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부일체] : 속편으로 들이대다.

그러니까... 계두식(정준호)의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언제는 고등학교 졸업장 없다고 패밀리들이 괄시하길래 힘겹게 졸업장 따냈더만, 이제는 패밀리들이 "대학물 먹고 다니고 좋냐?"라고 비아냥대기에 바쁘다.

이젠 구역도 관리해야 하고 강남으로 확대도 해야 하고, 홍콩 비지니스 건으로 머리가 뻐근할 지경인데 마저 졸업할려면 교생실습도 해야 한단다. 그러길래 왜 교대를 갔대니. 무엇보다 형님은 "나는 네가 대학 졸업장을 따는걸 꼭 보고 싶어."라고 얌전하고 진중하고 뱉으시니 어쩔 수 없다.

깡패(조폭은 무슨) 계두식 이제 교생 선생 되다.

관객들을 웃기러 가자! 이런 간절한 투혼과 의욕이 담긴 포스터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신인 감독 김동원은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1편은 100분이 채 안된다.) 김동원은 한국 (코미디)영화의 속편이 밟아온 전철을 밟는데 그 방법론으로 반복법을 사용한다.

교생이 된 계두식은 여전히 지각생들의 질주에 몸을 섞으며 교문까지 뛰며, 교실에 들어서자 하는 첫 인사가 "식사는 하셨습니까?"다. 대가리(정운택)는 여전히 이마에 케찹 같은 핏줄기가 주루룩 흘러내리는데 제 머리가 제일 강한 줄 안다. 상두(정웅인)이 계두식이 다니는 여선생과 섬씽을 엮어내는 것은 당연지사다.

공교롭게 계두식이 이번에 실습은 나간 학교는 역시나 '교장의 뺨을 때리는 재단이사장 아들놈이 선생질을 하는' 비리사학이며, 그가 맡은 학급은 마침 '학교의 일진'(하하가 이 역을 맡았다)이 죽치고 있으며 '공부는 잘 하는데 가난한데다 요즘 고민이 많은' 긴 머리의 여고생(한효주)도 배치되어 있다.

설정은 이만하면 됐는데, 문제는 이 반복법에 있어서 그다지 효과적인 변주를 가미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그래서 유머는 늘어지고 코믹 연기로 마음껏 망가지는 그들의 일그러짐에 우리는 웃음을 부담스러움을 안으며 날릴 수 밖에 없다.

치명적인 것은 1편이 '어쨌거나' 상대 조직과 연계된 비리사학의 일면을 시간날 때마다 짚어주며, 그들을 물리치는 '깡패놈'들의 활약상을 그런갑다하며 볼 수 있었던 반면에 2편은 도무지 그러기 힘들다는 점이다. 문제의식은 같은데 뼈대가 굉장히 흐릿하다. 이유가 뭘까?

계두식이 맡은 학급, 즉 이 비리사학의 한 학급이 변화를 일으키는 동인을 만들 수 있는 캐릭터들의 포진이 빈약하기 그지 없다. 한효주는 자동차에 부딪혀 도로 위를 붕 나르고 이내 퇴장, 게다가 하하는 도대체 어떻게 마지막 싸움에 동참할 수 있었던걸까? 학급 쪽 스토리에 좀더 공을 쌓았다면 결과가 좋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영화는 깡패 녀석들의 에피소드에 상당시간을 할애한다. [넘버3]의 패러디라고 해얄지, 유치한 인용이라고 해얄지 모를 "독도/고구려는 우리땅" 에피소드는 그 당혹스러움의 극에 있다.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누적은 되는데 중후반부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철저한 공사는 되지 못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한 여학생의 나래이션으로 '두목과 선생님과 아버지는..' 운운하는 낭낭한 톤은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도 선사하지 못한다. 남은 건 한 깡패놈은 아무튼 강남 구역 챙겼고, 깡패놈의 형님 되는 인간은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해괴한 엔딩 크레딧. 이 영화의 또다른 엔딩을 볼려면 네이버 검색창에 '투사부일체'를 치면 된다는 발랄한 메시지가 좔좔 올라간다. 이리하여 설 연휴에 가장 보고 싶은 영화는? 투사부일체! 라는 조건반사식 마케팅으로 네이버와 공동으로 들이댄 깡패 영화는 찬란하게 막을 내린다. 후속편도 들이댈겨?



멋진 네이버 블로그는 설 보다 구정이라는 표현이 더 좋단다.

by 렉스 | 2006/02/04 11:02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 | 덧글(19)

Commented by 韓浪 at 2006/02/04 11:06
투사부 일체 극장에서 보고 왔는데 보는 내내 찝찝했어요;근데 렉스님이 그 부분을 잘 집어내 주신 리뷰를 쓰셔서 후련합니다.

네이버는 뭐...이미 타락했죠,하하;;
Commented by 뽀스 at 2006/02/04 11:13
구정........
ㅡ,.ㅡ;;;
설이 올바른 표기 아니던가요?
Commented by antiwa at 2006/02/04 11:25
네이버와 엠파스의 메인만 비교해봐도...; 저런게 한둘이 아니던데요 ^^;
Commented by LINK at 2006/02/04 13:06
3편 나오면 두'삼'부 일체라고 할까봐 덜덜덜.....
Commented by devi at 2006/02/04 13:15
투사부일체를 아직 보지 않았어요, 별로라는 평들이 많아서...
포스터만큼은 정말 굿이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음반수집가 at 2006/02/04 15:56
글 잘 읽었습니다. ^^
Commented by 기린 at 2006/02/04 16:41
맨 마지막말이 압권입니다~ㅎㅎㅎㅎㅎ
Commented by Mosippa at 2006/02/04 19:02
음 코메디 그렇게 길게 시간 잡아 만들려면 정말 재능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지..
Commented by 새치마녀 at 2006/02/04 20:54
구글도 구정이라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kritiker at 2006/02/04 21:43
남은 건 한 깡패는 강남, 하나는 졸업...에서 끄덕끄덕했어요.
Commented by Nariel at 2006/02/04 23:20
새치마녀님/나중에서야 고치더군요 -_-;;
Commented by 메피스토 at 2006/02/04 23:56
음, 라스베가스를 꿈꾸던 송선미씨는 어디로가고 또 바람을 피운답니까. 정준호씨 요즘 영화많이 나오는군요.
Commented by 이십오 at 2006/02/05 00:55
설마 선생이 되어 3탄이 나오는 건? 덜덜덜;;;
Commented by People at 2006/02/05 16:20
새해 福 많이 받으시고요.
잘~ 보고 갑니다.
주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되세요.

투사부일체 편하게 웃으며 잘봤었는데.... ㅋ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6/02/05 21:34
저는 1편도 보고 나니 찜찜하더군요. 그래서 2편은 더더욱 생각없습니다.
Commented by nano at 2006/02/05 22:53
1편도 안봤습니다. 그 감독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속편은 더 보고 싶지 않군요;
Commented by chrimhilt at 2006/02/06 01:19
저는 계씨이고, 4월에 교생 실습을 나갑니다. 코메디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런 사항들 때문에 묘한 기분이 들어 투사부일체를 보게 됐죠. 그런데... 감독은 교생이 학교에서 대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준비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더군요-_-; 조폭의 일상은 술마시는 걸로만 대체되니 어차피 피장파장이겠지만, 이왕이면 좀 더 리얼리티를 추구했으면 나름대로 영화에 무게 있는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영화 후반에 가니 나름대로 무거워지려고 노력하던데 말이죠.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라.
그리고, 계두식은 아마도 교대가 아닌 사범대 출신일 겁니다. 교대는 초등교육이거든요.
Commented by 렉스 at 2006/02/06 10:01
韓浪님 / 韓浪님도 무려 극장 관람이었군요;
제가 긁은 듯한 포스팅을 한 듯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

뽀스님 / 설이 올바른 표기 맞죠. 아직도 우리 마음 속에 깊이 남은 구정

antiwa님 / 미워하는 포털이라 더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

LINK님 / 안 좋은 예감은 언제나 잘 맞아서...으흑;

devi님 / 별로라는 평 보다 그 자체가 폭탄이라는 평이 더 늘길 바랍니다;

음반수집가님 / 감사합니^^

기린님 / 그런가요;

Mossipa님 / 투사부일체 같은 경우는 감독이 각본까지 맡은 경우라
정말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더군요;

새치마녀님 / '구'글이라서;

크리티커님 / 키노에 실린 옛 글인가.... 조폭 영화는 '그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내면화의 과정'이라고 하더군요. 아 무셔라;

나리엘님 / 우하하;
Commented by 렉스 at 2006/02/06 10:01
메피스토님 / 정준호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양반이라서 모든게 다 사전
선거운동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공공의 적2의 말끔한 양복 악당의 모습마저도.

이십오님 / 불길한 예감은 맞는당께요;

People님 / 그러시군요. 뭐 투덜이의 영화보기 이렇게 보셔도 됩니다 :)

영원제타님 / 1편 보다 더 심해졌으니 뭐 더 할 말이;

나노님 / 1편 만든 분은 영화 속에 어떤 일관된 경향이 있죠=_=;

chrimhilt님 / 와...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제가 잘 몰랐네요^^;
네...저희 과도 사범대학은 아닌데 소수의 성적우수자들이 교직 이수가
가능하지요. 그런 선후배들은 한달 남짓한 시간 동안에 이런저런 평가도
받고 스트레스도 꽤 받더군요.

영화 속엔...당연히 없더군요.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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