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산 앨범 2장에 대한 새삼스런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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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가 중요하긴 했다. 90년대는 지금 온라인을 향유하는 주 수요층의 학창 시절 내지는 탄생기(!)이기도 했으며, 팝보다 가요가 '훨씬 잘 나갔던' 음반 산업의 활황기였다.

수많은 이들은 노래방에서 김건모의 노래를 불렀고, 어떤 아이는 델리 스파이스라는 밴드의 노래에서 격한 애정의 상혼인지 집착인지 또는 증오인지 알 수 없는 '챠우챠우'의 메시지를 듣고 혼절하기도 했다. 90년내는 아무튼 듀스였고, 패닉이었고, 크래쉬였고, 노브레인이었고, 그외의 숱한 모든 것들이었다. 우리는 그 기적 같은 뿌리 깊은 인자의 빚을 아직도 지고 있다.

여기서 나는 그중 '94년'이라는 특정 시간대를 다시금 회상한다. 김일성의 죽음이라는 뉴스를 폭염의 여름날에 동기들과 흘리던 그 해를 말이다. 그 해에 나온 (내게) 가장 중요한 앨범 두 장에 대한 새삼스런 또 반복형의 문장들.


넥스트 - The Return of N.EX.T PART I The Being
(대영에이브이)

 
01   The Return Of N.Ex.T(Instrument) 
02   The Destruction Of The Shell:껍질의 파괴
I) Overture
II)The shell
III)The joy for the Destruction

03   이중인격자 
04   The Dreamer 
05   날아라 병아리 
06   나는 남들과 다르다 
07   Life Maunfacturing:생명 생산 
08   The Ocean:불멸에 관하여


어떻게 학교에 입학하긴 했다. 자취촌과는 멀쩌기 떨어진 시내도 아닌 동네 한켠의 하숙방에서 이른 귀가 시간과 더불어 조용한 성격 덕에 얻은 고립의 댓가를 치르던 나였다. 어쩌면 대한민국이 10대 청소년에게 치르게 하는 고된 수련의 몫을 다했을지도 모른다는 안도감은 황량한 캠퍼스가 선사하는 허전함으로 대치되어 '뭘 해야 하는거지?'라는 늦고도 늦은 멍청한 질문을 선사한다.


부모님에게 여전히 지갑 문제에 관해선 의존적인 신입생은 시장 바닥에 있는 작은 레코드점에 향한다.(시장 바닥에 레코드점이 존재할 수 있었던 시대도 있었다!) 검은 커버로 밀봉되어 수록곡의 면면조차 공개하지 않았던 이 고집스러운 Tape하고는. 알 수 있는 것이라곤 이 밴드가 2년 전 앞자리.뒷자리 녀석과 '세계최고.동양최대.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라는 가사를 읇조리며 낄낄대던 신해철의 넥스트의 신보라는 것 정도?


서태지 보다는 느슨한 충성도를 만든 넥스트의 [Home]에 이은 본 신작은 확실히 외적으로 달랐다. 하숙집의 심심함을 달랠 하나의 목록이 추가된 것과는 다른 기대감을 흐릿하게 안으며, 테이프를 재생한 이후...


그런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노래 한 곡이, 또는 앨범이라는 덩어리가 청취의 순간 이전과 이후를 갈라놓는 경험을, 청취의 순간에 가졌던 당신의 세계관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다시금 새로운 모습으로 세우는 순간을.


훗날의 시점인 지금 들어서는 뭔가 막힌 듯한 사운드와 구성상의 단점이 확연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껍질의 파괴'가 들려준 10여분간의 맹진공세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전의 넥스트가 속사포 같은 랩핑과 훵키한 정기송의 기타, 전자음이 교차하던 사운드만 들려주었다면 이번에는 작정한 듯이 충격파를 먹이고 만다.


스래쉬 메틀 리프와 키보드를 경쟁시키고 심연 같은 바닥의 음에서 난타하는 드럼. 이 곡으로 포문을 연 본작은 광활한 바다의 비전을 보여주는 'The Ocean'으로 마무리된다. 메틀 교향곡으로 문을 열어 대해의 프로그레시브로 마무리 짓는 유효한 방법론이 아니었다면 본작의 위치를 이렇게까지 중요하게 여기진 않았을 것이다.


영원한 마음의 최고작.


서태지와아이들 - 3집
(반도음반)


01   Yo! Taiji 
02   발해를 꿈꾸며 
03   아이들의 눈으로 
04   교실 이데아 
05   내 맘이야 
06   제킬박사와 하이드 
07   영원 
08   발해를 꿈꾸며(Instrumental) 
09   널 지우려 해
 


유치함에 목숨을 걸었던 - 사실 지금도 그런 - 시기의 이야기이다. 마음 속의 충성도지수에 신해철과 넥스트가 상위에 등극하던 봄이 지나고, 폭염의 계절이 저물어갔다. 그해도 어김없이 서태지(와 아이들)가 복귀했다.


얼터너티브라는 단어에 대한 본능적인 불쾌감 - 사실 지금도 그런 - 덕에 타이틀 전략에 대한 반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시 한번 '하여가'의 기적을 바라는 나의 마음은 다시 한번 4강 진출을 바란 축구팬의 마음처럼 허황된 것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앨범은 전혀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정권지르기를 행한다.


어찌보면 가벼운 인트로 제목인 3번째의 'Yo! Taiji'가 들려준 아주 정색을 한 스래쉬 리프가 던져준 정서적 충격이랄까. 메틀 사운드의 표면만 맛보던 어설픈 음악팬의 입장과 서태지라는 네임 밸류가 택한 이 극한의 행보라는 모습이 맞물리니 그 충격은 참으로 컸었다.


'교실이데아'? 그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만이 만든 머리 속의 계보로 '껍질의 파괴'가 상반기의 트랙이었다면, '교실이데아'는 마치 그 화답가 같은 하반기의 트랙이었다. 그런데 정말 그 뒤에 이어지는 순간들이 나를 멍하게 한방두방 먹이기 시작했다.


'내 맘이야'가 보여준 광기는 "정말 그동안 쌓아놓은 입지를 무너뜨려도 아무 상관 없다는 결연한 무책임(!)인가." 싶을 정도였고, '제킬박사와 하이드'는 '서태지外아이들'이 들어갈 여지도 없는 (서태지가 아닌)정현철의 결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3집은 사실은 이런 일을 저지르고 싶었던 한 젊은 뮤지션의 대형 사고였다.


이런 양상은 4집에 들어가 좀더 다양한 양상으로 정리(?)가 되었었다. 물론 이들을 추스리는 3번 트랙과 7번 트랙의 '어여쁨'이 존재하고 있지만 그것들을 탐탁하게 여길리는 없는 나였고, 내게 있어 본작의 의미는 작정을 한 광기의 소산 그것이었다.


연애 경험 한번 없었던 이의 마음까지 흔든 '널 지우려 해'의 설득력도 덤으로 더불어.


------- 이 글은 지난주에 도착한 우편물 선물로 인해 가능했다. 기억의 환기, 그 계기에 감사하며. [070407]

by 렉스 | 2007/04/07 12:20 | └rex in 음악취향Y | 트랙백 | 덧글(14)

Commented by 요나 at 2007/04/07 12:30
음..제가 댓글을 달 거라는 건. 이미 알고 계셨겠죠?!! ㅋㅋㅋ

어쨌거나. 3집을 들으면서. 전 너무나도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더랬는데.
[하긴. 내가 뭘 싫어했겠냐만은 ㅡ ㅡ;]
주변에 여자 친구들은. 이전의 야들야들함(?)이 느껴지지 않았는지;;
다른 그룹 노래 같다느니. 머 그랬던 기억이 나요 ^^;
Commented by 미리내 at 2007/04/07 12:30
언제나 저에게 서태지 최고의 명곡은 <내 맘이야> 였어요. 새삼 그시절이 생각나 두근두근...
Commented by 하루카리 at 2007/04/07 12:58
널 지우려 해의 애달픔이 아직도 머리속을 맴도네요
Commented by 버섯돌이 at 2007/04/07 13:13
개인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은 3집이 최고라 꼽는지라.. 매우 반갑네요. ^^;
Commented by 윤군 at 2007/04/07 13:50
제 음악인생을 양분하라면 The Being을 듣기 전과 들은 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발매되자마자 사가지고 온 테잎을 어두침침한 하숙방에서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듣고 듣고 또 들어서 테이프가 늘어져버렸어요. 지금은 MOT이라는 밴드에 중독되어서 2집 발매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
Commented by 윤사장 at 2007/04/07 14:08
태지 보이스 음반은 정말 인트로인 Yo! Taiji 가 진짜 엑기스다!! 라는 얘기 많이 했었는데 3집도 그랬죠.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건 4집 Yo! Taiji지만요 ^^) 처음에 3집 들었을때에는 2집만큼이나 충격이 컸는데 특히나 교실이데아와 내 맘이야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랑 널 지우려해를 제일 많이 들어요. 들을때마다 느낌이 달라서... 이거 테이프 끊어질때까지 듣고 또 들어서 다른 애들과는 다르게 하나 더 샀던 기억이 나네요.^^
Commented by ▒夢中人▒ at 2007/04/08 19:21
연애 경험 한번 없었던 이의 마음까지 흔든 '널 지우려 해'의 설득력도 덤으로 더불어.

글을 읽어내려오면서 끄덕끄덕-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한 문장에 순간 가슴이 찡!! 하면서 콩닥콩닥 ㅠㅠb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7/04/08 21:01
'프린트만 받아서 다시 찍은 재판'일지라도 넥스트 저 음반 좋아라 합니다. ㅎㅎ
넥스트를 매우 좋아하시는 듯한(맞나요?) 렉스님께는 실례되는 말이지만, 넥스트 2~4집을 들으면 요즘 신해철과 넥스트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뭔가 더 엄청난 걸 만들 수 있을줄만 알았는데 말이죠. 휴우...
Commented by 렉스 at 2007/04/09 08:10
요나양 / 난 저거 트니까 강의실에서 애들이 연극 연습하다 다 나가드라...;

미리내님 / 이.렇.게.다.내.맘.이.야.흥흥흥 킁(;;)

하루카리님 / ><)

버섯돌이님 / 저도 3집이 최고><)

윤군님 / 그러고보니 그 밴드 소식이 없네요. 허....

윤사장님 / 저도 빙 앨범을 테이프로 한 4번 샀던가...아.

몽중인님 / 마지막 한번 더 가고 싶었어~ 비가 오는 길을 정신없이~

히치하이커님 / 아웅 전혀 실례 아닙니다요. 요즘은 그 양반하는 광대짓에 아주 질려 버렸습니다.
Commented by Krom at 2007/04/09 14:14
넥스트가 다시 '빙'같은 대단한 음반을 만들수 있을까요? 저도 그의 요즘 모습이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그의 '재즈'음반을 사야하야 말아야하나 아직도 고민입니다..
Commented by 미스템버린 at 2007/04/09 16:27
아~ 새로운 사실.. 넥스트 2집이 나오던 해에 김일성이 사망했군요.
따로 따로 가지고 있던 기억이었는데..
시장바닥에 레코드점.. 우리 동네도 진짜많았는데..
하다못해 중학교 바로 앞에 다른 가게보다 싸게 파는 레코드샵 (그때 난 테이프 가게라고 불렀지만^^:) 이 있었거든요.
그립다. 그때가 ㅎㅎ
Commented by 렉스 at 2007/04/10 08:00
Krom군 / 그 앨범은 아무리 돌려 생각해봐도 비추일세;

템버린양 / 응..그러게. 하다못해 학교 매장에서도 사운드가든 테이프를 사들을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어.
Commented by 信元 at 2007/04/10 21:05
껍질의 파괴는 지금 들어도 ... 참 새롭습니다.

처음 노래를 듣고는 가사를 수첩에다 메모해놓고 다닐 정도였죠.

노래방에 없다는 게 좀 아쉽습니다(있는 곳이 있단 얘기도 듣긴 했는데...-_-)
Commented by 렉스 at 2007/04/11 10:14
信元님 / 말씀 들으니 정말 노래방에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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