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카 고타로 [마왕]


마왕
| 원제 魔王 (2005) | 이사카 고타로 (지은이), 김소영 (옮긴이)


[사신 치바] 이후 3개월 후 이젠 [마왕] 완독이다. 이렇게 이사카 고타로의 젊은 세계에 어느정도 합류한 셈인가.

[사신 치바]가 살짜기 [데스노트]를 연상케 했다면, [마왕]은 왠지 [20세기 소년]을 떠올리게 했다. 거창한 상호텍스트성 이런 것 보다는 생과 사를 오가는 어떤 자유로움과 사변적인 풍경이 [사신 치바]였다면, 전후 일본인의 어떤 증후군의 묵직한 기운이 [마왕]엔 서려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사신 치바]를 읽고는 일본적인 풍경과 개인에 대한 관심이 들었고, [마왕]으로는 원폭.전투공 세대.오움 진리교 이후의 집단적 증후군의 기저에 담긴 그네들의 정신적 풍경이 궁금했더라는 것.

이런 심각한 테마를 다루는 이사카 고타로의 문체는 자유로움이 있다. 슈베르트의 [마왕]을 처음 들었을 때의 유년적 공포를 시작으로, 무던하게 경제적 호황이 재개되는 일상 속에 점차 스며드는 파시즘의 기운. 이를 담담하게 두 형제와 한 여자의 시선으로 포착하는 솜씨가 제법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던 이 파시즘의 기운을 어느순간 상승하는 도전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숨가뿜의 구조도 일품인데, 승부의 결과보다는 책의 두께답게 그 도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젊은 작가의 여지답다. 활강하는 매의 시선으로 동생을 목도하는 형, 밑에서 믿음직한 형을 항상 주시하며 바라보는 동생, 이 두 형제에 대한 묘사는 [사신 치바]의 연장선 같은 소박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게다가 이 파시즘의 기운은 역자 후기의 말대로 '비단 일본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몇몇 부분에서 독자에게 공명한다. 록 공연장의 집단 후렴구, 축구 응원 속의 내셔널리즘, 강인한 정치 지도자에의 경도, 타자에의 폭력, 이런 것들이 우리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이런저런 이야길 했지만 [마왕]은 무겁고 어려운 책이 아니다. 여전히 감각적이고, 일본 만화 텍스트에 길들여진 가벼운 독자층에게도 받아들여질 여지가 많은 그의 문체와 새삼스런 문제 의식이 책장을 쉬이 넘기게 만든다.

+ [사신 치바]의 캐릭터의 까메오 출연이 반가웠다 :-)

by 렉스 | 2006/09/08 14:10 | [집히는대로 책담 | 트랙백(1) | 핑백(1) | 덧글(5)

Tracked from 달밤에 산들바람 at 2006/12/05 09:42

제목 : [마왕]
마왕 魔王 伊坂幸太郞(이사카 코타로), 웅진지식하우스, 2006 2006. 8. 31, 구입 무대는 현대 일본, 대부분의 사람은 별생각 없이 인터넷이나 다른 사람이 말한 것을 따라 말하며 살고 있고 일본을 괴롭히는 미국은 점점 더 무례해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치인이 무능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던 중 주인공인 안도는 복화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 대단한 능력은 아닙니다만,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인 것은 틀림......more

Linked at 렉시즘 : ReXism : 이.. at 2008/07/12 16:22

... [사신 치바](http://trex.egloos.com/2477490)나 [피쉬스토리](http://trex.egloos.com/3259163) 보다는 [마왕](http://trex.egloos.com/2683333)에 가까운 분위기를 띄고 있다. 총리 제도에 대한 작은 질문과 그 제도에 대한 어떤 전복 욕구, 그리고 그 안에서의 개인의 고군분투 같은 이슈는 작가가 ... more

Commented by at 2006/09/08 16:11
잘 읽었어 고마워~^^
Commented by 렉스 at 2006/09/10 17:14
달님 / 님자를 붙이니 명칭이 더 멋져지는군요 =ㅂ=)
수고하셨어요!
Commented by Courtney at 2006/09/13 15:26
전 얼마 전에 '사신 치바'와 '아임 소리 마마'를 끝냈는데 오히려 기대했던 아임 소리..보다는 사신 치바를 읽고 눈물까지 흘렸어요. 그리고 자꾸 음반가게에서 헤드폰을 낀 구부정한 남자를 유심히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

마왕은 렉스님 글 읽어보니까 괜찮을 거 같은데요? ^^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6/12/05 09:41
치바의 등장에서 전 다른 결말을 생각했는데 좀 아쉬웠어요^^;
Commented by 렉스 at 2006/12/05 10:21
Courtney님 / 3달만에 다는 덧글=_=;; 정말 [사신 치바] 마지막 에피소드는
감동이었어요 :)

달바람님 / 결국 치바는 치바대로 자신의 방식을 관철하고 임무를 완수한 셈이더군요. 에구. 아쉽지만 동생에게 작은 기대를 거는 수 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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