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퀴즈쇼] [집히는대로 책담

퀴즈쇼   
김영하 저 | 문학동네


채팅 속에서 나누는 그대와의 '귓속말', 그대와 나만이 알아듣고 나누는 언어들, 설레는 첫 만남 이후 오지 않는 그대의 문자를 기다리는 애타는 밤과 낮. 이런 '통신남녀'의 생생한(!) 설레임과 흥분을 초반에 담던 소설은, 마음의 외벽으로 자신을 억누르고 바깥으로는 '미안해요'라는 이름을 지닌 창으로 타인을 찔러대는 한 청춘의 성장담으로 이야기를 옮긴다.

십만원..또 한번의 십만원, 그리고 한달 방세 이십구만원 덕에 불황한국 속의 '보이지도 않는 점'이 된 청춘은 차가운 바깥 바람의 현실에서 또 하나의 가상세계(이되 더욱 구조적이고 치밀하게 직조된 현실세계)인 퀴즈쇼로 빠져든다. 계약금, 수당, 조직, 섹스... 초반의 안정과 달리 균열의 조짐은 가시화되어 파국으로 치닫고, 청춘은 그에게도 있었고, 그녀에게도 있었던 '서재'와 흡사한 벽의 세계로 다시 귀환한다.

그녀의 허리를 안고 그녀의 가슴 안에 얼굴을 파묻으며 이해와 사랑을 꿈처럼 말하지만 이제 청춘은 안다. 명료한 것은 없다.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명확하지 않았기에 사랑을 어렴풋이 체감했던 그대는 지금 내 눈 바로 앞에 있기에 영원히 같이 할 수 없음을 이제 안다. 잔혹한 퀴즈쇼의 통과의례 이후에도 여전한 귀환의 미련과 도피 사이에서 청춘은 방황할 것이고 어느새 그는 어른이 될 것이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한 해 연봉의 두툼한 감각을 아직도 상기하기에.

다른 김영하의 장편을 읽어야겠다. 이쪽은 아니었어.


덧글

  • 하치 2007/11/11 03:56 #

    읽으셨군요 ^^
    김영하의 팬임을 자부하는 저이지만, 퀴즈쇼는 사실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ㅜㅜ
    팬심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흐흐.
  • 렉스 2007/11/12 07:52 #

    하치님 / 좀 정치적인 텍스트를 읽고 싶더군요. 그래서 조만간 다른 김영하의 장편을 사보지 싶습니다^^)
  • 윤군 2007/11/21 12:33 # 삭제

    싸인해서 판다길래 주문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안옵니다. ㅡ.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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