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The Songs For The One]

신해철 [The Songs For The One] 앨범을 보는 4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음악취향Y](http://cafe.naver.com/musicy/721)에 올렸다. 요지는 이 앨범 꽝이라는 소리.

신해철 [The Songs For The One]
CJ / 2007/02

01   감격시대 (1'02) 
02   L-O-V-E (2'41) 
03   My Way (3'31) 
04   A Thousand Dreams Of You (3'28)
05   하숙생 (2'43) 
06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3'19) 
07   Moon River (3'15) 
08   장미 (3'23) 
09   Something Stupid (2'59) 
10   Thank You And I Love You (4'01) 
11   When October Goes (4'08) 
12   Sway (3'47) 
13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3'43) 
14   재즈 카페 (4'38) 
15   You Are So Beautiful (2'34)
 

첫곡이자 연주곡인 박시춘 원작의 '감격시대'가 주는 아이러니가 쌉쌀한 맛을 준다. 친일 가요라고 알려졌으며 제목이 주는 뉘앙스 덕에 되려 '해방 공간'의 기쁨을 대변했다는 노래의 운명처럼 이 앨범을 대하는 나의 입맛(귓맛?)도 쌉쌀하고 찜찜하다. 신해철의 신작 [The Songs For The One]을 듣는 - 소위 팬이라는 사람의 - 감상기 방향 4가지.

실제 악기 사용

솔로 데뷔반에서부터 '시퀀스의 아이'라는 운명을 타고난 신해철이었다. 90년대 한국대중음악을 다룬 모 도서에 있는 인터뷰에서 "아무리 컴퓨터 붙들고 음악 만들다가도 기타 한 번 후려치면 속이 트이면서 '그래, 이게 진짜 음악이지' 하게 되는데 어쩌겠는가?"라고 뱉을만치 또 한편으로는 락이라는 장르적 축을 갖고 있었지만, 그는 근복적으로 시퀀스와 프로그래밍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뮤지션이기도 했다.

영국행 이후 발매한 일련의 시도들은 - [Crom's Techno Works]와 [Monocrom] - 물론이거니와, 기본적으로 락 음반이라고 칭할 비트겐슈타인과 [개한민국] 앨범에서 선보인 '저예산 레코딩 방법론', '가짜 오케스트레이션 만들기', '드럼머신 프로그래밍 찍기' 등으로 한동안 그의 관심사는 한계 상황 안에서의 사운드 창출이었다.

그러던 그가 작년 초 발매한 [ReGame?]의 사운드와 로열 필 초청 공연이라는의 형태로 다시금 '풍성한 사운드'라는 외적 표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새해 본 솔로 프로젝트에선 대단위의 빅 밴드 편성이라는 과시욕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 음악 만들기의 다난함과 경제적 어려움은 그에게도 해당되는 것일진대 이런 행보는 의외이기도 하다. 이런 사운드에 대한 천착은 '전성기 시절의 넥스트'의 모습과도 닮아있기도 하다. 실제 악기의 실제 연주라는 사운드 로망은 '엔지니어로서의' 신해철의 관심사 중 한축이지만 본작은 다른 의미의 패착을 낳기도 했다.

오희정과 함께 한 'Something Stupid'에서 편안히 흐르는 현악과 리듬을 깨버리는 관악의 드센 사운드는 참 듣기 불편할 지경이다. 그가 낸 유수의 앨범 중 독특하게도 음악적 감독의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양보한?) 독특한 위치 때문인가.

장르 탐식가

시퀀스의 아이이자 기타 작곡의 아이라는 두가지 축을 지닌 그이지만 재즈 장르에 대한 관심사는 사실 영 생뚱맞은 것은 아니었다. 소급하자면 일찌기 [무한궤도] 녹음 당시 영입한 정석원과의 교류와 그 결과물들이 - '어둠이 찾아오면'과 '거리에 서면' - 이를테면 그 증거라 하겠다. 물론 그 결과물들은 상당간 '가요적으로 개량화된 재즈 장르'의 트렌디함이었지만. 그 치기어림과 탐식욕이 오늘날의 신해철을 증거함은 사실이다.

그러나 본작은 일단 재즈라는 장르에 대한 접근에 있어 큰 부담감이나 탐구욕, 책무감을 입지는 않은 듯 하다. 선곡의 보편성과 간결한 팝(또는 대중가요) 앨범의 구성에서 크게 비껴가지 않는다. 그의 전체 디스코그래피 중에서 재즈 장르를 직접적으로 건들지 않으면서도 괄목할만한 소득을 거둔 넘버 '재즈 카페' 같이 장르를 뛰어넘는 쾌감을 선사하는 트랙은 부재하다.

게다가 정작 빅밴드를 대동한 '재즈 카페'는 재미가 덜 하다. 이 곡이 주는 앨범 상에 주는 재미는 사실'지리한 선곡이 지나가니 이제서야 신해철 노래가 제대로 나오는구나!'하는 슬픈 위안 정도 뿐이다.

배짱 보컬리스트

주지하다시피 (농반진반으로) '가위바위보'로 보컬리스트 자리를 차지한 신해철은 '최상의 보컬리스트'는 분명 아니었다. 그러나 [Lazenca : A Space Rock Opera]에서 보여주었던 절정(그리고 밴드 사운드의 절정)은 영원한 그리움과 아쉬움의 대상이다. 사실상 이 시기 이후로 신해철의 보컬은 꾸준한 하락세 내지는 '한계가 분명한 정체기'였다.

앨범 자체로는 앞으로도 더 살펴볼 여지가 많다고 생각하는 [Theatre Wittgenstein: Part 1 - A Man's Life]가 등장 직후 바로 (음악)팬들에게 실망을 준 것은 달리진 그의 보컬이 보여준 한계라는게 어느정도 내 확신이다. 이후의 [개한민국]과 [ReGame?]이 팬들을 고양시키기엔 힘이 부치는 것도 사실이기도 하며.

본작에서 그가 보여주는 보컬은 장르 표방도 아니며 그 자신의 '한계 탈출'도 아닌 듯 보인다. 어쿠스틱 기타 한대와 함께 한 마지막 트랙 'You Are So Beautiful'은 심지어 그 자신이 토로하는 보컬리스트로서의 한계를 보여주는 '자학 개그' 같다.

개인적 여흥

그럼 이 모든 상황이 이렇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나로서는 비오는 날 창 너머로 보이는 한강의 가로등을 바라보며 한손에 꼬냑 잔을 들고 아내와 춤을 출 수 있는 노래들을 만든 것으로 대만족이다.'(쌩쓰 노트에서 발췌)

본작은 밴드(또는 사운드트랙) 사운드의 음악감독을 자임했던 과거작들과 달리 어깨에 힘은 뺀 그의 여흥이 담긴 음반이다. 'L-O-V-E'에서 보여주는 스튜디오 녹음시의 흥겨움은 기량과는 별개로 와닿는 부분이며, 'Thank You And I Love You'와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에서 보여주는 특정 대상에 대한 짠한 애정은 못 말리는 솔직함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그는 자신의 디스코그래피 중 재평가의 여지가 충분했던 작품들과는 - [정글스토리], [세기말] 사운드트랙, [Theatre Wittgenstein: Part 1 - A Man's Life] 등 - 전혀 다른(즉 재평가의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이는) 음반을 세상에 선보이고야 말았다.

[07/02/03]

* 크레딧 *

Produced by 박권일
All tunes Arranged & Directed by Peter Cas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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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스 | 2007/02/03 14:02 | └rex in 음악취향Y | 트랙백(2) | 덧글(13)

Tracked from Reality bite.. at 2007/02/09 16:12

제목 : 신해철 - The Songs For The One
신해철 - The Songs For The One신해철 노래/CJ Music 우선적으로, 저는 신해철씨의 음악을 꽤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밝혀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늘 그랬듯 신해철씨의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에 공개되었던 포스터와 여러 곡명들을 확인하면서 기대감을 높여두었습니다. 네. 나온 앨범을 들어보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기대감을 많이 높여놓았고, 그 기대감에 혼자 만족하고 그 결과물이 제 기대감 이상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늘 그랬듯......more

Tracked from 구손랜드® at 2007/02/18 21:36

제목 : 신해철 #The Songs For The One(2..
신해철.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그리고 신랄한 그의 말 한마디 만으로도 사람을 주목시키게 만드는 인물. 하지만 난 사실, NEXT나 비트겐슈타인 또는 신해철이란 사람의 음악은 그닥 좋아하지 않고, 또 많이 들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관심있는 분야인 JAZZ에 도전한 그의 소식을 듣고 한번쯤 시선이 갔고 귀가 쫑긋 해졌다. 처음 듣고 딱 와닿는 느낌은 그는 ROCK적인 Vocal에서 그 색을 많이 빼지 못했고, Jazz란 것이 자칫 잘못 건드리게......more

Commented by 램씬 at 2007/02/03 15:09
향뮤직에서 보았던
보컬에 대한 예찬들은 다 뭐였지..ㅡㅡ;
이번 앨범은 정말 자기만족을 위해서 만들었다는게 맞는 것 같네요.

//넥팬에 신해철씨가 올린 글을 보면 팬은 맹목적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럼 저는 아직 팬이 아닌가 봅니다.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7/02/03 20:19
진정한 팬은 맹목적이어야 한다...일견 옳은 말인 것 같네요.

그러니까..."빠"란 거잖아요? 제가 노빠인 것처럼-_-;;

암튼 저는 신해철님께는 "비판적 팬"이랄까;;

아직 음반 사지 않았습니다. 왠지 안땡기네효;;
Commented by 조조 at 2007/02/03 20:55
어제 씨디 도착했어요..
(나름 기대했는데, 싸인씨디 아닌 것은 약간 아쉬워요;)

저 역시.. (재즈가 원래 취향이 아닌 것도 이유겠지만)
이번 앨범은 전혀 안 끌리네요. 두번 듣고 접었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넥스트만 기다리렵니다 ㅠㅠ
Commented by 요나 at 2007/02/03 21:20
음.....저도 한번 싹- 훑어 듣고는. 다신 안듣게 되는-_-;
++ 조조님. 포스트의 해답이 여기 써 있구만요 ㅎㅎㅎ
Commented by 韓浪 at 2007/02/03 21:37
해철옹이 기어이 내고 말았군요-_-;;;;

음반은 안들어 봤지만 왠지 햇필드가 댄스 그룹 결성한다는 소릴 들은 것 같은 이 어색함은 뭘까요(...)
Commented by kritiker at 2007/02/03 23:51
마지막 문장이 가슴아픕니다...ㅠㅠ
Commented by 미스템버린 at 2007/02/05 10:29
몰라요~ 괜시리 심난 ㅜ.ㅡ;;
Commented by at 2007/02/05 11:13
역시 못사겠네요.
그냥 안사고 막연한 호감을 유지할래요.
Commented by 렉스 at 2007/02/05 11:18
램씬님 / 넥팬은 그냥 신해철과 멤버들 글만 봅니다. 거기 커뮤니티는
볼만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_=; 그런 팬문화에 대해선 전 할말이 없군요. 하하.

꿈의대화님 / 저는 일견 반대. 하하.
안 댕기는게 당연합니다. 저는 라이프 로그에서 바로 내렸;;

조조군 / 그냥 다시 기타줄 댕겨주세요. 해철님;;

요나양 / 바로 진열장에 들어간 앨범;

韓浪님 / 제임스 햇필드(feat.nelly)가 나을지도;

크리티커님 / 어쩔수 없;

버린양 / ....ㅜㅜ)

쥴님 / 영업블로거의 양심을 걸었;;
Commented by silverwing at 2007/02/07 07:26
팬이라서 샀는걸요 , 뭐(..) 취향이 아닐걸 알면서도 사주는, 이만하면 '맹목적' 팬;
Commented by 렉스 at 2007/02/07 09:16
silverwing님 / 저도 언제까지 이렇게 맹목적일 수 있을까...요즘은 솔직히 고민합니다;
Commented by 검날 at 2007/02/08 15:27
저도 팬으로서의 감상기를 블로그에 쓰긴 했지만 방향은 조금 달랐습니다. 렉스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건, 어쩌면 제가 빠심 탓으로 이번 음반의 허물을 적나라하게 들춰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일테구요.

보컬에 있어서는 100퍼센트 공감합니다. 성대의 힘이 많이 떨어졌다는 건 건강 상의 이유이든 무엇이든 사실인 것 같고, 그래서 작년 리게임부터는 보컬 역량에 맞추느라 곡이 듣기 좋은 높이로 만들어질 수 없게 된 것 같아서-물론 이건 음악 문맹인 제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지만-슬픕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작년 봄부터는 렉스님의 평가나 감상에 따라 제 귀도 방향을 달리하기 시작할 정도로 잘 읽고, 열심히 느끼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렉스 at 2007/02/09 10:15
검날님 / 이제 이글루스 말고 다른 곳에 계시나보군요. 에구.
저도 아직은 들춰낼 용기가 없지만 이 정도로 간 것은 - 웹진에서는 '비판적'이라고 하더군요.

- 이번 앨범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해서였죠. 어느 웹진에서는
별 한개를 주더군요. 그 글의 논조와 그 리뷰 밑에 달린 숱한 덧글에
동조는 못하더라도 저는 기본적으로 밤하늘의 별이 무수히 많아도
이 앨범엔 별 한개도 주기 싫습니다. 허허.

물론 별의 갯수가 중요한 것도 아니거니와 근본적으로 이런 앨범이
청자들에게 줄 즐거움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아닌거 같습니다. 지금 진열장에 꽂혀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자주 들을 앨범은 아닌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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