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문답 - "롹" [집히는대로 앨범담

낯설고 신선한 형식의 문답이다. 질문은 6개. 문장은 동일하나 키워드는 앞서 지정한 분이 주시는 지정 키워드로 답해야 하는 문답. 크리티커님이 주신 나의 키워드는 '롹'이다. 아하. 해볼까나.

최근 생각하는『롹』

여기서 나에 대해 잠깐 소개한다. 내가 앨범을 사며 듣는 유일한 여성 보컬이 딱 두 명 있다. 한명은 박정현이고, 한명은 자넷 잭슨이다.(이 대목에서 꼭 누구는 웃더라. 왜 그런지 모르겠다. 자넷 잭슨이 우습게 들리나? 난 당신네들이 떠받드는 뷰욕 보다 자넷 잭슨이 더 대단해 보인다.)

이 말은 내가 '이지리스너'라는 설명의 일부다. 난 '이지리스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듣는 부분이 얕다. 깊지 않다. 이 얄팍한 이지리스너는 어쩌다보니 락/메틀 계열을 조금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 장르를 대표할만한 좋은 지식이나 식견도 없고 듣는 부분도 협소한 내가 생각하는 '롹'은 뭐 대단하지 않다.

라는 설명을 하고 싶었다.

최근 생각하는 롹이라. 싫어하는 표현이 있다. '롹이 위기다.' '이제 다시금 롹의 시대다.' - 전자의 경우, 장르는 언제나 위기 속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움틀대지 않나? 후자는 한번도 주류였던 적이 없던 롹이 무슨 '다시금'인가. 한번도 주류였던 적이 없었던 이 나라의 롹은 실상 언제나 위기였고 그 위기를 넘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합당한 대접도 못 받은 체.

라고 적은 녀석이 실상 이 나라 롹은 잘 안 사듣는다. 나쁜 놈.

그냥 이 장르를 듣는 이유는 자기들끼리 창작하고 연주하고 빚어내는 감동이 실로 감동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장르를 듣는게 좋고 앞으로도 함께 하고프다. 그리고 이 장르를 듣는게 무슨 벼슬아치라도 된양 게시판에서 분탕질하는 인간들과는 다르게 그냥 즐기고 싶다. 죽.

이라는 횡설수설 끝.

이 『롹』에는 감동.

앨범 단위로 듣다보니 앨범 초반에 뭔가 징을 박는 듯한 구성에 감동을 받는다. 사실 돈 주고 산 모든 앨범은 이쁘지만 이 경우엔 '어떤 초반 감동'이 있었다. 최고의 앨범이나 초반만 들을만했다 이런 이야기와 다르니 뉘앙스에 오해 없길 바란다.
1. 본 좌비 - New Jersey
골수들은 롹/메틀 카테고리에도 안 넣어줄 본 좌비지만 뭐 어쩌라고. 01 ) Lay Your Hands On Me 부터 03 ) Born To Be My Baby 까지 3연타가 정신 없이 사람을 상승케 만든다.

2. 스티브 바이 - Passion & Warfare
01 ) Liberty의 거창함이 없었다면 02 ) Erotic Nightmares의 맹돌진은 다소 힘이 부치지 않았을까.

3. 메가데스 - Youthanasia
앨범 자켓도 맘에 들고, 01 ) Reckoning Day의 타다당 덕에 02 ) Train Of Consequences의 진격이 더 설득력 있게 들렸다.

직감적 『롹』

어려운 질문이다. 문항이 너무 묘해서. 직감적 '롹'이라.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걸까. 그냥 맘대로 문장 만들어본다.

그냥 그럴때가 있다. 아주 간혹. 아무 정보없이 '느낌으로' 앨범을 고르는거다. 바람결 풍문으로 들은 이름 정도만 알고, 이 앨범이 이 밴드의 어디쯤 위치한 앨범인지도 모르고 사는거다. 커버의 기운과 수록곡의 느낌을 믿으며. 그래서 산 앨범이 데프톤즈의 [White Pony], 툴의 [Lateralus]이다.

둘다 최고.

좋아하는 『롹』(무순)

신해철의 '모든 음반과 모든 프로젝트', 툴, 데프톤즈, 드림 씨어터, 스매싱 펌킨스, 슬립낫, 마스 볼타, 퀸스 오브 스톤 에이지, 푸 파이터즈, 인큐버스, 머드베인, 건즈 앤 로지스, 나인 인치 네일즈, 마를린 맨슨 등.

이런『롹』는(은) 싫다.

알고 있다. 이 곳을 오시는 분들 중에서도 이런 음악을 좋아하고 지지하고 향유하는 분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이 이지리스너의 이런 전횡에 넓은 아량을 베풀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좋고 싫음의 분명함으로 받아들여지길.
이런 팀의 이런 음반들이 이 나라에선 소위 '롹'이라고 일컫어지는 현실이 싫다. 구역질난다.

세계에『롹』가(이) 없었다면...

글쎄yo.
만약에 롹이 없었다면yo.
나는 지금쯤 다른 음악을 들어겠지yo.


그러나 결국 롹 비스무리한 것은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역사가 어떻게 재편되고 공간이 뒤틀리더라도.

바톤을 받는 5명 (지정과 함께)

- 라브리에님도 『롹』으로 키워드를!
- 환빛님은 『책』으로 키워드를!
- 스프린터님은 『간식』으로 키워드를!
- scholly님은 『미중년』으로 키워드를!
- 룽게님은 『건프라』로 키워드를!

트랙백

  • 지정문답 2006/09/11 14:53 #

    %C1%F6%C1%A4+%B9%AE%B4%E4+%2D+%26quot%3B%8E%F4%26quot%3B 지정 문답 - "미중년"렉스님께서 어젯밤 '흐흐, 수철님을 위한 문답을 만들겠...... more

  • 책으로 하는 지정 문답 2006/09/12 02:15 #

    지정 문답 - "책" 최근 생각하는 책 내게 책이란 어린 시절 유일한 놀거리였다. 집에 부모님도 없고, 장난감도 거의 없고, 놀 친구도 없었다. 난 집에서 홀로 얌전하게 책을 읽으며 놀았다. 최초의 기억 중 하나가 동화책 꺼내서 읽던 건데, 학교 간 후에는 새로 받은 교...... more

  • 지정 문답 - '간식' 2006/09/12 05:02 #

    렉스님께 받은 지정 문답. 렉스님께서 나에게 지정해 주신 키워드는 바로 '간식'이다. 그럼 시작해 볼까나~? :-)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0cm 0cm 0pt; WORD-BREAK: keep-all;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left; ...... more

  • 지정문답 - 건프라 2006/09/13 15:49 #

    어지간한 문답 바톤은 가볍게 생까지만 렉스님께서 던져주신 키워드가 너무나 크고 아름다워 문답을 받습니다. 최근 생각하는『건프라』 건담 프라모델의 준말인 건프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장르 입니다. 제한된 소스를 자기복제, 혹은 자기부정하며 파생되는 장르죠. 하지만 MG와 HG, HGUC,아울러 PG라는 등급의 출현으로 건프라들은 자신들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하나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지닌 오브제임을 주장 합니다. 마치 바비인형이나 레고블럭처럼 말이..... more

  • 지정문답 (from 렉시즘) - 2006/09/15 00:45 #

    [ ▶렉시즘(rexISM)/4차 감염 구역 : 지정 문답 - "... more

핑백

  • ▶렉시즘(rexISM) : 유행은 돌고 돌지요. 2007-10-17 10:23:23 #

    ... 0. 유행은 돌고 돈다. 1년 전 지정문답을 한 적이 있다.(http://trex.egloos.com/2688904) 그리고 올해 또 했다.(http://trex.egloos.com/3416458) 당시와 지금의 차이라면 주제 차이겠지. '롹'에서 '건프라'로 바뀐 이 ... more

덧글

  • bikbloger 2006/09/11 13:15 #

    구역질..!! 동감입니다. 지금은 그렇게 많이 듣지 못하지만 소시적에 음악깨나 들었다고 자부하는 저로서는... 락이던 록이던 롹이던... 중요한것은 Spirit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롹 스피릿=저항'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사이는 '롹 스피릿=내것 지키기, 혹은 물들지 않기'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룽게 2006/09/11 14:08 # 삭제

    헉! 거부할 수 없는 바톤!!!
  • scholly 2006/09/11 14:18 #

    헉! 거부할 수 없는 바톤!!2
  • 검날 2006/09/11 16:35 # 삭제

    Megadeth의 'Youthanasia'에 몰표입니다. 메가데쓰 다른 음반은 사실 별 매력을 못 느꼈는데, 이 음반은 한 바퀴 돌려 듣는 맛이 있더라구요. 특히 록 뮤지션의 경우 개인적인 고통의 시간 직후에 그 경험을 털어넣어 만든 음악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신해철도, 데비브 머스테인도...)
  • ▒夢中人▒ 2006/09/11 17:28 #

    저야말로 이지리스너인지라 렉스님의 이런 포스팅이 재밌고 한편으로는 알아가는 것도 많아요. 역시 역사가 어떻게 재편되고 공간이 뒤틀려도 존재할만한 것들은 존재하겠죠 :)
  • 韓浪 2006/09/11 17:58 #

    정말 한국에서 언제 락이 전성기가 있었나 의심스럽긴 하죠-_-

    싫은 락에선 저도 大공감!!특히 가운데 형씨들...구역질 나다못해 홍두깨로 두들겨 패고 싶습니다!
  • S.Labrie 2006/09/11 18:18 # 삭제

    푸 파이터즈까지...
    사랑합니다, 형님!!!!
  • 아돌 2006/09/11 19:02 # 삭제

    Reckoning Day 정말 멋진 트랙이죠. 그 멋진 드럼소리에 반할만한 트랙.. 멘자 옹 왜 아프셔서.. ㅠ_ㅠ

    youthanasia 에서 전 elisien fields 였나.. 제목이 가물가물한데 그 트랙도 상당히 좋아했었어요. ㅡ.ㅡa
  • 환빛 2006/09/11 20:07 #

    미중년 키워드가 탐나긴 하지만, 바톤 잘 받아갈게요 하하.
    버즈랑 윤도현 옆의 음반은 누구 것인지 궁금하네요.
  • MrNoThink 2006/09/11 21:32 #

    문희준 앨범은 자켓 하나는 그럭저럭이군요. 히어로 액션 영화에 출연하면 딱일 듯 싶습니다.
  • silverwing 2006/09/11 23:20 #

    이런 롹은 싫다; 부분에 풋하고 웃어버렸지요^^;
  • kritiker 2006/09/11 23:58 #

    헤드위그양이 '라이브 즐' 이라고 말했던 B모 가수가 저기에...;
  • 스프린터 2006/09/12 03:22 #

    헛, 간식! :)
    제 동생이 턱으로 바이브레이션을 한다며 재미나게 흉내 내던 그룹도 저기에...
  • 렉스 2006/09/12 14:56 #

    bikbloger님 / '롹 스피릿=내것 지키기, 혹은 물들지 않기'
    와..멋진 표현인걸요 +_+)/

    룽게님 / 그러나 트랙백은 걸지 않는 룽게님 다운 방식으로;

    scholly님 / 거부 안해서 다행;

    검날님 / 보다 사변적이고 치열해져서 그런가봐요 :)

    몽중인님 / 그러게요. 음악도 책도...

    韓浪님 / 맞으면 많이 아프겠다는;;

    라브리에님 / 사랑, 거부합니다;

    아돌님 / 이제 정말 남은 사람은 머스테인 밖에 없군요. 흑.

    환빛님 / 미중년 키워드가 탐나셨군요 =ㅂ=

    MrNoThink님 / 저 망토를 휘날리다 비행기 엔진에 휘말려;

    silverwing님 / 너무 싫어한 표를 낸 기분은 들지만=_=;

    크리티커님 / 존재감 즐이라고 말하고 싶;

    스프린터님 / 헛...어떤 밴드일까나;
  • 새치마녀 2006/09/22 00:41 # 삭제

    저와 많이 겹치진 않지만 이지 리스너란 점에선 상당히 비슷한 것 같아요.
    전 그때 그때 관심가는 거 듣거나 좋아하는 뮤지션과 관련되었다는 이유로 관심 갖고 찾아듣거나 하는 거라서 상당히 중구난방입니다. 뷁만년 전 것 새삼스레 찾아듣기도 하고 요즘 꺼 사기도 하고 우연히 들른 블로그에서 나온 음악에 좋아서 사기도 하고...그러다 보니 가요도 있고 롹도 있고 일렉트로니카도 있고 심지어 국악, 일본 샤미센 음악까지...;;;
  • 렉스 2006/09/22 13:13 #

    새치마녀님 / 다양한 건 좋은거지요. 헤헤. 그래도 디페쉬 모드 같이 특별히 아끼는 밴드도 생기고..음악듣기의 매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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