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行

0. 회사가 웬일로 월차를 줬을까.


1. 그런 날이 있다. 어떤 날은 060 서비스 전화나 '하나로 이용하시는 고객님이시죠?' 등의 전화 밖에 오지 않는 조용한 날이다가 세상 몇몇 이들이 특정한 날에 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그런 날.

어제가 그랬다. 강변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어떤 복학생이 전화를 하는 것으로 포문을 연 뒤, 고속버스에 눈을 붙일라치면 동생에게 전화가 왔고, 어디서의 문자가 왔고,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그렇게 서너번 잠을 깨니 민감해진 나는 개개별의 문자와 전화에 대해서 그렇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았다가, 종내에 이상한 모든 감정들을 총화시켜... 그동안 쌓인 통화 내역과 앞선 문자 수십여개를 죄다 삭제했다. 그 순간 나는 세상과의 교류를 멈추고 싶었다.


2. 의성터미널 주변에서 찾기 쉽다는 ㄱ 병원은 어느새 달라진 주변 풍경 - 모텔과 **의원들의 난립 - 으로 인해 빨간 간판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동문들과 트러블이 생긴 장뱅군이 나오는구나.


3. 원래 마른 사람이라 그런지 선배는 더 퀭해 보였다. 다른 몇몇 상주들보다 미소의 기운이 옅은 양반. 힘내길.


4. 눈에 쏙 넣어도 안 아플 딸을 데려온 동기도, 여전히 웃음을 주는 형도, 깍듯이 잘 대해주는 후배님들도 반가웠다. 몇몇들이 본격적으로 물러간 새벽 3시와 4시 사이 드디어 졸음이 거침없이 밀려 들어왔다.


5. 일어나고 난뒤 '경북 북부 특유의 짜고 맵싸한' 국과 밥을 챙겨먹고 안동으로 아침길을 나섰다. 달라지는 도로들과 불쑥불쑥 새롭고 이질적인 건물들이 들어서는 모교.


6. 또 하나의 잠을 청한 강남터미널행 우등버스에서 눈을 떠보니 마침 파견처 오피스텔인 ㅅ 이 보인다. 다시 왔구나.

by 렉스 | 2007/03/15 13:44 | _일기를 빙자하여 | 트랙백(1) | 덧글(1)

Tracked from EST's nEST at 2007/03/23 23:57

제목 : 장례식
어느새 부모 세대를 떠나보내는 일이 낯설지 않은 나이가 되었구나 싶었더니, 최근엔 주변에서 젊은 사람들의 부음이 들려오는 경우가 잦아졌다. 한참 어린 후배, 대학 선배의 형님, 아이가 둘 있는 몇살 위의 여자 선배... 어제는 친구의 여동생이 급작스레 세상을 떠났는데, 낯도 익고 내 여동생과 같은 연배이기도 해서 기분이 무겁다. 사실 EST라는 인간은 늘 검은 옷을 즐겨 입는 터라 농담조로 '혹 급한 조사가 생겼을 경우 바로 달려가도......more

Commented by 요나 at 2007/03/15 20:50
다시 오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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