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 허장성세.


페르시아에서 온 사신들을 하염없이 깊은 심연의 우물로 걷어차기 전, 스파르타의 왕은 협박에 가까운 사신의 전언을 듣고 주변을 스쳐 본다. 이어지는 느린 화면, 땟국물 묻은 아이들의 여린 눈빛, 여인들, 대지와 자연, 그리고 낮게 올라선 건물들. 그렇게 광고 화면처럼 스쳐간 장면을 느릿하게 주시한 스파르타 왕은 결연한 의지를 밝힌다.

그것으로 인해 300명의 병사를 이끄는 행군과 전투의 의지는 이어지는데, 그에 대한 심리적 설득력은 떨어진다. [300]의 문제는 그래픽 노벨의 한장한장을 넘기는 듯한 화면의 강렬한 인상과 단순명쾌한 이야기 구조의 호흡을 따르는 것은 좋았는데, 그 감성마저도 입체화되지 못한 채 얄팍한 종이의 두께처럼 가볍다는 것이다.

페르시아군의 거대한 행렬과 부대 '시리즈'들은 동양이라는 미지의 대상에 대한 공포와 호기심에 가까운 경외감에 기댄 이미지들인데,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갈수록 그것들은 희화화된다. 그만큼 스파르타의 창과 방패는 모든 것을 꿰뚫고 어떤 화살이던 간에 잘 막아내는 강성한 것이지만 그것들이 내세우는 복수와 결연한 의지의 기운은 와닿지 않는다.

'respect and honor' - 좋은 명제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난 요즘 힙합퍼들 밖에 못 봐서 말이지. [300]은 엄숙하고 장중함을 표방할수록 나에게 우스꽝스러움을 선사한 이상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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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스 | 2007/03/19 10:44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3) | 핑백(1) | 덧글(10)

Tracked from 찍거나그리거나 at 2007/03/19 15:06

제목 : 300 사언절구
페르시아 백만대군 바다넘어 침략할제 막아선이 있었으니 스파르타 정예삼백어디까지 사실인지 안봤으니 모르지만 사가들이 적었으니 아주없진 않았을터위명높은 스파르탄 큰칼긴창 방패들고 베고차고 찔러가니 말그대로 추풍낙엽창을한번 내지르면 꼬치꿰듯 사람꿰고 휘두른칼 사지절단 장작패듯 사람패네원작만화 가히아트 그느낌을 살리는데 카메라로 찍었건만 아웃풋은 에니느낌감독화면 장악하려 망원에서 망원으로 화면일랑 와이든데 화각좁디 좁은차에컨트라스 최대치......more

Tracked from Plan9 Blog at 2007/03/19 22:56

제목 : [82%] 300감상기+뒷이야기
오늘 메가박스에서 300을 봤다. 극장에 간게 디파티드이후로 오랜만인데 신시티의 프랭크밀러의 다른 작품이라고 해서 진작부터 기대하고 있던 영화였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300명 스파르타인이 100만의 페르시아 군대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따지면 실제와 많이 틀리다. 페르시아 군을 괴물로 묘사한 것도 그렇고...근데 문제는 실제 역사상의 페르시아 군대를 얘기하고있다는 점이다. 이걸 가지고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는 영화라고 하시는......more

Tracked from Dark Side of.. at 2007/03/20 21:27

제목 : 지옥에서 저녁을 - 300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보고싶은 영화도 어영부영하다가 놓치고 주로 뒤늦게 DVD를 사서 보는 바람직하지 못한 버릇인지 습관인지가 몸에 붙은지도 꽤 되어버리긴 했지만 얼마 전에야 알아차린, 작년에는 단 한편도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이었습니다. 극장에서 본 최근작(...)이 재작년의 신 시티(Sin City, 2005)였던 셈이니 나름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을 차마 입밖으로 내놓을 수가 없을 지경이죠. 이번 주말, ......more

Linked at 렉시즘 : ReXism : 2.. at 2007/12/27 16:42

... 8: 정유미와 황보라 보러 간 영화. 좋았는데 감독의 전작 [말아톤]만큼 안될 요소들은 사실 즐비했다. 그래도 관심은 필요한 영화였는데...- 300 : http://trex.egloos.com/3060472: 줄거리, 미술, 비쥬얼, 인물들 그 어느 것도 맘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던.- 수 : http://trex.egloos.com/3074248: 오만 ... more

Commented by 포비 at 2007/03/19 12:45
300에서 엄숙하거나 장중한 느낌은 사실 받지 못했는데요, 그건 역사물이 아니라 판타지물로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봤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영화 자체가 <반지의 제왕>보다 더 판타지스러웠거든요 저한텐. :)
목이 날아가는 장면마저도 잔인하다기보다는 가볍고 스타일리쉬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느낌이랄까.
재밌게 봤습니다.^^
Commented by scholly at 2007/03/19 13:06
영화를 통해 역사를 배우겠다는(아주 위험한!) 생각은 애초에 버리고
영상과 음향, 그리고 (역시 ㅋ) 복근 300인분에 주목해서 보니 좋더군요. 우후후.
그 영화 본 후, 저의 '폐하'는 아라곤 폐하에서 레오니다스 폐하로 급변경.
프로필을 보니, 기럭지 또한 쭉쭉빵빵이시니 이 어찌 아니 즐겁겠습니까.
Commented by LINK at 2007/03/19 14:49
..빨리 웃으러 가야하는데^^;;;;;;
Commented by 뽀스 at 2007/03/19 16:07
300을 보면서.....
전 그냥 아무 생각없이..........
봤습니다.
남는 기억은 잔인했고.. 또한 잼있었다.
돈은 안아깝드라.. 이정도요~ ^^

잼있었어요!
Commented by 어둠의왼손 at 2007/03/19 16:24
영화 제작자들의 의도가 관객들의 큰웃음 유발.. 이런건 아니였었을지라도 호들갑스러운 허풍과 똥폼은 볼만하더라고요.
Commented by 사은 at 2007/03/19 17:43
음,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렉스님이 써주신 감상을 읽다보니 설마 폼을 너무 잡아버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씬시티하고 관련지어서 홍보를 많이 하던데, 역시 그만큼은 되지 못했군요. '~'
Commented by  모모  at 2007/03/19 22:25
개그의 혼이 살아숨쉬는 훌륭한 오락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진지하게 생각하면......지는거다.)
저한테는 대항할 수 없는 힘으로 약소국을 괴롭히고, 강대국의 패권주의에 분연히 맞서 일어서는 현지인들의 투쟁사, 이건 현대사 어디에다 갖다붙여도 미국을 까는 영화로 읽힌다는 것에서 오리엔탈리즘은 그냥 애교로 봐줄만하더라구요. 물론 부시에게는 크세르크세스같은 퇴폐미가 없지만요. (아름다운 밀사도 없고;;)
어쨌거나 최초 기대치인 복근과 허벅 에 대한 것은 충분히 충족시키고 왔답니다. 게다가 신탁녀라는 의외의 수확까지!
Commented by 요나 at 2007/03/19 23:05
아. 이거 보러가기 정말 쉽지 않네요;
매번 제가 시간이 안되서 말이죠;;
하지만! 이번쥬 토욜엔 꼭 보고야 말리라는 것! -ㅁ-
Commented by 렉스 at 2007/03/20 09:28
포비님 / 그 모든 가벼움이 견딜수 없이 우습고 서점에서 몇장 넘기다 그냥 안 사고 덮는 샘플 만화책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저에겐.

scholly님 / 그 복근 300인분도 하나같이 같은 모양새라 웃음이 나왔지요(...)

LINK님 /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 1위!(한국에서 박스오피스라니...풉)

뽀스님 / 픽픽 튀는 피들을 보며 카메라 렌즈에 튀기는 효과도 좀 주지라는 아쉬움은 있었지요;

어둠의왼손님 / 저렇게 소리 지르다 목 쉬면 리더의 체면은 어찌될까 잠시 망상도;

사은님 / 저같은 악평 보단 대체로 관객 만족도는 높은 영화니까요. 헤헤.
피터 잭슨도 그렇지만 요즘은 팬픽 대마왕들이 영화를 잘 만드는 거 같아요.
300은 팬픽 정신이 부족한 그래픽 노블 번안쇼.

모모님 / 저도 신탁녀 장면에서(...이하 생략)

요나양 / 이번주 토욜은 문제 없을거야+_+) 한국 영화들이 덤비고 있지만 300엔 역부족인 듯.
Commented by 영원제타 at 2007/03/25 15:03
신탁녀가 어떤지만 궁금할 따름입니다. 복근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아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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