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러글링(8) : 번외 작업으로 종횡무진하다.

+ 스트러글링 : 그 모든 것의 시작.
+ 스트러글링(0) | (1) | (2) | (3) : 무한궤도부터 솔로 2집까지.
+ 스트러글링(4) | (5) | (6) : 넥스트 1집부터 2집까지.
+ 스트러글링(7) : 불새, 혼돈의 세계로 안착하다.

* 하단에 쓰이는 이미지는 전상일님의 싸이에서 허가를 받고 게재한 오리지널 이미지 데이타입니다. 본 이미지는 리사이즈 이외의 어떤 수정도 가하지 않았으며 전상일님의 허가 없이는 상업적/비상업적 인용이 불허됩니다. 이에 양지 바랍니다.



신해철 - 정글스토리 사운드트랙 (96)


01 ) Main Theme From Jungle Story
02 ) 내마음은 황무지
03 ) 절망에 관하여
04 ) Main Theme From Jungle Story Part.2
05 ) 백수가
06 ) 아주 가끔은
07 ) Jungle Strut
08 ) 70년대에 바침
09 ) 그저 걷고 있는거지

간혹 살다보면 재미난 일이 생기기도 하다.(당사자에겐 재미없는 일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런 재미난 일 중 하나는 영화는 정작 안 팔리는데 해당 사운드트랙은 그 수배에 달하는 수치만큼 팔리는 일이다. 30만장이라고 보도된 [정글스토리] 사운드트랙의 작은 성공은 사실 신해철 덕이긴 했다. 그 작은 성공이 영화에 대한 작은 파란으로 이어졌음 정말 좋았겠지만 영화는 영화 속 낙원상가의 을씨년함처럼 잠시 걸리다 내려갔다.

영화음악 만들기는 뮤지션을 본의 아니게 '고군분투'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3주 만에 완성을 거둔 [정글스토리]는 그 '급조' - 대한민국 영화음악 중 급조가 아닌 것을 발견하기가 사실 더 힘든게 아닐까 -에도 불구하고 내실이 있는 앨범인데 몇몇 팬들의 과잉 애정은 이 앨범을 간혹 '솔로 3집'이라고 일컫기도 하는 현실이다.(그럼으로써 그들은 자연히 [모노크롬]반을 솔로 4집으로 연결시키기도 하다.)

무리가 있는 이야기임은 사실이다. 정 맘에 걸리면 간만에 나온 '신해철의 솔로 작업'이라고만 칭해두자. 당연히 그의 전곡 작사 작곡에 김세황, 김동률 등의 음악친구들이 가세했다.

윤도현도 한때는 응원하고픈 대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의 주연 영화 [정글스토리]는 비닐하우스 연습실, 낙원상가, 방송국 등을 전전하며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의욕으로 서울의 쓸쓸한 풍경을 스쳐 지나가는 무던한 청춘들에 관한 영화이다. 청년이 고향 산 중턱에서 고함을 지를때 김세황의 1번 트랙이 지앙~ 하고 울리고, 낙원상가를 한동안 배회하는 카메라를 배경으로 2번 트랙의 오리지널인 산울림의 노래가 들린다.

그뿐인가. 방송국의 화려한 이면을 묘사할 때는 6번 트랙이, 흔들리는 조명과 말초적인 쾌락에 흐드러지는 풍경엔 3번 트랙의 비장한 연주가 흐른다. 심지어 청년이 자주 가는 약국의 '박카스' 약사(조용원이 이 역을 맡았다)의 음성은 7번 트랙 초반에 샘플로 반복된다.(김창완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사운드트랙으로서의 기능은 하는 셈이다.

그러나 역시 그의 음악이라 그런지 한곡 한곡에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데, 1번 트랙의 김세황(기타)과 4번 트랙의 김동률(피아노)이 선사해준 세션은 고맙기만 하다. 그리고 김세황의 기타와 신해철의 보컬이 합일하는 진정한 (앨범상의)메인 테마 9번 트랙은 영화 속 청년의 발걸음과 음악인 신해철 개인의 행보와 일치하는 감동의 순간이다.

꽃다발 가득한 세상의 환상도 오래 전 버렸으니
또 가끔씩은 굴러 떨어지기도 하겠지만
중요한 건 난 아직 이렇게 걷고 있어


그래서 간혹 넥스트라는 이름에 눌려(?) 미처 시도 못한 여지의 넘버들이 이 앨범에서 빛을 발하는데 비장한 오르간과 비의에 깃든 차분한 피아노로 시작하는 3번 트랙 '절망에 관하여'의 처절함은 웬일인가 싶을 정도이다. 음정 박자에 대한 자신감 자체가 없었던 신해철이 보컬 완숙기에 들어섰다는 자기선언 같기도 하다. 유령 같은 꿈을 등지고 그저 '힘겹게' 걷고 있는거지.

영화에 출연하기도 한 김창완(과 산울림)에 대한 헌정 같기도 한 리메이크 넘버 2번 트랙에서 신해철은 자신이 어차피 김창훈 같은 칼칼한 보컬은 낼 수 없음을 인지하고 인더스트리얼 텍스처의 저음으로 일관한다. 반가운건 락앤롤 넘버 5번 트랙인데 넥스트 특유의 과잉과 '어떤 기름진' 정서보다 직선적이고 스트레이트한 진행이 빛난다. 이 곡의 탄생으로 글쓴이 본위의 '백수 3부작' (백수가-매미의 꿈-백수의 아침)이 시작된 셈이다.

듣는 처음부터 귀를 잡아끄는 6번 트랙 '아주 가끔은'은 '눈치 보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걸 해!'라는 가사 덕인지 여성 보컬의 가세 덕인지 라이브에선 소위 '놀자' 트랙으로 각광받기 시작한다. 이런 팝적인 기법과 가사의 정서는 '네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지?'의 엄숙한 문구를 기능적으로 활용한 차기작의 어떤 넘버로 이어지는데 묘한 장난기와 심각함의 교차는 여전하다.

8번 트랙 '70년대에 바침'은 차분하고 활력있는 가사가 내비치는 정서 보다는 곡의 앞뒤를 장식하는 '박통 서거 방송'과 '전두환 취임식 인사'의 효과음이 한국현대사에 대한 신해철의 간략한 피력 같아 의미심장하다. '하늘이 어두웠던 시절'을 거쳐온 선배 뮤지션들에 대한 공개적인 헌사이기도 하며...

이처럼 짧지만 개별 곡이 지닌 성과가 만만찮아 넥스트의 황금 시대와 더불어 묶는 것 역시 어떤 면에서 유효하다. 분명 곡의 가사들이 신해철 세계관의 연장선으로 작용한 덕이리라.



노땐쓰(NO DANCE) - 골든히트1집 (96)


01 ) In the Name of Justice
02 ) 질주
03 ) 자장가
04 ) 월광/Moon Madness
05 ) 기도(Radio Edit)
06 ) 반격
07 ) Drive
08 ) 달리기
09 ) 기도(Original)
10 ) 시장에 가면(참 건전한 가요)

그런 반면 같은 해 가을에 나온 노땐쓰 앨범은 음악적 친구 윤상과 만든 별개의 환타지 단편집 같은 앨범이다. '거지 같으니까 부셔야 해' 사고관의 신해철과 '거지 같으니까 나 저거 안보고 나대로 살아버려' 사고관의 윤상이 만나 '거지 같음'을 외면하고 좋은 것만 보며 일치하는 팀웍으로 의기투합한 일종의 기념작이었다.

그 덕분인지 앨범 타이틀인 [골든힛트1집]이라는 명기나 런닝 타임 '0초'의 10번 트랙 같은 짖궂은 유머 감각도 발휘한다.(전상일의 비쥬얼 작업 역시 이런 유머를 수긍하고 진지함의 기피를 의도적으로 지향한 듯 하다) 클럽이나 나이트의 테크노와는 다른 (신해철의 경우를 들자면) 솔로 시절부터 듣게 된 뉴웨이브나 '디페쉬 모드'
에의 경도를 드러낸 일종의 신스 팝 앨범이라 하겠다. 운용에 있어 디지털 신디사이저 보다는 아날로그를 지향했다고 한다.

곡 전반이 가볍게 흘러 듣기엔 가사 속의 함의를 읽고 싶게 만들고, 무겁게 듣기엔 의외로 가벼운 구석도 있어 다소간 아슬아슬한데 전언한 [정글스토리]류의 앨범과 달리 훗날 평가가 더 올라간 경우라고 할만 하다.

일렉트로니카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5번 트랙과 차후작 [크롬스 테크노 웍스]에서 음습함과 애욕이 더 강화되는 4번 트랙은 빛나는 중심이며, 초반을 책임지는 신해철의 2번이나 후반의 안락함을 제공하는 윤상의 8번은 두 뮤지션의 차이와 조화가 앨범 내에서 어떤 식으로 서로를 안배하는지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발매 당시에는 대중적 환호를 얻진 못했는데, 현재는 묘한 레어 아이템이 되었다.(레어급 아이템으로써 [정글스토리]가 한 단계 난이도가 더 높긴 하다) 신해철의 전체적인 디스코그래피상에서도 [크롬스 테크노 웍스] [모노크롬] 작업의 직계라기보다는 다른 방향성으로써의 전자음악에 대한 탐구로 개별적으로 보는게 어떨까하는 제안도 해본다. 이 글을 쓰면서도 머리 속엔 휘몰아치는 1번 트랙의 긴장감이 상기된다.

(9)에 계속....


-------------------------------

96년도 예사롭지 않게 바빴지만 97년도 매한가지였다. 김광민의 피아노가 가세한 어떤 싱글 녹음을 위해 일본으로 넥스트는 또 한차례 건너간다. 그 녹음으로 인해 신해철은 하나의 이름을 더 얻게 된다.

by 렉스 | 2006/03/15 08:35 | └r.EX.T | 트랙백 | 덧글(13)

Commented by Forthy at 2006/03/15 08:52
후후... 레어 템 하나 갖고 있는 거군요 >ㅁ<b (노땐스 정말 좋아요 ㅠ_ㅠ)
Commented by 가짜집시 at 2006/03/15 08:59
제가 아는 '그 분야' 레어 아이템은... Being 의 LP 레코드 판과 88년 대학 가요제 음반 (있다는 소문만 들었고 아직 실물은 저도 본적 없습니다) 입니다. 10년 전에도 레어 아이템이었으니 지금은 익셉셔널 유니크 아이템이 되어있을듯.
Commented by 미스템버린 at 2006/03/15 09:05
정글스토리.. 저 곡중에 한곡이라도 스쳐지나갈 수 있는곡이 있을까요.
에잇! 괜히 찡하네 ㅋㅋㅋ

노댄스.. 10번트랙..
가사를 넣고서는 건전할수 없는건가~요 ㅋㅋㅋ

아아- 드디어 크롬의 시대가 또 열리는군요+_+
Commented by fervent at 2006/03/15 09:34
이제 노댄스도 레어반으로 취급되는군요..
전에..(벌써 8년전이지만) 윤상앨범 다 모으겠다고 100군데 가까운레코드점을 돌며 윤상의 Renacimiento를 구했었는데..앗차 이건 윤상이야기네요.;;

전부다 시디로 모을때의 열정도 사라지고 요새의 신해철씨가 별로 맘에 안들었었는데, 이렇게 리뷰글을 읽을때마다 찾아서 듣게되니, 참 묘한 매력을 가진사람.음악인것 같습니다.
지금은 내놓을 생각도 없지만 얼마전에 모든앨범이랑 영상집,비디오, 컴퓨터게임타이틀 등등 다해서 10만원에 내놓은적도 있었는데 아무도 안사가더군요. 레어기긴하되 살사람은 적은걸까나요? ㅎㅎ

리뷰 정말 즐겁게 잘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하늘처럼™ at 2006/03/15 13:19
no dance 테이프 사다가 줄기차게 들었는데.. ㅋㅋ
Commented by kritiker at 2006/03/15 22:51
no dance...그때 가요톱텐이었던가? 어디선가 보고 그 환상적인 스탠딩 마이크 매너(-_-)에 좋다좋다만 하다 테이프도 안 사고 넘겼는데 어느덧 레어반이 되었군요...;
Commented by 信元 at 2006/03/15 23:08
절망에 관하여는 어느 순간 제 노래방 18번곡이 되어있더군요. 원래 가사도 좋아합니다만 몸부림치며~ 할때부터 나오는 워어어~ 코러스 넣는 것도 무지하게 좋아하지요.^^
Commented by ◆박군 at 2006/03/16 00:04
휴.. 둘 다 소장하는 앨범이군요. :)
노땐스는 정말 버릴 게 없는 앨범이란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윤상은 좀 심하게 늘어지는 경향이라 이 아저씨야 쫌! 이라는 평인데, 이 앨범에서는 묘하게 선을 넘나드는 재미가 있더군요.
물론 해철옹의 일렉트로니카는... 최고입니다.
Commented by 렉스 at 2006/03/16 09:37
포티님 / 뭐...음반 시장 불황은 웬만한 음반들을 다 레어로 만드는 듯 해요;

가짜집시님 / 저도 구글링 돌려보니 중고 LP 사이트에서 이미지 정도는 제공하더군요+_+;

미스템버린양 / 오늘 올렸다...아, 이제 고개의 반은 넘어가는건가;

fervent님 / 정말 호오가 너무 판이하게 갈리는 사람이라 살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듯 해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 고마운 말씀이에요. 헤헤.

하늘처럼™님 / 군대 시절 나온 앨범이라 당시에는 제겐 좀 심심했어요+_=;

크리티커님 / 신해철은 라이브 무대 말고는 티뷔 일반 무대엔 항상 뭔가 뻘줌함을 안겨줘요;

信元님 / 전 '고음불가'라서 절대 안되는 노래인데 듣고 싶군요+_+)
코러스 넣기는 [비트겐슈타인] 앨범 이후 라이브에서 시도했던 기억이 나네요^^

◆박군님 / 지난번에 새삼 '기도'를 듣는데, 아...이 노래가 이런 노래였단 말인가! 싶더군요.
Commented by devi at 2006/03/17 00:55
음.. 전 제가 가지고 있는 음반 중에서 레어급으로 분류된 음반이 없군요 OTL:;
Commented by Sion at 2006/03/17 23:59
그러고 보니 정글스토리는 영화를 못봤군요;; 맨 첨엔 윤도현이 영화배운 줄로만 알았..._no 둘 다 정말 재미난 앨범이었던 거 같아요>_< 특히 '기도'의 경우는 제일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의 시 '기도'와 정서가 직접적으로 통하는 면이 있어 정말 감동적인 노래였습니다;ㅁ;)b
Commented by 렉스 at 2006/03/18 17:09
devi님 / 불황 시대엔 뭐든 다 레어급입니다;

Sion님 / 영화가...간혹 케이블 채널에서 한두번 하는걸 본 적은 있습니다.
그렇게 챙겨볼 구석이 있다고...하기엔 그렇지만 그래도 봐야겠죠?:)
Commented by 모모 at 2006/03/18 20:47
레어아이템이라기엔 꽤 많이 팔리지 않았던가요;; (그래서 레어이긴 하되 실상 사려는 사람은 없다는 비극이...) 그땐 몰랐는데 지금 노땐스속지를 뒤져보니 해철옹과 DM데이브옹과의 패숑의 연결고리가 보여요. 하하하 비쥬얼교주님.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