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9월 12일
[공연 후기] 나인 인치 네일즈 Performance 2007 in SEOUL
- 내릴때마다 익숙한 감정을 주는 올림픽공원역. 자주 못 오는 곳이지만 판테라 때부터 자우림, 드림씨어터, 신해철, 이승환 등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곳이다. 또다른 이들은 오아시스를 떠올리거나 신화를 떠올리거나 뭐 그렇겠지.

와줘서 고맙다의 감정이 이런 감정과 뒤엉키는게 너무 지나치면 곤란하니 생각은 접기로 한다. 이 공연을 위해 휴가를 나온 디테일군도 있잖은가. 그를 만나 공연장으로 향한다. 이런 공연의 성격에 익숙한 '검은 패션'들도 하나둘 보이고, 외국인들도 보이고 - 나중에 보니 버스 2대 대절한 부대급 애들이 왔다더구만 - 안 어울리는 형광봉 좌판도 있고.

아무튼 스탠딩 관객들이 들어가고 난 뒤에 왜이리 좌석 관객들을 등안시하는가 싶었는데(7시 45분!) 좌석 관객들은 별다른 행렬없이 알아서 입장해도 된단다. 이 공연 흥행지수, 예상만큼 또는 예상보다 낮구나 ㅜ.ㅠ)
구역별이라고 하지만 사실 옆 동네인 가까운 히로님과 나란히 입장하였다.

다들 알잖은가. 시큰둥하다가도 막상 공연 오면 설레는 그 마음을.
공연 시작 전 히로님과 '공연 사진계의 신화'인 로빈님과 잠시 뵈어 인사도 드리고...
- 8시 10분과 20분 사이 드디어 암전. 모두 꺄아 또는 으아아로 응대. 드디어 시작인 것이다!
'그 서태지 덕에 우리에게 각인된 이름'인 조쉬 프리즈의 타당탕 드럼으로 시작하는 신보 [year zero]의 첫 트랙 'HYPERPOWER'! 예상대로 드르릭 칭칭하는 전자 사운드와 엉키다 본격적인 넘버인 'THE BEGINNING OF THE END'가 울려퍼지고, 탬버린을 든 트렌트 레즈너의 등장!
사운드가 고출력이면서도 전반적으로 좀 뭉치게 들리는 편이었는데(공연 무대 기준으로 오른편에서 관람) 올림픽홀이니 큰 기대는 안했다. 얌전한 자태(하하)와 박수 유도 모션을 자주 취하던 a.k.a 트위기씨인 조디의 베이스, 그리고 액션 기타리스트인 애런(이 친구 아주 난리였다. 앰프 기울이고 올라타고 뛰어내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젠 '락 아저씨'가 되신 트렌트 형님.
스탠드석 디테일군의 말에 의하면 수염이 제일 위화감이었다고 한다.

'HERESY'가 쾌감의 영역이면, 'TERRIBLE LIE'는 반복 절구의 연호를 유도한다. 'MARCH OF THE PIGS'는 또 어떻구, 트렌트는 곡 마무리 부분에서 위험천만하게 마이크 스탠드 집어던지고 - 물론 행동 동선상 아무도 안 다치게 '잘' 던진다. - 아무튼 이렇게 연달아 곡이 진행되는데, 일체의 인사나 멘트도 없다. 계속 진행. 이미 몸에 배인거지. 프로다. 충실하게 해낸다.
- 이제 좀 쉬어라는 의미인지 팔을 감싼 트렌트는 그의 음악 이력 첫 '발라드'인 'SOMETHING I CAN NEVER HAVE'로 안식을 선사한다. 일단 여기서 의외의 선곡이었다는 감상 남기고... 그러나 이런 것들은 라이브의 감동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어느 공연에서 ' I want to fuck you like an animal'라는 더러운 가사를 부르면서 '내가 여기 와있단 말이지'라는 감동의 자기발견을 하겠느냐는 말이겠는가. 'CLOSER' 뮤직비디오를 노래방 화면에서 볼 때의 황당함을 상기하며...
'SURVIVALISM' 이후 나온 곡은 최근 투어의 세트리스트를 보며 할까 싶었던 넘버 중 하나였던 'BURN'. 어서 '버언!'하는 대목이 나오길 고대한다. 타이밍 놓치지 말고 소리친다. '버언!'

이제는 아예 전체가 하얀 조명으로 꽉 차더니 내가 좋아하는 트랙인 'THE GREAT DESTROYER'가 나온다. 실루엣만 남은 트렌트는 곡 후반엔 아예 디제잉 - 그러나 사운드를 꽝꽝 때리는 가혹한 디제잉 - ... 이런걸 표현 못할 땐 꼭 이렇게 적어둬야 한다. 당신들은 이걸 눈으로 보고 들었어야 했다. 하.하.하.
- 붉은 화염의 조명이 화르륵 지나가는 'ERASER'와 '어여쁜 하얀 셔츠'를 입은 트렌트가 노이즈 화면의 이펙트에 가려졌다 나타났다하는 'ONLY'가 마무리되고, 이 특수효과 '철창'은 다시 올라간다. 철창 뒷편의 밴드가 드러날 때마다 나오던 마음의 탄성은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다시 맹렬돌진의 시간, 'WISH' 폭풍 후 신보의 'THE GOOD SOLDIER'가 지나가니 'PIGGY'는 완벽한 관객과의 시간대였다. 언제부턴가 곡 하나를 마칠때마다 트렌트는 '쌩큐' 인사를 잊지 않았다. 관객과 그와의 동화가 시작된 것이다. 아예 'PIGGY'의 후반부엔 스탠딩석의 객석에게 반복구 가사를 맡긴 '미스터 탬버린' 트렌트..

그렇게 감정을 추스리는데, 어 이게 웬일인가. 이건 정말 예상치 못했는데 'DEAD SOULS'를 부를 줄이야.(이 곡을 듣기 위해선 [크로우] 사운트르랙을 사거나, [다운워드 스파이럴] DE 버전 앨범을 사야 한다. 이게 아마도 조이 디비전 커버?) 여전히 좀 낯선 트랙이지만 적당히 즐기다, 이어서 나온 트랙에 작은 웃음을. 지금 들으면 상당히 귀여운(?) 초기곡인 'DOWN IN IT'도 부르다니.
- 'THE HAND THAT FEEDS'는 트렌트가 21세기까지 버텨주는 팬들을 위해 만든 댄스 넘버 선물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곡이 나올때 이제 이 쇼가 막바지임을 깨달았다. 지금 세트리스트를 보며 글을 쓰기 망정이지 뭐 이미 중간 때쯤 부터 곡 순서고 뭐고 기억도 안 났다. 세상에 이게 23번째 곡이었다니.
이제 딴 생각할 시간도 없다. 이 쇼는 끝나간다. 최선을 다해 즐기자. 당신이 나인 인치 네일즈를 안다면 'HEAD LIKE A HOLE'가 어떤 의미일지 모를리가 없지. 발악과 즐거움의 휘날레로 무대는 달려갔다. 급기야 애런은 객석으로 다이빙을. 트렌트는 기타를 휑 날리더니 드럼 세트 위에 우당탕. 물론 조쉬는 이미 자리를 비운 뒤였고.

관객들은 이 고통과 위안의 넘버를 따라부르며, 모두 트렌트가 되었다.
And you could have it all
My empire of dirt
I will let you down
I will make you hurt
- 그렇게 끝났다. 2시간이 조금 지난 런닝 타임.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걸어오는 히로님. 머리에 두건을 벗은 채 밖에서 날 기다리는 디테일군.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웅성한 공연장의 안과 밖. 그렇게 끝났다.
내가 뭘 보고 듣고 온 것인가를 아직까지 의심했던 9월 11일 밤 10시 24분.

1. HYPERPOWER
2. THE BEGINNING OF THE END
3. HERESY
4. TERRIBLE LIE
5. MARCH OF THE PIGS
6. SOMETHING I CAN NEVER HAVE
7. CLOSER
8. SURVIVALISM
9. BURN
10.GAVE UP
11.ME, I'M NOT
12.THE GREAT DESTROYER
13.ERASER
14.ONLY
15.WISH
16.THE GOOD SOLDIER
17.PIGGY
18.NO, YOU DON'T
19.SUCK
20.THE DAY THE WORLD WENT AWAY
21.DEAD SOULS
22.DOWN IN IT
23.THE HAND THAT FEEDS
24.HEAD LIKE A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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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HURT
# by | 2007/09/12 16:38 | [집히는대로 앨범담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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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셨군요. 클로저를 라이브로 들으시다니...어헝헝.
문득 맨슨군과 놀아제꼈던 그 날이 떠오르는군요. 트렌트를 보니. (웃음)
이 아저씨도 나이가 꽤 있을 텐데. 저 세트리스트를 보니.
건강관리 잘 하셨나봐요. ^^
아 왜 까맣게 잊고 지냈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완전히 다른 세상에 떨어진 듯한 그 느낌. 상상만 해도 부럽습니다. :-)
그래도 좋긴 했지만.
라드님 / 넵 그러셔도 됩니다 :-)
polly님 / 역시 저는 옷의 명칭을 티셔츠와 바지 밖에 몰라서 허허.
커트니님 / 어디서는 돼지라는 모욕도 들은 모양이지만 택도 없는 소리지요.
아무튼 락 아저씨가 되셨어요.
윤군님 / 혼자놀기에 능하면 이런걸 잘 챙겨버린다는;
몰락하는 우유님 / 이제 그 느낌은 사라지고 구차한 일상입니다;
맨트 거의 없이 기~~냥~~노래만 해서~^^
레즈너를 내 눈으로 봤던가? 그냥 꿈 아니었나~~?
그냥 멍~~ 할 때가 있네요~~
Tool 공연 봤을 때와 같아요~~
꿈 이었나...하는..^^
이제..
핑크 플로이드와 마돈나 누님과 U2~~
공연을 꼭 봤으면 합니다~~ㅠㅠ
아~
슬레이어~!!!흑...라우드 파크에 그냥 갔어야 했는데..ㅠㅠ
우리나라에서 좀 특별히 많이 한 듯도 하고 뿌듯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