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러글링(13) : 민물장어는 아직도 꿈을 꾼다.

+ 스트러글링 : 그 모든 것의 시작.
+ 스트러글링(0) | (1) | (2) | (3) : 무한궤도부터 솔로 2집까지.
+ 스트러글링(4) | (5) | (6) : 넥스트 1집부터 2집까지.
+ 스트러글링(7) | (8) | (9) | (10) : 넥스트 3집부터 4집까지.
+ 스트러글링(11) : 영국에서 날아온 첫 편지.
+ 스트러글링(12) : 우리 것으로 글로벌을 꿈꾸다.

* 하단에 쓰이는 이미지들은 전상일님의 싸이에서 허가를 받고 게재한 오리지널 이미지 데이타입니다. 본 이미지는 리사이즈 이외의 어떤 수정도 가하지 않았으며 전상일님의 허가 없이는 상업적/비상업적 인용이 불허됩니다. 이에 양지 바랍니다.

Homemade Cookies & 99 Crom Live (99)


[CD1] - 99 Crom Live

01 ) Machine Messiah
02 ) The Grinder
03 ) I'm Your Man
04 )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
05 ) 안녕
06 ) Go With The Light

[CD2] - 99 Crom Live

01 ) Drum Solo
02 ) Jazz Cafe
03 ) 날아라 병아리
04 ) 아주 가끔은
05 ) 나에게 쓰는 편지
06 ) It's Alright
07 ) 그대에게
08 ) Introductions

총 3장으로 구성된 본작의 첫 두장은 99년 4월부터 5월까지의 전국 투어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부터 이미 '모노크롬'이 아닌 '크롬' Live라는 명칭을 쓰는 것을 보면 실질적인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장기 플랜은 접은 듯 하다. 대신 본작은 솔로 시절의 내용물까지 두루 담음으로써 훗날의 라이브 경향을 짐작케한다. 그것들은 [크롬스 테크노 웍스]로 '1차적인' 자신의 디스코그래피에 대한 정리를 마친 덕이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 라고 신해철이 부르면 관객들은 '신.해,철'!이라고 연호하던 시절이었다.)

테크노 작업으로 내놓은 최근작을 어떻게 라이브로 선보일까에 대한 의문, 더이상 넥스트가 아닌 신해철의 라이브는 어떤 것일까하는 의문은 그의 우군들이 풀어주었다. '할아버지께서 부른 예솔이'이자 젊은 국악인 이자람과 '푸리' 출신의 장재효, 민영치 등의 타악기 주자, 그리고 남궁연의 드럼 파트 지원 사격 덕에 라이브의 모양새는 가능했다.

공연장의 풍경은 고개를 꾸벅거리게 만드는 국악 테크노 감상실이 아닌 예의 넥스트 라이브 공연장을 방불케하는 락씬의 무대 바로 그것이었다. 크리스 상그리디에게 기타를 맡기고 밴드의 '역시나' 리더를 맡은 신해철은 금의환향해 팬들에게 그동안의 공백을 보상하는 듯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두번째 디스크의 첫번째 트랙인 '드럼 솔로'는 남궁연의 솜씨, 5번째 트랙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들려주는 신해철의 메시지는 사뭇 감동적이다.


[CD3] - Homemade Cookies

01 ) 그 들 만의 세상 Part 1
02 ) 그 들 만의 세상 Part 2
03 ) 그 들 만의 세상 Part 3
04 ) 너 네가 뭔데
05 ) 일상으로의 초대(Accu. Ver : 왕닭살 버전)
06 ) 여름은 쉽게 가버렸다
07 ) 민물 장어의 꿈

세번째 디스크 [Homemade Cookies]는 그의 말에 의하면 솔로 시절부터 누적된 미발표 트랙을 일신하여 이번 참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묘하게도 [세기말] 사운드트랙의 질감과 흡사한 6번 트랙은 솔로 1집 당시 '연극 속에서'의 후속곡이었다고 한다. 당시의 입장에서는 팝.뉴 웨이브.소울이 뒤엉킨 장르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제 그런 혼성 장르가 더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에 새삼 이 물건을 내보인다. 덕분에 곡이 상기시키는 묘한 향수감과 올드함이 적잖은 팬들에게 잔영을 일으켰다.

'검열 제도'에 관한 항의인 4번 트랙 '너 네가 뭔데'는 [크롬스 테크노 웍스]를 위한 작업물이었다지만, 꽤나 [모노크롬]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의 한글 분절을 이용한 파장공세 테크노를 연상케한다. 그리고 98년도에 나온 변재원의 1집 앨범을 위해 만들었던 7번 트랙 '민물 장어의 꿈'은 결국 변재원이 아니라 신해철 자신을 위한 행보에의 다짐이 되었다. 'The Dreamer'처럼 화려한 외양은 아니지만 그 소박함이 전하는 울림이 되려 더 크다.

(그 변재원의 1집엔 신해철의 백보컬이 있는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리메이크가 실려있다.)

그러나 이 앨범의 가장 중핵은 역시나 3부작 '그 들 만의 세상'이 아닐까. [개한민국]으로 진입하기 전 그의 가사가 그래도 다듬어짐과 쏟아부음의 긴장감 사이에 있었던 시기이고, 그 완급에 있어 가장 출중하고 또한 통렬하다. 그리고 더이상 이만큼 잘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메이킹의 정점이자 (개인적인 의사지만) '껍질의 파괴'와 더불어 그의 디스코그래피 중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그중 파트.2의 가사 전문을 게재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아니 우리에게 던져 준 세상

패자가 승자보다 훨씬 많은 반은 미리 이미 정해놓은 게임
낙오의 공포, 끝없는 경쟁, 이유없는 학습, 튀지말란 경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박히도록

그들이 대가로 약속한 빛나는 기득권의 티켓
중산층이란 안도감 이만하면 됐다는 우월감

능력 보단 순서를 기다리며 그때까지 그저 아무일 없이
기복 없는 인생 안전한 삶 안정을 보장하는 상대에 대한 충성

우리가 바라던 세상은 우리가 원하던 세상은
아마 이건 아닐꺼야 아마 이건 아닐꺼야

우리가 바라던 세상은 우리가 원하던 세상은
정말 이건 아닐꺼야! 이건 정말 아닐꺼야!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손발이 닳도록 일해
낭만이라는 말. 언제 들어봤어?
휴식이라는 말. 언제 들어 봤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손발이 닳도록 일해
손발이 닳도록 일해 40대 간암 사망률 최고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손발이 닳도록 일해
자식이란 거 품 떠나면 그만 출세라는 거 쓰러지면 그만

요즘 세상에 진정으로 자유로와 본 적이 언제냐고 질문하면
어떤 취급받을 거 같애? 무슨 소릴 들을 거 같애?

우리가 바라던 세상은 우리가 원하던 세상은
아마 이건 아닐꺼야 이건 정말 아닐꺼야

결국 'i'm your MAN'에서 미처 담지 못한 40대 간암률 최고에 대한 멘트는 본곡에 흡수되었고, 이런 대한민국의 시스템에 대한 안스러운 재고와 일갈이 훗날 앨범을 기약하는 단초로 작용하는 셈이다. 휴식 없이 내달리는 남성들에 대한 안스러움이 [비트겐슈타인]으로, 그들이 만든 세상에 대한 일갈이 [개한민국]으로 이어짐은 물론이었다.

신해철은 여전히 대한민국 시스템에 대한 언급의 혀를 잃지 않았음은 물론이거니와, 꿈을 꾸는 음악의 민물장어였다. 이 작은 편집앨범은 그에 대한 여전한 선언이었다. 이 편집앨범의 제작비는 총 200만원이었다. 스트러글링은 계속된다.

(14)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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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라이브와 앨범 다듬기에 신해철은 9월경 미국 출국을 감행한다. 영국 수업의 결과물이 '신해철식 테크노의 완성'이었다면, 미국행은 또다른 수업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한 예고일까. 5번 트랙 '일상으로의 초대(Accu. Ver : 왕닭살 버전)'와 '민물 장어의 꿈'에서 피아노를 담당한 낯선 이름 '임형빈'

남궁연이 자신의 밴드에 가세하기 위해 공들인 임형빈을 신해철이 '차기 프로젝트'를 위해 발탁해내고(낚아채고?;), 미국에서 '데빈(Devin)'을 발견하는 순간에 우리는 그 프로젝트의 이름을 목도할 것이다. 그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뒤에 이어진다.

+ 그해 11월 튜브뮤직을 통해 새로운 배너 링크가 갱신된다. 이름은 '신해철의 유령방송' 훗날 SBS의 '고스트네이션', MBC의 '고스트스테이션'을 예고하는 이 인터넷 방송 프로젝트는 비정기적이나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인터넷이라는 매체 특성상 각 메뉴(일본 음악, 테크노 등의 장르로 개설된 하위 메뉴가 있었다)의 갱신이 부지런하지 못했고, 그의 입담이 공중파를 벗어난 덕에 '막가는' 경향이 있었지만 'DJ로서의' 그의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더불어 '마왕'이라는 별명의 근원이기도 했고...

그러나 '유령방송'을 거친 신해철은 '음도 시장님' 시절의 때론 사려깊고 심중을 뚫는 멘트의 그가 아니었다. '고스트네이션' 방송 초기 당시 한 방송분은 신해철 대신 PD의 멘트로 시작된다.

"에...음... 여러분, 신해철씨의 화가 아직도 안 풀린 듯 합니다...."

by 렉스 | 2006/03/22 08:52 | └r.EX.T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미스템버린 at 2006/03/22 10:24
더이상 버틸힘이 없고 일어설 힘이 없고 세상이 다 끝났다고 생각될때
저는 항상 거울을 보거든요. 여러분들도 거울을 보면
여러분들을 믿는 단 한사람, 마지막 한사람이 바로 그 안에 있습니다.

어츠케 ㅠ.ㅠ
그들만의 세상 가사도 참+_+
(난 여기와서 다는 덧글이 감탄사밖에 없는것 같애요. 맨날 ㅋㅋ)
Commented by ◆박군 at 2006/03/22 10:30
저 트랙에 열광해서 제가 맨 처음 만들었던 홈페이지의 BGM은 저걸로 걸어 놨었습니다.
Commented by 韓浪 at 2006/03/22 11:26
딴지 거는걸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SBS가 고스트스테이션이고 MBC가 고스트네이션 인걸로 압니다...;;

근데 해철옹 저때부터 살이 불 기미가 보였군요(...)
Commented by fervent at 2006/03/22 12:28
살은... 3집때가 절정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만. 얼굴빵빵해가지고 수염기르고 막 그랬었죠. 그때 발매되었던 컴퓨터게임은 마우스커서가 신해철 캐릭터였는데 마치 이왕표같았습니다.
Commented by devi at 2006/03/22 16:48
이 앨범을 구입을 해야 하는데...
드럼 솔로도 좋았지만 It's Alright도 괜찮았어요 :)
그 들 만의 세상... 이번 기회에 다시 들어봐야 할 것 같군요;;
Commented by 렉스 at 2006/03/23 09:10
미스템버린양 / 오...그 멘트 기억이 나는구나+_+)
라이브 앨범시 생각지도 못한 소득이었지!

◆박군님 / 와 :) 그러셨군요.

韓浪님 / 오 그렇군요. 수정은 시간 나면;

fervent님 / 이왕표; 푸하하하.

devi님 / 이쏠라잇~
Commented by 미스템버린 at 2006/03/23 09:15
어제 저녁에 약속장소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저 멘트 듣는데
입은 웃고 눈에는 습기차고 맘은 울컥할뻔했다니까요 ㅎㅎ

해철님 말씀대로..
거울 안에 내 모습이 나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고 희망이 되어주는 사람이었음 좋겠어요 ㅎㅎ..
Commented by 새치마녀 at 2006/03/23 17:16
저 표지에 있는 동물이 설마 지렁인 아니겠죠? 만약 지렁이라면 민물장어가 아니라 민물장어를 낚는 낚시밥이 더 강조된 것이 아닌가 하네요.
Commented by 렉스 at 2006/03/24 09:13
미스템버린양 / 난 거울 안 보고 싶어...푸하하;

새치마녀님 / 지렁이 맞습니다 :) 디자인은 또 별개의 문제니..에;
Commented by 유리아빠 at 2006/03/25 09:32
하핫! 저는 이 앨범 처음 봤을 때 신해철이 키우는 신인 팀이름이 '홈 메이드 쿠키'인줄 알았었어요. 그래서 속으로 '신인키울려고 자기 라이브를 끼워서 파네'라고 생각했었죠. ^^; 크롬 시절부턴 정보를 얻기 힘든 곳에 거주했어서...
Commented by Sion at 2006/03/25 10:35
처음엔 별로 임팩트가 남지 않은 앨범이었었는데 '스트러글링 콘서트'에서 '민물장어의 꿈'을 처음 듣고 반해버렸습니다;ㅁ;)b 아니 사실 신해철 콘서트에서 제가 모르는 노래가 나왔단 사실에 반쯤은 충격인 것도 있었고..._no
Commented by 렉스 at 2006/03/25 11:49
유리아빠님 / 하핫^-^; 아무래도 넥스트 시절보다 관심의 시선이 덜 간
현실적 상황도 있었죠;

Sion님 / 뭔가 팬으로써 반성을 촉구하게끔 했을지도 모를 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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