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리턴즈] : 시리즈의 계승, 아버지의 계승 [집히는대로 영화담

[이 동네는 스포일러에 대한 배려가 자라지 않는 동네입니다(...)]


- 엄숙하게 복원하다.

2편으로부터의 5년 뒤라는 설정. 그리고 영화사로는 2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그때'의 폰트로 시작하는 오프닝과 존 윌리암스의 것을 그대로 모셔온 음악부터 [슈퍼맨 리턴즈]는 숨을 막히게 하는 시작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영화는 '여전한 만화풍의  악당' 렉스 루터의 협잡과 '스몰빌의 아이' 클라크 켄트, '현실적인 생활의 층위'를 유일하게 보여주는 로이스의 이야기를 하나씩 선사한다.

그러다 영화는 1편의 '사건'을 미니어처로 다시 보여주는 듯한 렉스 루터의 난장판 실험과 '또 한번'의 로이스의 사건과 그를 구해주는 슈퍼맨의 그 다운 활약을 보여줌으로써 '슈퍼맨의 귀환'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명징한 장면을 수놓는다.(그리고 그 장면을 보는 구장 안의 사람들의 기립박수는 작은 실소와 더불어 정색을 한 이 영웅담에 대한 수긍을 동시에 낳는다)

이렇듯 브라이언 싱어는 오프닝부터 영화 내내 펄럭이는 망또의 질감을 자신감있게 선보이며 21세기에 돌아온 슈퍼맨의 이야기를 원작에 대한 위화감 없이 고스란히 자신의 방식으로 옮기며 신중하게 복원한다.

크리스토퍼 리브를 쏙 빼닮은 어린 배우의 모습은 말할 것도 없고 스몰빌의 이야기를 힘을 각성한 장면 하나만으로도 처리한 날렵한 연출은 실로 발군이다.

이를 비롯 영화를 감싸는 분위기는 어린 시절 TV에서 1편, 2편을 봤을 때의 나른함과 격정을 그대로 옮긴 듯한 '의도된' 구식 분위기로 가득하다. 묘한 기시감과 더불어 확실히 [엑스맨] 때와는 다르게 또 하나의 슈퍼히어로물을 대하는 감독의 사려깊음과 진중함이 느껴진다.

- 아버지의 말, 계승의 문제.

기술적으로도 거의 한계가 없는 지경에 다다른 지금. 말론 브란도의 모습과 목소리를 복원한 정성은 기술과시 라기 보다는 본작이 다루고 있는 테마에 대한 천착을 보여준다.

5년 동안 크립튼 행성의 행정을 누빈 슈퍼맨의 상실감과 히어로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재고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대한 각인을 낳게 하고, '집에서 나가!'라는 말 밖에 성장기에 들은 기억이 없는 렉스 루터는 '가짜 아들' 행세를 하며 남의 아버지에게 지식을 습득한다.

결국 아버지가 들려준 책무감을 각인한 슈퍼맨은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야 함을 인지하고, 반면 렉스 루터의 파국은 예상된 모습이다.

게다가 이 히어로의 연대기는 이번 편에 와서 계승될 조짐마저 보이니 또 하나의 아버지가 탄생한다. 아버지의 말과 교훈은 계승될 것이고 연대기는 이어진다.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 본작은 액션보다는 이런 정서가 상당간 압도를 하는 형국이다.

- 그래서 다시 보고 싶은.

대량 물량 공세와 폭발쇼가 기본인 여름 블럭버스터 시장에서 활공하다 묵직하게 안착한 슈퍼맨의 몸짓 같은 본작은 어쩌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기대한 모양새와 다를지도 모른다.

구름을 가르고 새어나오는 빛과 함께 내려오는 저 히어로를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그 옛적의 슈퍼맨을 긍정하는 사람들일 터. 영화와 앞뒤를 감싼 익숙한 테마가 주는 가슴벅참만큼이나 이 슈퍼맨의 귀환을 환영하는 바, 조금 시간이 지나서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사실 슈퍼맨이 아니라면 어디서 안경 하나 차이로 사람을 못 알아보는 만화적 인물들과 악당의 황당무계한 계획의 실천을 볼 수 있겠는가!)

핑백

  • 렉시즘 : ReXism : 렉시즘 슈퍼 히어로 무비 베스트 3 2008-06-14 11:49:49 #

    ... 안 감독 / 2003)1위부터 완전 뜻밖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듯. 난 아직도 사막을 경공술 마냥 뛰어다니는 이 초록색 CG 덩어리를 보고 간혹 눈가가 시큰해질 때가 있다.2. 수퍼맨 리턴즈 (브라이언 싱어 감독 / 2006)은근히 숭고한 톤의 히어로 무비를 좋아하는 듯 하군. 헐크와는 다른 의미로 아버지-아들간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네. 헐크의 경우는 숙명적인 ... more

덧글

  • 주성치 2006/06/29 17:40 # 삭제

    잘봤습니다 ^^
  • 골빈해커 2006/06/29 17:52 # 삭제

    역시 슈퍼맨의 맛은 어이없음이죠!
    근데 너무 기대한건지 어이없음의 규모가 좀 작아서 아쉬웠습니다. ㅜㅡ
  • 행인1 2006/06/30 00:29 #

    아직도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아참, 링크해도 될까요?
  • EST_ 2006/06/30 02:59 #

    매번 렉스님의 감상을 읽을때마다 어쩜 이렇게 제 마음을 잘 표현해주시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전 정작 제 글 쓸때는 쓸데없이 장황하기만 하거든요:)
  • 렉스 2006/06/30 14:09 #

    주성치님 / 감사 :)

    골빈해커님 / 후편에는 좀더 크게 뻥을 때려주길 :)

    행인1님 / 죄송합니다만 거부하겠습니다...

    EST_님 / 헉...그 정도입니까. 되려 영광입니다만 전 오히려 EST_님의
    티켓 수집과 추억담이 꽤나 좋은걸요+_+
  • 영원제타 2006/06/30 21:30 #

    아아, 보고 싶게 만들어주는 감상이십니다.
  • 원별걸다 2006/07/01 00:41 #

    잘봤습니다.:)

    확실히 브라이언 싱어는 '정서'를 우선시하는 감독이더군요. '볼거리'를 강조하는 브렛 레트너와 다르죠. 섬세하고 창의적인 연출감각면에서는 당연히 싱어의 손을 들어줘야 겠지만.. 화끈한 볼거리도 여름 블록버스터의 중요한 덕목이라는 걸 생각하면.. 저 개인적으로는 선뜻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가 힘들더군요.
  • LINK 2006/07/01 06:54 #

    저두 다 보고 나니 '이건.... 슈퍼맨 세상 사람들 아니면 참 뭐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_-;
  • 렉스 2006/07/01 15:10 #

    영원제타님 / 앗...감사합니다^^;

    원별걸다 / 네...블럭버스터란 '개인적'이 되면 좀 곤란한 구석도 있기에.
    그러나 어쩔수 없습니다. 브렛 '정말' 싫습니다;

    LINK님 / 그 순진무구함과 만화스러움...뭐 좋지 않습니까 :)
  • 2006/09/19 19:1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렉스 2006/09/20 16:12 #

    비공개님 / 감사합니다^^) 멀티미디어를 위한 컴은 아니라 배려에 대해선 수혜를 못 받겠지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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