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26일
[짝패] : 이 주먹은 칼날도 움켜쥐지.

- 어떻게 하다보니 류승완의 웬만한 장편 영화들은 다 극장에서 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그건 '복수 3부작'의 박찬욱 영화들을 극장에서 본 쾌감과 김지운의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는 즐거움과 비견되는 일이었다. 이런 감독들의 영화를 동시대에 볼 수 있다는 것은 한반도라는 곳을 사는 얼마 되지 않은 즐거움 중 하나이다.
- 류승완의 지금까지의 영화 중 가장 얼개가 조금 헐거운 편이라고 생각하는 [피도 눈물도 없이]를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 독불이의 초반 격투 장면은 다른 영화와도 안 바꾸고 싶을 정도로. 난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마지막 검투 장면에서 졸았고, [주먹이 운다]의 정서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은연중 나는 [짝패]가 독불이의 맵싸한 주먹과도 같은 영화이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 물론 [짝패]에도 가족이 나오고, 우정이 나오고, 고향이라는 정서가 근간을 채운다. 하지만 그걸 짚기에 [짝패]의 90여분은 짧아보인다.(다급해 보인다가 아니라) 그것들에 대한 가지를 뻗기보다 [짝패]는 신속하고 군더더기 없이 힘있게 진행한다.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영화의 마지막 석환(류승완 분)이 뱉는 그 외마디가 공허하게 들리지 않았고 영화의 엔딩 스크롤이 올라갈 즈음 막막하지 않았고 되려 상큼한 기분으로 바깥을 나올 수 있었다. 영화가 줄 수 있는 즐거움, [짝패]는 딱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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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부산과 전라도는 '조폭 소재'에 관한 막연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짝패]는 충청도 사투리가 은근히 무서움을 실로 보여준다. 그네들이 뱉는 '괜찮아유'는 정말 괜찮아서가 아니라 그네들의 속내를 감춘 의뭉스러움을 보여준다. 정말 상대를 잘못 만나면 필호(이범수)처럼 당신을 수장시킬지도 모른다. 아니면 석환처럼 선배님 계신 자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지도... 조심하자.
+ 류승완의 영화답게 각 액션씬마다 확연한 컨셉이 있다. 그중 나는 경찰서 습격 장면의 액션이 입이 딱 벌어졌다. 그렇게 신체가 가진 어떤 한계를 넘는 기교 같은 액션이 좋다. 사람들이 [킬빌] 같다고 수근댄 예고편의 '그곳'도 정작 [킬빌] 같진 않았다. [킬빌]이 타란티노의 오마쥬 컴플레이션 앨범이었다면, [짝패]의 그곳은 날것과 뚝심으로 채워진 '액션스쿨'이었다.(하하) 문지방을 넘어서면 새롭게 나타나는 스테이지의 자코들과 보스 캐릭터들. 미션 컴플릿의 길은 요원하다. 오죽하면 석환은 류승완 감독의 입장이 되어 이렇게 대사를 뱉을까.
"으휴...이젠 말할 힘도 없시유."
+ 류승완 감독 쯤 되면 깜짝출연도 있었을 법한데 그런 잔가지도 없이 잘 나간다. 분명히 김서형(미란 역)과의 연기에선 좀 얼었을 정두홍(태수 역)도 연기의 일취월장을 보여주시고, 이범수는 말할 나위가 없다. 당신이 [태양은 없다]에서 이정재를 코너에 몰던 그 양반을 기억한다면 그의 악역 복귀를 대환영할 것이다. 물론 여전히 김시후와 류승완을 동일인물로 연결짓기엔 무리가...(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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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관객을 위해 칼부림에서 사운드를 좀 죽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손바닥이 뜨뜻해지는 어떤 감각은. 아..마지막 '4인조'와의 격투는 좀더 시간을 끌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 나미의 노래도 소방차의 노래도 반가웠고,
++ 어떤 양복 아저씨는 영화 보고 난뒤에 정두홍의 발까기를 시전하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