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를린 맨슨 [Eat Me, Drink Me] : 어떤 의미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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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를린 맨슨 [Eat Me, Drink Me]
Interscope / 07.06 발매

01   If I Was Your Vampire 
02   Putting Holes In Happiness 
03   The Red Carpet Grave 
04   They Said That Hell's Not Hot 
05   Just A Car Crash Away 
06   Heart-Shaped Glasses (When The Heart Guides The Hand) 
07   Evidence 
08   Are You The Rabbit? 
09   Mutilation Is The Most Sincere Form Of Flattery 
10   You And Me And The Devil Makes 3 
11   Eat Me, Drink Me 
12   Heart-Shaped Glasses (When The Heart Guides The Hand)
- Inhuman Remix By Jade E Puget (Bonus Track)
 

이것은 마를린 맨슨의 가장 예외적인 앨범이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인가. 확실한 것은 지금 당장의 시점에선 맨슨의 가장 의외의 내용물을 담고 있는 신보 [Eat Me, Drink Me].

물론 이런 수록곡들의 정서들이 전작들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Eat Me, Drink Me]의 몇몇 일면들은 [Mechanical Animals](98)의 'Great Big White World', 'Fundamentally Loathsome' 같은 넘버들을 닮은 면도 있다. 의외성과 예외성이라는 점에서 [Mechanical Animals]에 이은 또 하나의 전환점 같은 본작은, 그럼에도 전작들이 끈질기게 보여준 선동성과 시스템에 대한 파괴적 조롱이라는 맨슨 세계의 연계에서 꽤나 멀어보인다.

1번 트랙 'If I Was Your Vampire'의 인트로는 [Holy Wood](00)의 부제인 'In The Shadow Of The Valley Of Death'라는 타이틀을 연상케할만치 음산한 사운드와 어조로 시작하지만 그 색채감은 다르다. 안정된 밴드 편성을 버린 맨슨의 신보를 채우는 것은 블루지한 문체의 개러지 락 사운드의 우세다. 'Putting Holes In Happiness'의 예의 뒤틀린 맨슨의 보컬과 코러스, 맛깔난 기타는 'We Love Hate / We Hate Love'라는 구호를 선동하던 한쪽 방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더이상 트위기도, 존5도, 아무튼 그들 모두 없는 맨슨을 지원하는 이는 팀 스콜드(Tim Skold)뿐이다. 이미 [The Golden Age Of Grotesque](04)로 전작 '3부작'과 차별화된 사운드 메이킹에 일조한 그는 이 앨범의 감성적이고 느릿한 음산한 기운에 전자사운드는 물론, 연주로 일조하고 있다.

팀 스콜드도 팀 스콜드지만 맨슨 자신도 'Just A Car Crash Away' 같은 넘버에서 보여주는 보컬에 대한 특별한 천착은 주목할만 하다. 의도적으로 호러와 기계성 중간에 위치하던 그의 보컬이 이 곡에선 상당히 감정적 발산을 보여준다. 결국 첫 싱글인 'Heart-Shaped Glasses (When The Heart Guides The Hand)'은 이런 앨범상의 변화의 일면을 대표하는 트랙이라기보다는, 팀 스콜드와 맨슨의 조합이 1:1일 경우 어떤 결과물로 나타나는지를 여실히 더 보여주었지만.

첫 인상이 낯설다 뿐이지만 [Eat Me, Drink Me]는 괜찮은 곡들이 많은 앨범이다. 'They Said That Hell's Not Hot'에서의 상승하는 맨슨의 보컬과 (그에 동반하는)기타는 썩 괜찮고, 'Evidence'에서의 멜랑꼴리하게 꼬이는 맨슨의 보컬과 (역시 그에 동반하는)기타도 좋다.

전작의 에너지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9번 트랙 'Mutilation Is The Most Sincere Form Of Flattery'과 10번 'You And Me And The Devil Makes 3'이 안겨주는 '맨슨 밴드'풍의 기시감이 반가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욕설과 호러의 문법을 소환하는 것이 맨슨에게 어울린다 여기는 이들이 세상엔 아직도, 아니 당연히 즐비할 터.

이미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영역에 이름을 걸친 마를린 맨슨에게 본작이 이후의 음악적 행보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이다. 지금 당장으로선 상당히 개인적인 작업물로 비춰지는 본작이 어떤 의미에선 맨슨 버전의 [Adore]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면으로 들어가는 침잠의 이미지, 내성적인 면모들, 발매 당시에는 조용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평가가 높아지는 의외의 영역. 그것이 어쩌면 훗날 마를린 맨슨의 [Eat Me, Drink Me]를 설명할 수 있는 몇몇 단어들일지도 모르겠다.

[07/06/24]

 
* 크레디트 *

Tim Skold : Programming, Producer, Engineer, Performer
Sean Beavan : Mix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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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스 | 2007/06/24 00:09 | └rex in 음악취향Y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7/06/24 01:06
타이틀은 혹시 성서를 인용한 건가요?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7/06/24 09:53
아직 음악은 들어보지 못했지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음악 뿐만 아니라 그가 다시 메이저의 중심에 우뚝 서거나, 예전에 획득한 아이콘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요.
Commented by 렉스 at 2007/06/25 10:46
꿈의대화님 / 옹 성서에 Eat Me, Drink Me라는 구절도 있나요?

히치하이커님 / 일단 음반 자체만으로는 그 아이콘 지위의 유지는 힘들 듯 하구요.
일단 이 양반의 활동 양상이 미술.영화 쪽으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는 되는 듯 해요. 문제는 그 영향력?
Commented by scholly at 2007/06/25 13:01
렉스 / 제 생각엔 'eat me, drink me'를 성경과 연결해서 해석한다면
미사전례과 관련있다고 볼 수도 있죠. (마태오 26장 26~28절)
그런데 맨슨이 정말로 성경에서 제목을 따왔는지는, 제가 맨슨을 전혀 모르니 알 수가;;

그냥 갑자기 호기심이 동해서 찾아봤습니다. 헤헤;
Commented by 블랙 at 2007/06/25 20:42
표지부터가 너무 얌전하네요.
Commented by 렉스 at 2007/06/26 10:55
수철님 / 오 그렇군요. 수긍이 갑니다욧!

블랙님 / 이제 쇼크스타의 시대는 갔다고랄까요.
Commented by 윤군 at 2007/06/29 00:43
'발매 당시에는 조용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평가가 높아지는 의외의 영역' 이라는 문구에 심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이고 목이야;;

출퇴근길을 항상 즐겁게 해주는 맨슨옵하
Commented by 렉스 at 2007/06/29 08:39
윤군님 / 안 끊고 계속 들을 수 있는 앨범이라는 점도 참 좋은거 같아요+_+
Commented by cxt at 2007/07/03 23:05
eat me drink me 라는 맨트는 이상한나라의 엘리스에서 엘리스가 마시는 물병에 달려있는 맨트랍니다~
Commented by 렉스 at 2007/07/04 11:05
cxt님 / 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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