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러글링(0) : '그대에게'의 반향.

+ 스트러글링 : 그 모든 것의 시작.

이제 시작입니다. 과연 이 글은 뭘까요? 빵빵한 자료를 믿고 만드는 평문은 절대 아닐거고, 앨범을 전량 보유한 자신만만함에서 나온 리뷰 시리즈도 아닐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글은 잡문입니다. 잡문.

잡문이되 언젠가는 맘 먹고 하고 싶었다고 여겼던 이야기들이고 이제사 풀어 놓습니다. 다만 그 부족함만큼 관심 있으신 분들의 지적이나 보완이 덧글로 있었음 좋겠습니다. 동감도 물론 기분 좋겠지요. 자.. 아무튼 시작입니다. 아, 그리고 결국 이건 '렉스'의 글입니다. 너무나도 한계가 뚜렷하죠? :)
 
- 특이한 1988년도였다. 강변가요제는 호소력 있는 가창력의 이상우 대신 이상은을 대상 수상자로 택했고, 연말 대학가요제는 주병선(훗날 '칠갑산'의 바로 그이) 대신 무한궤도를 택했다. 잊혀지기 쉬웠던 가요제 출신 가수들의 운명과 달리 이들은 90년대와 00년대, 의미있는 지점으로 각각 뻗어갔음을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시에 그런걸 알 바는 아니었다.

- 음악, 특히 피아노에 재질이 있었음 좋겠다 싶었던 어머니의 바람과 달리 아들 신해철은 그다지 결과적으로 신통찮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애는 성실하지만...'으로 운을 떼면서 담당 선생님들은 피아노도, 클라리넷도 이 아이에게 맞지 않는듯 하다고 학부모에게 걱정을 안겼던 것이 다반사였었고, 아들은 대신 초등학교 5학년 시절부터 헤비메틀의 계보를 슬슬 외우기 시작하였다.

중학교의 팝의 계보를 꿰던 별명 '신칼럼니스트'는 고등학교에 입학해 학내에서 베이스를 치는 친구를 만나 눈이 휘둥그레져 의기투합하게 된다. 틈틈히 익혀둔 어설픈 기타 실력으로나마 신해철은 밴드 내에서 위치를 확고히 했다. 이것이 밴드 '각시탈'의 탄생이었다. 기대했던 멋진 연습실의 풍경이 아니었지만 그건 문제될 건 아니었다. 남들에게 소음은 그에겐 그동안 들었던 음악 선배들에 대한 헌정이었다.

- 알다시피 서강대 철학과에 입학한 신해철은 밴드 '무한궤도'라는 이름으로 이미 그들만의 단독 콘서트도 연 바가 있었다. 500여명의 관객을 앞두고 치룬 공연 덕에 틴에이저 잡지에서 OTL 자세로 인간 탑도 쌓아보고, 잔디밭에서 뒹굴거리며 짧은 지면이나마 포커스의 주인공이 되던 시절이었다. 그런 가운데 "우리 대학가요제 나가볼까?"라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그들은 처음엔 웃음을, 나중엔 심사숙고를 하게 되는데 안될 일은 아니었다. 거창한 연합 밴드의 수식어가 붙는 그 첫 시작이었다.

강변가요제에선 '아기천사'라는 이름으로 고교 시절 동문들과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로 출품해 이미 떨어진 바 있는 신해철은 대학가요제 수상을 위한 포석 몇가지를 세워둔다.


SIDE 1



1. 그대에게 ------------------------------ (대상/무한궤도)
2. 무지개 마을을 찾아서 ------------------ (은상/김성철)
3. 말해 ---------------------------------- (동상/전수경)
4. 바보같은 내사랑 ----------------------- (동상/이선민)
5. 을숙도 -------------------------------- (자유시인)
6. 가을이 가기전에 ----------------------- (조해래.고영균)

SIDE B

1. 고인돌 -------------------------------- (금상/주병선)
2. 밤을 노래함 --------------------------- (은상/징검다리)
3. 그슴에 남겨진 사랑의 숨결 ------------- (동상/이연희)
4. 쉿! 나의 창을 두드리지마 -------------- (김지연)
5. 미래를 향한 마차 ---------------------- (김욱준.윤별)

결과는 보시다시피 다음과 같다. 88년 대학가요제. 진행 이택림, 김은주 아나운서. 심사위원에 조용필 외 다수.

무한궤도와 신해철은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같은 발라드로 여러번 들으면 곱씹게 만드는 호소력 있는 넘버 보다는 확실한 '훅 한방을' 지닌 곡을 택한다. 음악을 반대하는 아버지의 존재 덕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줄과 몸체 사이에 스폰지를 끼여넣은 기타와 문방구용 멜로디언으로 땀 흘리며 작곡한 소산이었다.

여기에 확실한 훅과 더불어 후반부 아웃트로를 독립적으로 환기용으로 빼놓는 수를 추가한다.(그 아웃트로가 뒤에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의 인트로가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유효했으며 대상의 위업은 결국 무한궤도에 돌아가게 된다. 초반부터 신나게 울러퍼진 곡은 졸음 기운을 느낀 심사위원을 바짝 깨웠으며, 수상 발표 직후 폴짝 뛴 조형곤 외 멤버들은 학교 밴드가 당시 이룰 수 있었던 가시적인 가장 큰 성과로 환희하게 된다.

유일하게 신해철의 부모님만이 이제 음악 생활을 방해하지 못하겠구나 라는 체념으로 나즈막히 아들을 맞이했다는 후문. 그리고 강변가요제와 더불어 대학가요제 예선에 연이어 출전한 그룹 '실험실'의 한 키보디스트는 이듬해 신해철로부터 무한궤도로의 영입 제안을 받는다. 신입 키보디스트의 이름하여 정석원.(신해철의 증언에 의하면 '실험실'은 가요와 재즈를 섞은 듯한 괴이한 음악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정석원 역시 만만찮은 싹을 키우고 있었던 듯) 아시다시피 무한궤도로부터 '공일오비'라는 이름을 낳게 하는 주인공의 가세였던 것이다.

대상 직후 수십군데서 '솔로 생활을 제안하는' 기획사 등에 몸살을 시달리는 밴드의 운명은 아무튼간에 데뷔반을 향해 가고 있었다. 무려 한 밴드 안에 3명의 키보디스트를 껴안고....

(1)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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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신해철 디스코그래피의 공식적인 처음을 장식한 '그대에게'는 뒤이어 거론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와 달리 신해철식 작법의 특징을 고스란히 품은 넘버는 아니다. 이 곡은 한 가요제를 위한 보다 전략적인 계산에서 나왔고, 보다 명쾌한 작법에서 나왔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무대를 위해 4대의 키보드가 올라왔고(동영상을 보면 기타를 멘 신해철은 초반엔 키보드를 나란히 치며 인트로를 연다) 이는 전형적인 락 사운드 보다 어레인지된 팝락의 경향을 띈 이채로움을 낳게 된다. 이들의 대상 수상 결과 덕에 당시나 최근이나 '그룹 사운드의 부활' 등의 의의를 다는 주석이 있는데 그 점에선 본인은 다소 갸우뚱이긴 하다.

무한궤도와 '그대에게'는 대학가요제의 흐물한 80년대 후반을 깨운 득의의 영역이었을까? 점점 고인 내음이 풍기던 시대의 처음을 장식했던 마지막 성과였을까? 그런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그의 전체 디스코그래피 내에서 '그대에게'는 일종의 밴드송으로 간택될 운명을 타고났던 듯 하다.(이는 중반 즈음에 거론할 [존재 라이브]반 시절부터 구체적으로 드러났던 듯 하다)

이들이 커버했다던 밴드(핑크 플로이드,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 유라이어 힙, 스카이 등)의 경향은 일관되진 않지만 어느정도 프로그레시브와 팝에 걸쳐있다는 점에서 명징한 멜로디의 근원이 인용에 이은 고민의 소산임을 짐작은 가능할 듯 하다.

이런 그들이 꿈에나 꿨을까 싶었던 데뷔반의 세계로 접어든다. 이제 이야기를 다음으로 넘겨야 할 듯 하다.


[무한궤도]는...

신해철 All lead vocals, lead guitars
김재홍 Synthesizers
조현문 Synthesizers
양두현 1대 Bass(대학가요제에 도움 준거 없음;)
조형곤 Bass
조현찬 Drum(부모님이 작업실 허락해줌;)
정석원 Piano(1집시 가입)
장호일 Guitar(1집 활동시 무대에 가세)
이동규 (경희대 토목공학과 내지는 체육학과인 이동규가 무한궤도에서 드럼을 도와준 적도 있었다.
이 양반 이름은 당연히 훗날 더 나오게 되고...)

by 렉스 | 2006/03/05 04:42 | └r.EX.T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Sion at 2006/03/05 10:05
그런 명쾌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전략적 토대위에 만들어 져서 여태 것 '그대에게'가 장수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군요>_< 그나저나 아웃트로가 인트로로 연결된다는 건 그렇게 듣고도 처음 알았습니다_no
Commented by kritiker at 2006/03/05 11:13
신해철 All lead vocals, lead guitars...여기서 뭔가 포쓰가;
Commented by devi at 2006/03/05 22:52
[그대에게]는 역시 라이브로 들어야 제대로라는 느낌이 들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3명의 키보드니스트라니 OTL;;
Commented by 미스템버린 at 2006/03/06 09:49
아~ 이뿌신 꽃청년+_+♡
뒤에 오른쪽에 안경쓰신 분은............ 유재석 닮았어요.
꺄악!! 도망가자....................( --)ㅋㅋ
Commented by 렉스 at 2006/03/06 13:40

Sion님 / 그러게 말입니다. 결국 그런 의미에서 '완전판'이란게 존재할 수 없는 트랙이 아닌가 싶어요 :)

크리티커님 / 독재의 언리미티드 빠와 포스가;

devi님 / 참 많죠?; 정석원도 무한궤도 가입하고 처음 본 키보드가 많아서 신기했대요;

미스템버린양 / 조형곤씨 공일오비 할땐 제법 말쑥하던데;;
Commented by  모모  at 2006/03/08 02:04
저의 이상형 정석원씨 얘기가 나와서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정씨때문에 음악적으론 그닥 취향도 아닌 015b 음반을 두장씩 사던 아련한 기억이...; 넥스트는 참 좋아했었죠. 후후
Commented by 자전거랄라랄라 at 2006/03/08 14:00
저도 '그대에게' 아웃트로 =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인트로라는 건 지금 알았어요.
그럴리가..진짜? 하면서; 방금 두 노래 확인해보고 경악.. ㅎㅎ
아니 10년 넘게 듣고도.. orz
Commented by 렉스 at 2006/03/10 08:53
모모님 / 저도 덧글 읽으니 후후 웃음이 나옵니다 ;)

자전거랄라랄라님 / 그래서 간혹 노래방 가면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앞 부분에
그대에게 뒷 부분을 부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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