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5.5집 [ReGame?] : 기대하는 것은.

이상하게 이제서야 제대로 '한 바퀴'를 돌고 온 느낌이다. 베스트반 [스트러글링]의 묵직한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의 연대기를 정리한 차분한 기분을 주는 것은 이번 앨범이다.

이 앨범의 수록곡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덕일까. 중반부부터 터져나오는 코러스, 기타와 드럼의 전형적인 락 밴드 사운드에 질세라 제 욕심을 채우려는 키보드와 신디사이저의 좡좡거림, 그리고 실존적 고민을 짧은 행 안에 담는 가사까지... 신해철은 이미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낸 데뷔반에서부터 훗날의 음악적 전형을 어느정도 완성시켰었다.

그후 이렇게 '데뷔 20주년'을 2년 앞둔 그의 음악적 여정의 화두는 여전히 '사운드 천착'의 '밴드 사운드'이다. 학생 시절 결성했다는 '그룹사운드' '각시탈'부터 지금의 '넥스트'까지 굴곡이 유난히 보이는 여정이지만 섣부른 단정형으로 우리는 그를 '락커'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굴곡 많은 여정 속에 거의 유일하게 그의 이름과 동일시되는 또 하나의 이름이 '넥스트'임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오기까지, 지금 이 앨범에 닿을 때까지 바로 직전까지 아니다 다를까 또 한번의 파장이 있었다. 100여번의 현장 라이브 경험과 민주적 절차를 중시한다며 젊은 멤버들을 조련하던 신해철은 연말 즈음 스스로 '독재자'를 천명하며 멤버 교체를 단행했으며 결과는 보시다시피이다.

'황금 시대'라고 밖에 더 표현할 수 없을 그 당시의 넥스트에 '미국에서 데려온 생존자' 데빈, 그리고 낯선 이름인 지현수를 가세시키고 공히 '6기'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 안팎의 속사정에 대해선 언제나 그랬든 지금의 논란 보다 그가 훗날 발언할 내용을 위해 속단을 스스로 단속하는게 좋을 것 같다. 적잖은 이들이 '황금 시대' 라인업의 부활을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는 것도 작은 놀라움 중의 하나이다.

하긴 생각해보니 그 라인업의 와해 이후 영국행의 결과로 나온 [크롬스 테크노 웍스]때부터 논쟁 속에서 게시판 다툼을 일삼은 나였다. 뭘해도 신해철이었고 그가 옳았었고, 넥스트가 아닌 신해철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폄하의 논조로 나온 그네들과 싸우기 바빴었다. 아니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모노크롬] 같은 앨범이 신해철 전체 디스코그래피에서도 한번 이상 나오기 힘든 앨범임은 명확한 사실 아닌가!

[모노크롬] 녹음 당시의 사운드 소스로 [세기말] 사운드트랙을 만들 때도, 월드컵 노래 [인투 더 아레나]를 만들 때도, 드럼 파트 없이 비트겐드럼이라는 경악할 프로그램을 만들 당시의 [비트겐슈타인] 당시에도 신해철의 화두는 '사운드'였다. 그것이 확장이든, 환경에 걸맞는 저예산 속의 가투든 그는 방법론의 제왕이었고 그 자체가 '스트러글링'이었다. 고스트스테이션 초기 방송 당시 지하실 침수 사건을 기억하는가!

[비트겐슈타인]이 저예산 작업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었다면, '귀환 넥스트'의 첫 앨범이었던 [개한민국]은 저예산 작업이 '과잉'이라는 넥스트 음악의 코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과시였다. '사탄의 인형'의 프로그래밍된 오케스트레이션과 멤버들을 조련해 만든 코러스라인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남태평양'을 상기해보라.

신작 [ReGame]은 다시금 우리가 알고 있던 넥스트에 더 가까운 방법론을 선보인다. [개한민국]이 결국 각 장에 걸맞는 무게감을 지니기 보다는 위태로운 저울처럼 한쪽으로 기울였던 양상으로 다음 성과를 기대하게 한 것은 사실이었다. 신해철이 공표했던 두가지 작업 중 결국 하나가 먼저 실현된 셈이다. 하나는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셀프 리메이크' 앨범이고, 또 하나는 넥스트 6집으로 짐작되는 [666](가칭)이다.

"'아버지와 나'는 넥스트의 1집 앨범에 있던 노래니까 굉장히 오래된 노래인데 이 노래가 해마다 라디오에서는 찔끔찔끔 계속 나와요. 안 나와주면 고맙겠는데 그 당시에 돈도 없고 녹음시간도 모잘라서 데기 날림으로 만들었거든요. 사운드를.. 근데 가사가 괜찮다고 해마다 계속나오니까 너무 괴로워 죽겠는거에요. 그래 가지고 '사운드를 폼나게 해서 다시 만들어서 재발매 하자 창피해서 못참겠다' 했던거죠. 자기 자신의 개인의 혁명이죠. 정치적인 그런 의미는 없고요."(ETN TV 인터뷰 중 발췌)

황금 시대 라인업이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던 넥스트 3.4집의 사운드에선 큰 불만은 없었는지, 11곡이라는 한정된 메뉴 속에 무한궤도부터 비트겐까지 비교적 폭넓게 담아내고 있다. 각 곡에 대한 생각은 전에 작성한 이 포스트에서 대략 할 말은 다 한 듯 싶다.

게다가 일부 팬층이 분명히 고대하던 '껍질의 파괴'같은 곡의 류의 리테이크나 어떤 모양새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아버지와 나' 파트.3 같은 곡은 없는데, 전반적으로 선곡이 발라드 지향적이다.(첫 싱글이라고 해얄지, 첫 에어플레이용 트랙 '인형의 기사'가 후배의 목소리를 빌린 R&B풍이니 말 다했다고 할까) 아마도 다시금 가세한 김세황의 전투 같은 질주는 [666] 앨범을 위해 총알 장전하는 기분으로 기다려야 할 듯 하다.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이음새나 매끈함, 완성도에 있어 정규 앨범이었던 넥스트 5집 [개한민국]보다 앞서니 이 부분이 조금 난감하다 여겨진다. 귀환이라는 선언 이후의 과도기라는 변명을 붙어도 [개한민국]이 야심에 비해선 성과가 못 미친 음반인 것은 인정해야 할 사실이고,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넥스트의 앞날에 조금 더 기대가 부푸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독재자를 천명한 그와 그의 친구들(그러게. 정말 친구들이어야 할텐데...)이 만들어 갈 앞으로의 사운드는 또 한번의 기대작으로 남게 되었다.

확실히 [ReGame]의 내용물들은 앨범과 라이브를 넘나들며 가장 좋은 사운드를 뽑아내려던 그의 일관된 노력이 반영된 집결물이다. 이제 문제는 앞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확실히 넥스트 사운드의 결산이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갈 '새로운 전기'일테니 말이다.

by 렉스 | 2006/03/02 15:54 | └r.EX.T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Nariel at 2006/03/02 16:08
한번 들어는 봐야 하는데...
Commented by 음반수집가 at 2006/03/02 17:22
좋은 리뷰 정말 잘봤습니다. 많은 공감을 얻고 갑니다.
Commented by 가짜집시 at 2006/03/02 17:47
우측 불새 로고 이미지 훔쳐갑니다. (뭐, 팬클럽이라는 친구들이 저작권자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티셔츠에다 도안 막 찍고 폰트 막 가져다 쓰는 세상이니)
Commented by devi at 2006/03/02 22:15
드디어 멜론에 떴습니다 ㅎㅎ
내일 한번 전곡 들어볼 생각이에요~
Commented by 조조 at 2006/03/02 23:27
맨날 탱자 탱자 노는거 같았는데 (..);; 긴 시간이 걸렸지만,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 방법을 이제 터득한거 같아서 제가 괜히 뿌듯해요 ^^;; 어서 666을 통해 10년 가까이 노력한 결실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 인형의 기사 크롬ver.
도시락은 제 mp3p를 지원하지 않아서 벅스에서 구입했는데요..
320kb로 다운 받아서 들었는데.. 앨범보다 사운드가 더 좋은거 같아요..
훨씬 깔끔하고, 청렴한 느낌이.. 굉장히 좋습니다..

다만, 디지털 싱글이라는게.. 아직은 이용하기가 꽤 불편하네요..
이것저것 설치할 것도 많고 -_-; mp3p 지원되는 것도 그리 많지도 않고..
다운 받아서 내 컴퓨터로 마음껏 플레이하는 것도 쉽지 않구요..
mp3p 를 강의녹취용으로 사용하는 저로서는 그냥 앨범에 담아줬으면 하는 바람을;;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6/03/03 00:14
그래도 결국은, 디지털 싱글로 갈 수밖에 없겠지요...
Commented by 글곰 at 2006/03/03 01:59
사흘 동안 내내 들은 후, 저는 나름대로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냥 자기 하고 싶은 걸 한 앨범]
...그래도 좋더군요. (헤벌쭉)
Commented by 오픈블로그 at 2006/03/03 08:54
안녕하세요 미디어몹입니다. 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링크가 불편하시면 아래 리플로 의사를 표시해주세요. 해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포스팅되시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by 렉스 at 2006/03/03 10:01
나리엘님 / 느끼해서 한 곡 이상도 못 들을지도;

음반수집가님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짜집시님 / 전상일씨가 맘이 좋아서 다행이죠; 게다가 밴드 입장에서도 앞으로
앨범 부클릿이 뭐같이 나와도 저 마크만큼은 쓸 수 있으니.

devi님 / 와+_+)

조조군 / 이제 666이 나올 때까지 10년을 기다리면 되는거겠지?(멍...)

자그니님 / 결국은 대세군요 :-)

글곰님 / 하고 싶은걸 했는데 보컬이 어떻고 또 말이 많군요.
그냥 구경거리다 싶습니다;
Commented by Sion at 2006/03/03 14:56
크흑, 정말 감동적인 감상입니다;ㅁ;)/ 링크 신고 드려요(_-_)
Commented by 렉스 at 2006/03/05 04:58
Sion님 / 저도 링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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