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떻게 하다보니 류승완의 웬만한 장편 영화들은 다 극장에서 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그건 '복수 3부작'의 박찬욱 영화들을 극장에서 본 쾌감과 김지운의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는 즐거움과 비견되는 일이었다. 이런 감독들의 영화를 동시대에 볼 수 있다는 것은 한반도라는 곳을 사는 얼마 되지 않은 즐거움 중 하나이다.
- 류승완의 지금까지의 영화 중 가장 얼개가 조금 헐거운 편이라고 생각하는 [피도 눈물도 없이]를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 독불이의 초반 격투 장면은 다른 영화와도 안 바꾸고 싶을 정도로. 난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마지막 검투 장면에서 졸았고, [주먹이 운다]의 정서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은연중 나는 [짝패]가 독불이의 맵싸한 주먹과도 같은 영화이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 물론 [짝패]에도 가족이 나오고, 우정이 나오고, 고향이라는 정서가 근간을 채운다. 하지만 그걸 짚기에 [짝패]의 90여분은 짧아보인다.(다급해 보인다가 아니라) 그것들에 대한 가지를 뻗기보다 [짝패]는 신속하고 군더더기 없이 힘있게 진행한다.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영화의 마지막 석환(류승완 분)이 뱉는 그 외마디가 공허하게 들리지 않았고 영화의 엔딩 스크롤이 올라갈 즈음 막막하지 않았고 되려 상큼한 기분으로 바깥을 나올 수 있었다. 영화가 줄 수 있는 즐거움, [짝패]는 딱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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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부산과 전라도는 '조폭 소재'에 관한 막연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짝패]는 충청도 사투리가 은근히 무서움을 실로 보여준다. 그네들이 뱉는 '괜찮아유'는 정말 괜찮아서가 아니라 그네들의 속내를 감춘 의뭉스러움을 보여준다. 정말 상대를 잘못 만나면 필호(이범수)처럼 당신을 수장시킬지도 모른다. 아니면 석환처럼 선배님 계신 자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지도... 조심하자.
+ 류승완의 영화답게 각 액션씬마다 확연한 컨셉이 있다. 그중 나는 경찰서 습격 장면의 액션이 입이 딱 벌어졌다. 그렇게 신체가 가진 어떤 한계를 넘는 기교 같은 액션이 좋다. 사람들이 [킬빌] 같다고 수근댄 예고편의 '그곳'도 정작 [킬빌] 같진 않았다. [킬빌]이 타란티노의 오마쥬 컴플레이션 앨범이었다면, [짝패]의 그곳은 날것과 뚝심으로 채워진 '액션스쿨'이었다.(하하) 문지방을 넘어서면 새롭게 나타나는 스테이지의 자코들과 보스 캐릭터들. 미션 컴플릿의 길은 요원하다. 오죽하면 석환은 류승완 감독의 입장이 되어 이렇게 대사를 뱉을까.
"으휴...이젠 말할 힘도 없시유."
+ 류승완 감독 쯤 되면 깜짝출연도 있었을 법한데 그런 잔가지도 없이 잘 나간다. 분명히 김서형(미란 역)과의 연기에선 좀 얼었을 정두홍(태수 역)도 연기의 일취월장을 보여주시고, 이범수는 말할 나위가 없다. 당신이 [태양은 없다]에서 이정재를 코너에 몰던 그 양반을 기억한다면 그의 악역 복귀를 대환영할 것이다. 물론 여전히 김시후와 류승완을 동일인물로 연결짓기엔 무리가...(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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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관객을 위해 칼부림에서 사운드를 좀 죽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손바닥이 뜨뜻해지는 어떤 감각은. 아..마지막 '4인조'와의 격투는 좀더 시간을 끌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 나미의 노래도 소방차의 노래도 반가웠고,
++ 어떤 양복 아저씨는 영화 보고 난뒤에 정두홍의 발까기를 시전하기도....;
덧글
http://www.cine21.com/Magazine/mag_pub_view.php?mm=005001001&mag_id=38670
그나저나 그 인터뷰에 나온 말처럼 액션 영화로서의 작업이 이게 마지막이 아니길 기원할 뿐입니다...쩝.
우~ 이 포스트 읽고 나니 다시 보고싶네요..
이번주말에 볼까 말까.. 고민고민고민고민...
어제 첫회 끝나고 누가 말하더군요 '하고싶은거 다했네'
전체적으로 액션의 과정보다는 결과와 멋에 집착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스테이지의 그 4인방은 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내는지 원..
액션을 제외한 부분에선 거의 다 취향에 맞았습니다.
쓸만한 대사 센스, 시원한 음악, 화면빨, 연기 모두 좋더군요.
다만 막판돌입할때 경찰에 지원정도는 부르지 그랬나 싶었던 것과,
류승완의 그 마지막 대사.. 는 저한텐 좀 허무했습니다.
하긴 그 상황에서 뭔 말을 해야 멋있게 마무리가 되겠느냐만.
친구녀석과 보러 갈까 고민중인데 보고 싶어져 버렸습니다;
SeonNy님 / TV 따위가 감히 영화를 평가할 순 없죠=_=;
나노님 / 능글하고 컴플렉스 덩어리인 악역!
우유커피님 / [거칠마루]가 떠오르더군요. 그렇게 액션의 전체 광경이 보이는 라스트면 좋겠다 싶었는데...에구^^ / 오타 수정><;;
◆박군님 / 작은 추천을 하겠습니다^^;
Equipoise님 / 네...저도 그 마지막 대사에 긍정하는 편입니다.
lunamoth님 / 그 시절의 찰랑한 머리가 이뻤죠;
프리스트님 / 잘 보고 오셨나요 :)
룽게님 / 옆자리 아저씨는 치질 환자!(저..저거;)
루크스카이님 / [가족의 탄생]보다는 조금 오래 가지 싶은데...아무튼 보세요;
시대유감님 / 어떤 비장미나 아귀가 맞는 이야기 보다는 일을 치르고 난뒤에
'뭐 이렇게 되버렸디야'의 심경으로 뱉는 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략 긍정하는 편이지요. / 4인방 액션은 확실히 부족했죠 :-/
영원제타님 / 이런 힘은 류승완 감독의 전매특허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魔神皇帝님 / 네...그 콘크리트 나오더군요 :)
Mosippa님 / 순간 나미가 '니미'로 보여서...저도 할 말이;
아 짝패 저도 보고 싶네요~
bebijang님 / 모 게시판에서도 봤지만 bebijang님 글 잘 봤습니다^^
액션의 합 이런 개념에 생경한 저같은 사람에겐 흥미롭고 아 그렇구나하는
면이 있더군요+_+
Sion님 / 그녀에게 전해주오~ 빰빠빠도 좋았지요. 후후.
내일 당장 가서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