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 영화 [괴물] 이야기에 앞서.

영화 [괴물]의 초반부는 거침이 없다. [죠스]처럼 예산비의 절감을 위한 지느러미 노출로 인한 감질나는 공포 효과도, [갓질라]처럼 어선 두개를 뒤집는 초반 분위기 조성도 없다. 괴물은 어느새 저벅저벅 뛰어오며 사람들을 덮치고 튕겨내고 삼킨다. 괴물의 움직임만큼 놀라운 것은 그 괴물이 뛰어다나고 넘어지는 한강 주변의 실재감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공간을 습격하는 이형의 생경하지 않는 존재감. 오늘은 영화 [괴물]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한강에 관한 이야길 그냥 해보려한다. 내가 서울 토박이가 아닌 바에 한강 곳곳을 알랴.(토박이들도 모른다고 덧글 달겠지만서도) 이방인이 터놓아서 더 인상적인 대목이라고 치자.

- 0. 한강은 거대한 서울이었고, 전시 태세의 서울이었고, 휴식과 한적한 서울이었고, 비 내리는 서울이었다.

- 1. 어린 시절 서울에 기차를 타고 입성할 때의 감각을 기억한다. 거대한 광고판들과 10층 이상의 건물들의 나열, 그리고 역광장의 전망을 장악하는 대우 빌딩. 그리고 그 무엇보다 드넓게 펼쳐진 한강과 그 간격을 건너는 한강 다리. 촌아이는 그렇게 압도당했다.

- 2. 군 시절 예비군 훈련 보직만 담당한게 아니었다. 아무튼 **구 작계 지역(작게인지 작개인지 이것조차도 이젠 표기법을 모르겠다) 담당 부대였으므로, 양*대교, 마*대교, 서*강대교를 갔었다. 야간 훈련엔 바리케이트를 움직이고, 주간 훈련엔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부대 소속으로 드르륵 거리는 전차도 구경하고 - 강을 건넌다! 말 그대로 도하 - 우리는 그 주변을 경계했다.

그 덕분에 강변에 있는 콘테이너 슈퍼와 농구장, 운동기구, 주차장은 전쟁을 대비한 공간으로 변이한다. 우리에겐 얼마만의 사회 공기인데 그 공기를 앗아가는 전쟁 감각의 주입! 그런데 기묘하게 그렇게 엎드려 총 자세로 경계를 취하면 묘하게 나른해지고 한적해진다. 그래서 되려 우리는 군인으로서의 전쟁 감각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우리는 왜? 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 3. 배두나가 타다닥 걷던 교각 사이의 뼈대들, 그거 나도 경험해 보았다. 상병 때 보직과는 관계없이 검열을 앞둔 작전도를 그린 나는 고소공포증에도 불구하고 장교가 따라오라면 따라가고 이것저것 주변의 지리를 그리기 위해 그곳을 갔었다. 꽤나 아찔하게 밑을 흐르는 한강과 튼튼하다고 믿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겁이 부쩍나던 아슬한 뼈대들.

- 4. 요로이시군이 군대 간다고 했을때 아해들과 모였고, 여의도 부근의 시민공원은 북적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잔디밭에 있는 이들에겐 중국집 주문을 받는 오토바이가 다녔고 일반 슈퍼보다 비싼 그곳 물가를 감당하고 맥주캔을 따던 사람들...

- 5. 그 사람과 같이 탄 한강유람선과 한번 갔던 선유도 공원이 주던 한강의 인상은 한적함과 편안함이었다. 약간 따꼼한 햇살과 좋은 바람도 더불어.

- 6.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한강은 아무래도 최근의 폭우였다. 2호선을 타며 본 광경, 산책로는 물에 흠뻑 잠겼고 몇몇 가로수와 등이 빼꼼 나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하얀 플라스틱 부유물과 흙탕물의 물결에서 뱀처럼 보이던 검은 물줄기.

그럼에도 한없이 내렸다. 오늘도 그렇다. 참 신기하기도... 영화 [괴물]은 한강에 대한 생각을 이토록 낳는 실재감의 영화였다. 그 자체가 한강의 공기를 포착하기 위해 전작의 '김상경의 얼굴(또는 송강호의 얼굴)' 같은 요소도 과감히 포기한 듯했던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하자. 영화에서도 그렇게 비는 끝없이 주룩주룩이었다.

by 렉스 | 2006/07/27 19:53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1) | 핑백(1) | 덧글(9)

Tracked from Every Romant.. at 2006/07/28 13:16

제목 : 부조리의 ‘괴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괴물은 똥꼬가 없다. 크리쳐 디자인부터 부조리한 짐승이다. 똥을 눌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먹은 곳으로 다시 똥을 눈다. 이 얼마나 더럽게 부조리한가. 이 영화는 시종일관 국가, 사회, 단체, 가족, 개인의 모든 부조리함을 담아놓은 부조리의 골뱅이 통조림 같은 영화이다. 가족은 도무지 가족답지 못하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가정에 소홀하고 밖을 떠돌았으며, 큰아들은 어눌한데다 틈만 나면 낮잠을 잔다. 둘째는 4년제 대학 운동권 출.....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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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은 at 2006/07/27 20:45
아, 보고싶군요. 한강의 공기를 포착했다는 말에 갑자기 무서운 것에 쥐약인 사람이지만 마구 보고 싶어졌습니다. (우황청심환을 먹고 보는 것도?)
Commented by 愚公 at 2006/07/27 22:05
'작전계획'이니까 '작계'가 맞겠지요.
Commented by Hong at 2006/07/27 22:13
으...영화를 보고나니 앞으로 오밤중에 한강다리 건너는게 굉장히 꺼려질듯한-_-;;;;;;;;
Commented by 요로이시 at 2006/07/27 23:42
ㅎㅎ 행님 저도 오늘 영화보면서..
아..나 군대갈 때가 생각나더군요..
짱깨와...캔맥주..^^

한강은 참 신비로와요...혹시알아요..있을지???ㅋ


군인과 경찰들의 투입이 좀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더라구요..더 웅장하고..리얼하고...

도움닫기 씬은...ㅋㅋ 폭소였음...^^
Commented by 룽게 at 2006/07/28 02:09
극장문을 나설때는 단점들만 머릿속에 남아서 약간 시무룩 했는데 집에 돌아오는길에 좋았던 장면들이 한장면 한장면 수면위로 떠오르는 영화였습니다. 아...당분간 괴물 빠돌모드 될것 같아요 ;;;
Commented by neungae at 2006/07/28 09:14
한강을 가로질르는 다리들는 왜 그렇게 많은지..
하수구는 뭐가 그리 복잡한지..
한강에 대한 얘기 렉스님..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입니다..:)
Commented by 윤군 at 2006/07/28 13:17
괴물. 또 보고 싶어지는 영화더군요.
Commented by 렉스 at 2006/07/28 17:22
사은님 / 하하. 하긴 중간의 깜짝 놀라게 만드는 요소는 분명 있습니다.

愚公님 / 그렇군요.

Hong님 / 비 오는 날이면 효과 백배!

요로이시군 / 병력 투입 장면은 예산 문제이기도 하지만 왠지 이 영화의 문체에 맞다는 생각은 들더라구+_+

룽게님 / 네...저도 계속 곱씹게 되네요. 신기한지고.

는개님 / 이 도시가 만든거니까요 :) 이 도시답죠. 헤헤...

윤군님 / 넵. 아주 좋은건 분명 아닌데....
Commented by 참새선장 at 2006/07/29 05:25
비가 조낸 내려서 운전면허 시험 또 떨어졌어요 으에에에에엥 아아아앙ㅠ__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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