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28일
[괴물] : 더 많은 괴물(들)을 위하여.
카메라는 콸콸 쏟아붓는 포롬 알데히르병을 끈질기게 나열한다. 조직 사회의 이상한 부조리는 몰상식과 말 한마디의 상명하복 체계에 의한 법. 해방 공간 60여년이 지나도 예속 국가의 형편은 이렇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물에 흙탕물이 된 거대한 도시의 물줄기. 그곳에 고기를 낚겠다는 이도 있고 한 생을 마감하려는 자본가도 있다. 컵안에 들어올만치 조그맣던 돌연변이는 어느새 사람 고기 맛을 한웅큼 맛보더만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된다. 먹거리가 많은 날에 외출을 해보자!
이 도입부에 이은 영화 [괴물]의 초반 호흡은 거침이 없다. 맑은 어느 오후. 중장비처럼 교각에 대롱대롱 매달리던 '그 녀석'이 물에 푸덩 뛰어들더만 이내 수면 위로 나와 사람들을 습격한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 있던 사람들의 핏자국이 주루룩 떨어지는 공포 효과에 돌담벽을 올라오다 좌르르 미끄러지는 괴물의 코믹한 몸짓까지 한데 선사하는 이 부분은 장르 문법까지 꿰뚫는 감독의 재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괴물의 피가 강두의 얼굴에 튀는 순간, 영화는 이제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길 시작한다. 이 지점부터 모든 것이 뒤틀리는데 정작 수많은 이들을 덮치고 학살한(!) 괴물의 존재감은 합동분향소 이후 사람들에게 지워진다. 여론의 몰이는 점차 바이러스와 숙주(host)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지고 존재하지도 않는 공포장치에 사람들은 포섭된다.
바이러스와 숙주의 텅 비워진 기표는 '된장녀'라는 조어와 흡사하다. 게시판 버러지들이 실은 '(젠장) 외국제만 쓰다 얼어죽을 (녀)'라고 말하고 싶었던 욕망의 기의가 '된장녀'라는 기표로 허망하게 자리잡혔듯이, 미군과 여론은 실은 기표와 기의가 꽉 채워진 타겟 자체였던 '괴물'을 의도적으로 도외시한 채 다른 기표인 '바이러스'와 '숙주'라는 단어를 발상하며 공포를 조장한다.
'된장녀의 하루'라는 게시물이 의도적으로 조성하는 막연한 상대 - 그러나 도시 여성이라는 구체적인 타겟 -에 대한 혐오감과 흡사하게 '바이러스'와 '박강두의 체혈'은 실제로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함에도 사람들에게 공포를 조성한다. 이 아이러니의 쇼. 레드 바이러스 사냥과 (전)근대적 공간에서의 근대성 논쟁으로 소일한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봉준호의 장기인 소위 '봉테일'은 굳건한데 합동분향소의 각 캐릭터가 각각의 컨셉으로 연기를 선보이고, 환상 장면에 대한 사려깊음을 보여주는 대목은 본 영화의 축인 '한강' '가족' '괴물' 중 '가족'에 대한 축을 단단히 버티게 한다. 물론 그 축을 지탱하는 것은 각 배우들의 연기 때문임을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또한 봉준호의 '영화 친구'인 까메오들의 출연이 조금 넘치기도 하지만 그의 세계관에서 확인하고픈 이런 광경에 흡족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소소하지만 컵라면에 주전자물의 쪼르륵, 현서의 이름표, 교각 어딘가에 자고 일어난 남주, 비번을 책상에 버젓이 꽂아두는 무책임함, 그리고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공포 장치들. 분명 봉테일 답다.
그러나 이런 봉테일을 압도하는 것은 바로 괴물의 존재감이다. 꼬리 액션을 이용해 교각 이곳저곳을 타고 내리는 그 수려한 몸짓에 정말이지 압도감을! 게다가 이런 장르가 익숙하지 않은 경험의 미숙함이 오히려 영화를 초중반까지 적극적으로 만든다. 오후에 버젓이 이런 피조물이 저벅저벅 뛰어다니는 장면을 연출하더니 웬만한 괴물류 영화 못잖은 노출과 존재감을 여기저기에 과시한다. 이는 [괴물]이 담고 있는 기술적 성취의 뿌듯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봉테일이라는 영화 문법과 이런 장르적 성취가 그만 후반부에서 엉키는 아쉬움을 보여준다. 에이전트 옐로우 살포 후 보여준 액션의 합과 편집은 아쉽기 그지 없다. 깐느의 성찬과 월드컵, 그리고 7월말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런 결과물이 나온 이유는 뭘까 의문을 가져보았다.
특수효과 장면과 물리는 촬영분 외엔 편집을 위한 여분의 소스가 부족? / 감독이 이 길이 맞다고 여겼기 때문에 이 길 외의 편집은 모색 자체를 안 했다는? / 이 아쉬움은 초중반의 쾌감과 비교한 실망감이기도 하며, 지금 현재로선 영화를 곱씹는 묘한 미련에 비한다면 이 정도는 작은 실책에 불과하다고 첨부해두고 싶다.
그리하여 영화는 먹고 뱉고 - 괴물은 빗물도 받아먹고 그동안 먹은 사람들의 뼈를 와르르 뱉기도 한다 - 살아있음의 감각을 상기한다. 환상씬에서 희봉은 손녀 현서에게 하얀 찐만두를 손수 먹이고, 훗날 강두(자신의 딸을 덮친 괴물과 흡사한 통조림도 꾸역 먹던 위인 아니던가!)는 아이에게 밥 먹으라 일어나라 한다. 벌떡 일어나는 아이.
대한민국에서의 삶의 고단함, 그 안에서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안도감은 먹고 삼킴의 감각, 그리고 그것을 책임지는 가족 안에서의 위무감. 비가 하염없이 내리던 한강 주변은 이젠 어느새 눈이 펄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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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최소한 한번은 더 가서 [괴물]을 목도하지 싶다. 분명 [살인의 추억] 이상은 아니었다.(좀더 명백히 말하자면 이하다.) 기대감은 관객의 하릴없은 책임감이기도 하다. 김상경의 처절한 총구 든 시선과 송강호의 막연한 눈빛이 없는 대신 괴물은 육체성의 영화이며 그 향연이기도 하다. - 활시위를 묵묵히 당기는 남주, 화염병을 당차게 던지는 남일, 조준하는 희봉... - 그리고 이 거대한 소란극 이후 남겨진 여운은 [살인의 추억] 못지 않다.
아무튼 영화 [괴물] 덕에 우리 영화계에도 괴물이 가능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우리 영화계엔 더 많은 괴물들이 활개를 쳤으면 좋겠다. 봉준호, 박찬욱, 류승완, 김지운 이런 감독들이 동시대에 있어서 난 좋다.

그냥 한번 그려봤어어. 제작진 측은 설정집을 발간하라. 발간하라.
# by | 2006/07/28 14:28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12) | 핑백(1)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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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꼭 보고싶어지게 만드시는 군요. +_+
저 역시 [살인의 추억]보다는 이하지만 한번이상은 더 볼 생각을 가진 영화였네요.
앤딩크레딧 다 올려주는 극장에서 영화 제대로 보고 싶다는..ㅠㅠ
또 볼까 말까 했는데, 쓰신 글 보고 확실히 다시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중요한 역을 맡긴건 아닌지...-_-;;
<- ;;;
아. 다시 보고 싶어요. <살인의 추억> 보다 더 많이 보게될 것 같아요.
hkmade님 / 그들의 차기 행보도 언제나 기대 :)
도리님 / 결국 내일 한번 더 보지 싶네요.
는개님 / 극장 잘 찾으세요. 서울이라고 안심할게 아니더군요.
LINK님 / 한번 더 보는데도 기분이 좀 설레네요 :)
Hong님 / 저희들은 잘 보이라고 밝은 색 계통;
도로시님 / 안 그래도 연기 때문에 쿠사리 먹었다니 뭐.
포비님 / 감사합니다 :)
크리티커님 / 또 보는겁니다!
ivan님 / 수정(흥) 흐흐.
몽중인님 / 여전히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
영원제타님 / 그런 말씀...항상 감사히^^;
달바람님 / 대사가 잘 안 들리는건 패착;
곰탱V님 / 또 가서 확인을(퍽)
요나님 / 철밥통은 원래 그래(....)
탄이님 / 새로운 괴물들의 출현도 기대를+_+
CG 설정집 반드시 발간하라!
EST_님 / [올드보이 백서]를 보고 나름 실망해서 [괴물]은 제대로
여러 관련 도서가 나왔음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