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키즈 온더 블럭 떠올리기. [집히는대로 앨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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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라이센스와 빽판이라는 개념에 익숙한 우리에게도 대형 레코드 마켓이 제공하는 직배 음반이라는 개념이 익숙해지던 때가 말이죠. 당시 콜롬비아 레코드, EMI/계몽사, 성음사/폴리그램, BMG, 워너뮤직 등의 직배사가 한국에 착륙하게 됩니다. 각 직배사는 자신의 색깔을 내세우기 위해 테이프 커버 등을 원판을 훼손하면서까지 컨셉에 맞게 차곡차곡 자신들의 뮤지션을 세상에 내놓게되죠.

콜롬비아 레코드(훗날 소니 코리아로 거듭나던 그 회사입니다)의 컨셉은 '블루'였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앨범도 파란 바탕 커버에 앨범 이미지가 턱하니~ 마이클 볼튼의 앨범도 파란 바탕 커버에 앨범 이미지가 턱하니~ 머라이어 캐리의 앨범도 파란 바탕 커버에 앨범 이미지가 턱하니~(...) 박혀 있었습니다.


그렇게 뉴 키즈 온더 블럭의 테이프들도 어린 중학생의 눈에 턱하니~ 박혔습니다. 생각해보면 쑥스럽기도 하고 부끄러운 경험이었습니다. 한참 친구들이 헬로윈이다, 스틸하트다 스피드메틀 아니면 심금을 울리는 처절한 파워 발라드에 빠질 나이대에 전 왜 갑자기 뉴 키즈 앨범 따위가 집힌단 말입니까.


음악을 듣는다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처음으로 산 앨범은 3,300원짜리 바비 브라운의 테이프였습니다. 그 이후의 선택은 줄곧 이랬습니다. 글렌 메데이로스, 알리사 밀라노, 토미 페이지 등등.. 달콤한 맛의 틴팝은 빨간 마이마이 카세트 플레이어를 지닌 중학생의 좋은 친구였죠. 이때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간혹 TV 속에서 '누나'와 '형'들에게 연호하는 철없는 남학생들을 보며 비웃는 고집스러운 락음악 팬으로 굳은 상태이긴 하지만, 이 시절의 저 자신을 부끄럽다고 여기진 않는 얄팍한 마음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 정말 이들을 당시엔 누구보다도 좋아했고 즐겨 들었으니까요.


시점을 현재로 갑작스럽게 돌려서.. 최근 뉴 키즈 온더 블럭을 이름을 내걸고(라기 보다는 소니뮤직 코리아의 이름을 내걸고) 앨범 [The Essential New Kids On The Block]가 발매 되었습니다. 현재 음악씬의 외양으로 봐서는 절대 사랑받을 목록이 아니죠. 앞으로 소니 뮤직 코리아는 The Essential 이라는 타이틀로 국내용으로만 낼 베스트 앨범들을 발매 대기중에 있다고 합니다. 즉 그때의 기억을 아련하게나마 붙잡고 있는 몇몇(그러나 은근한 다수의) 대중들을 위한 기획이라고 봐야죠. 저 역시 [The Essential New Kids On The Block] 앨범을 마주치는 순간 새삼 떠올리는 기억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일단 앨범의 구성은 튼실합니다. 사실상 뉴 키즈의 베스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투어 기념용 그레이티스 히츠 앨범, 슈퍼 히츠 앨범, H.I.T.S 앨범 등 타이틀도 제각각 서너번의 시도가 있었죠. 베스트 앨범을 꾸미기에 참 편한 그룹이기도 합니다.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곡들이 워낙 선명해서 그것들을 모으면 앨범 하나의 볼륨으로 딱 적당하거든요. 이번 [The Essential New Kids On The Block]의 의의라면 그런 한 장으로서의 시도를 넘어 각 멤버들의 솔로 넘버나 크리스마스 앨범 등에 실린 번외편(?)들도 두장에 나눠 빼곡히 채웠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앨범에서 찌릿하게 감동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뭐냐구요? 이 앨범엔 별도로 실린 한장의 해설지 외엔 친절한 구석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흔한 크레딧 하나 없이 나머지는 이들의 전성기를 장식한 수많은 사진들이 채워져 있죠. 처음에 집어들고 보다가 이내 알듯 모를듯한 뜻없음의 웃음이 흐르더군요.

"내가 소시적에 모은 사진들하고 일치하는게 왜 이렇게 많어?"

하하.. 이런. 네 그렇습니다. 전 뉴 키즈의 테이프를 하나둘 용돈을 쪼개서 사모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들의 사진을 모으는데 열성이었습니다. 정말 좋아했습니다. 아무렴요. 누구보다도 좋아했습니다. 앨범 부클릿 속의 사진들을 보며 당시에 100원, 200원에 사모으던 멤버 사진들을 떠올리는 얼굴 발그레해지는 회고적 취미를 감행해 봅니다.


각 멤버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간략한 프로필도 외우고, 각 곡에서 파트별 보컬도 알아맞추고, 투어 영상이 뜨면 비디오에 재깍 녹화하고, CD가 아닌 테이프이긴 하지만 발매한 모든 앨범을 가지고 있으며 늘어나도록 듣고.. 성격이 소심하지만 않았으면, 광란의 그 콘서트 현장 먼발치에서 멤버의 이름이 적힌 피켓 하나 들고 연호했을지도 모를 입니다.

"조이이이~~~~ "


지금은 그 사진집이니, 녹화 비디오 테이프니 하는 것들은 없습니다. 이사를 간 것도 아니고, 굳은 마음을 먹은 것도 아닌데 어느새 차곡차곡 정리해서 버려졌습니다. 그동안 세상은 많이 바뀌었죠. 일단 그들 자신이 바뀌었습니다. 뉴 키즈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흑인 음악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앨범 [face the music]을 발매했지만, 의도와 달리 '공식적인 팬들과의 마지막 인사'가 된 셈이었고, 멤버들 각자 솔로 활동에 치중하지만 인지도면에선 신통찮은 결과를 낳았죠.

오히려 이들의 영광 후 수년 뒤에 [롤링 스톤]誌의 커버를 '백스트리트 보이즈'가 장식하는 이변의 시대가 펼쳐지죠. 그렇습니다. 얼터너티브와 뉴 펑크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청년 문화의 영토는 자본의 껍질을 뒤집어쓴 힙합의 코드와 틴팝의 물결이 지배합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마돈나와 나란히 무대에 섰으며, 엔씽크의 저스틴 팀브레이크는 흑인 음악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뉴 에디션'이라는 흑인 스타덤을 키워낸 인물, 모리스 스타는 사실 뉴 키즈에게 이런 미래를 선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런 미래가 선사되기도 전에 뉴 키즈는 이미 과거형의 퇴적된 지형물이 되었지만요.


그래서 [The Essential New Kids On The Block]는 묘한 아련함을 선사합니다. 한때 그렇게 열광적이던 중학생팬은 나이를 먹어 락의 영역을 더럽히는 M 뮤지션이 게시판에서 놀림감이 되는 것을 웃음 머금고 구경하고 있으며, 여의도의 아이돌에게 '작동완구 인형'이라는 별명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뉴 키즈를 회고하는 것은 세상의 음악을 각각 구분지으며 편견의 잣대를 내세우지 않았던(몰랐던?) 순진한 시대를 회고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제 그럴수 있었던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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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끄레워즈 2004/08/30 14:08 #

    예전에 뉴키즈가 내한공연을 가졌을 때...
    한 여학생이 실신했다고 기사가 나왔을 때 참 대단했었던 기억이...

    지금은 워낙 비일비재 해서 아무렇지 앟았지만...
    당시에는 사회에선 나름대로 충격이었을 듯도 합니다.
  • 요로이시 2004/08/30 14:16 # 삭제

    영어에 영자도 모르는 내가..스텝 바이 스텝을 들리는 데로 따라했던 기억이..ㅋㅋㅋ 우비 베이베~~
  • 크랩스 2004/08/30 15:06 # 삭제

    중딩 시절 접했던 그 곡 스텝바이스텝~ 우비베~ 뭐가 좋다고 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피식

    흩어져서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다던데..
  • 아롱이 2004/08/30 15:22 # 삭제

    스탭 바이 스탭. 전 학교의 학생들을 태풍처럼 쓸고학 추억의 곡이네요. ^^* / 근데 뭐가 부끄러워요. 취향의 높낮이 뭐 있다고.
    되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갑자기 초딩때 서태지 엽서 모으던 때가 떠올라요. 히히.
  • 렉스 2004/08/30 16:03 #

    끄레워즈님 / 그 사건 이후로 청소년 상담 프로나 좌담회 프로에서
    내린 결론이 "세대간의 대화 부족으로 인한... 극복방안은 잦은 대화와
    서로간의 이해"였었죠=_=; 새 천년이 흘러도~(랄라;)



    요로이시군 / 뉴 키즈를 싫어하던 좋아하던 그 도입부는 누구나
    따라할 수 있었던...어허허...



    크랩스군 / 도니 월버그가 [식스 센스]에 나온다길래 두번을 봤음에도
    도대체 닮은 놈 하나 안 나온다 했더랬죠. 알고 보니(...)

    그의 다이어트에 경악했는데,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선 정말 멋지게
    나오더군요!




    아롱이님 / 일종의 쑥스러운 커밍아웃이라고 해두죠. 헤헤...
    서태지는 서점 갈때마다 잡지 인터뷰를 탐독하며 알바 누나의 매서운
    서릿발 공격을 감내하던(....)
  • 보글 2004/08/30 17:38 # 삭제

    도니가 식스센스에 나왔어? 오~~ 전혀 몰랐는데...
    뉴키즈는 우리 학창시절을 추억할때 빠뜨릴 수 없는 아이들임엔 틀림없지...얘네들 죽어라 좋아하던 동창들...요즘 어케 살까나?
  • 리들리짱 2004/08/30 20:28 # 삭제

    첨 대학교에서 자네를 알게되었을때, 자네와 나와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비슷한면이 있음을 알고 상당히 좋아했었지....언젠가 자우림의 테이프를 교환해서 들으면서도, 주위에 나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음이 얼마나 흐뭇했던지.....그런 자네가, 당시 뉴키즈를 대단히 혐오하면서, 각종 락음악에 심취해 그 습성이 지금까지 이어온 나와 반대로 뉴키즈를 좋아했단 사실은 일종의 충격, 그 이상이었다네....자네에게도 그런시절이 있었다는게 일견 믿기지도 않았고......뉴키즈......지금도 난 그들이나 백스트리즈보이스나 별반 다를게 없다고 생각해.....난 그저 펫샵형님들과 펄잼 형님들이나 볼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아! 이니그마와 크렌베리는 언제나 원츄....^^!암튼 자네의 음악면중에서 유일하게 내 생각을 여지없이 무너뜨린게 뉴키즈였네.....^^!
  • 크랩스 2004/08/30 21:09 # 삭제

    이름은 모르겠으나 브로드웨이에서 연극한다는 녀석도 있다고 하더군요. 저번에 틱틱붐이란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왔었는데..
  • 렉스 2004/08/30 22:30 #

    보글 누이 /
    Djuna님의 [식스 센스]리뷰 : http://djuna.nkino.com/movies/the_sixth_sense.html
    를 살짝 엿볼까요? :) '아동 심리학자 말콤 크로우 박사는 집에 몰래 침입해서
    그를 저격하고 자살한 옛날 환자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대목이
    있죠? 도니 월버그가 믿기 어렵지만 그 피골상접한 환자역이었습니다;;



    리들리군 / 역으로 생각해보자면 오히려 공통적인 요소는 유일하게 자우림만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 리들리군에게 반젤리스가 목숨 같은 음악이었다면,
    나에겐 넥스트가 그랬고.. 뉴 키즈는..음 그렇게까지 충격적으로 보였나?

    알리사 밀라노 같은 동남아=_= 타겟 연예인 보다야 1년중 2/3을 월드 투어로
    최고의 엔터테이너의 면모를 과시한 뉴 키즈가 낫진 않았을까..하하...

    아무튼 나이가 드니 그렇더라구. 게시판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최고 명반이
    어쩌구 하는 평론가 흉내내는 네티즌들 보다 왕성한 소화력을 지닌 조용한
    음악팬들이 더 부럽고 지향점이 되더라구.
  • 레이첼 2004/08/31 11:15 # 삭제

    어렸을때-_-?;;;(라고하긴 좀 그렇지만;)
    도니 윌버그 좋아했는데요-ㅅ-
    춤도 귀엽고..노래도 귀엽고..스탭 바이 스탭!
  • 렉스 2004/08/31 13:12 #

    크랩스군 / 아마 조이 맥킨타이어일 겁니다. 솔로 음반도 내고... 원래 춤이야
    되는 친구고, 보컬이 문제인데 그쪽 시스템엔 맞는 모양이군요 :)




    레이첼님 / 전 국민의 팝송이었군요; 스텝 바이 스텝;;




    + 얼레..덧글 개수 제한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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