거워지려고 노력하던데 말이죠.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라.
그리고, 계두식은 아마도 교대가 아닌 사범대 출신일 겁니다. 교대는 초등교육이거든요.
제가 긁은 듯한 포스팅을 한 듯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
뽀스님 / 설이 올바른 표기 맞죠. 아직도 우리 마음 속에 깊이 남은 구정
antiwa님 / 미워하는 포털이라 더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
LINK님 / 안 좋은 예감은 언제나 잘 맞아서...으흑;
devi님 / 별로라는 평 보다 그 자체가 폭탄이라는 평이 더 늘길 바랍니다;
음반수집가님 / 감사합니^^
기린님 / 그런가요;
Mossipa님 / 투사부일체 같은 경우는 감독이 각본까지 맡은 경우라
정말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더군요;
새치마녀님 / '구'글이라서;
크리티커님 / 키노에 실린 옛 글인가.... 조폭 영화는 '그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내면화의 과정'이라고 하더군요. 아 무셔라;
나리엘님 / 우하하;
선거운동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공공의 적2의 말끔한 양복 악당의 모습마저도.
이십오님 / 불길한 예감은 맞는당께요;
People님 / 그러시군요. 뭐 투덜이의 영화보기 이렇게 보셔도 됩니다 :)
영원제타님 / 1편 보다 더 심해졌으니 뭐 더 할 말이;
나노님 / 1편 만든 분은 영화 속에 어떤 일관된 경향이 있죠=_=;
chrimhilt님 / 와...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제가 잘 몰랐네요^^;
네...저희 과도 사범대학은 아닌데 소수의 성적우수자들이 교직 이수가
가능하지요. 그런 선후배들은 한달 남짓한 시간 동안에 이런저런 평가도
받고 스트레스도 꽤 받더군요.
영화 속엔...당연히 없더군요. 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