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07일
세바스찬 바하의 [Angel Down] 덕분에 촉발된 기억, 또는 향수.
세바스찬 바하(Sebastian Bach) [Angel Down] Get Off My Bach/MRV/Caroline / 07.11 발매
01 Angel Down
02 You Don't Understand
03 Back In The Saddle (Feat. Axl Rose)
04 (Love Is) A Bitchslap (Feat. Axl Rose)
05 Stuck Inside (Feat. Axl Rose)
06 American Metalhead
07 Negative Light
08 Live And Die
09 By Your Side
10 Our Love Is A Lie
11 Take You Down With Me
12 Stabbin' Daggers
13 You Bring Me Down
14 Falling Into You
1992년.
엉망이었다. 집엔 남자 둘만 휑하니 남았고, 라면 스프 들어간 김치찌개를 먹다가 역해서 남기고 등교를 하면 반찬 없는 도시락에 물만 말아 먹었다. 그러다 위장에 구멍이 나고, 매점에서 컵라면 사다 먹으려다 뜨거운 물에 손등 전체를 데이기도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 불쌍한가 남들과 견주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청춘을 위해 평소와 듣던 음악과는 다른 음악이 스며들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DS군이 건네준 '녹음 테이프'(!)는 처음에는 좀 '가벼운'(?) 경향의 음악이 담겨 있었다. Queen의 라이브 정도는 고마웠다. 그 정도면 중학교 때 글렌 메데이로스와 바비 브라운의 음악을 듣던 감각에서 크게 멀지 않았다. 이 중간의 가교를 넥스트와 서태지와 아이들이 이어준 셈이었으니까.(두 팀의 음악에서 쟝쟝자가쟝쟝 나오던 일렉 기타의 요소) 그때 나는 웃기게도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틀어주던 에어로스미스의 신보를 잘못 알아듣고 '에어서플라이의 신보'가 왜 이렇지 고개를 갸우뚱하던 바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녀석이 건네준 '녹음 테이프'는 갈수록 '하드'해지고 '해비'해졌다. 이리하여 **중앙고등학교 2학년 박개똥군은 큰 결단을 내리기에 이른다. '폴리그래앰~'에서 발매된 보이즈 투 멘 같은게 질리던 차였다. 이제 새로운 걸 사보자.(EMI/계몽사에서 발매된 MC 해머의 앨범 같은 것들도 치를 떨기에 충분했다.) 그리하여 만만하게 생각했던게 '지구촌영상음악'에서 큰 인심 쓰듯 7분 보여주던 'November Rain'의 주인공, 건즈 앤 로지스의 [Use Your Illusion 1]이었다. 당시 게펜 레코드는 아마 한국 BMG에서 발매했지. 이 앨범에서 2곡 삭제된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처음은 솔직히 악몽이었다. November Rain의 감동이 휘몰고 지나간 자리 뒤엔 앨리스 쿠퍼의 무시무시한(지금은 웃으며 듣고 있다만) 피처링이 지배하는 'THE GARDEN'이 있었고, 베란다에서 새어 들어오는 바람에 펄럭이는 커튼과 함께 하기엔 'COMA'는 너무 무서운 음악이었다. 그런데 경험자들은 대개 안다. 그 무서움의 고비를 넘기면 탕탕대는 드럼과 그릉그릉 거리는 기타인지 베이스인지 하는 것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새 앨범(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엔 다 테이프들)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스키드 로우도 그중 하나였다. 나머지들? 다 뻔하잖나. 메탈리카, 머틀리 크루, 포이즌, 본 조비, 익스트림... 아 너무 뻔해서 열거하기조차 미안할 지경이다.
1993년 이후
조금 미안하게도 스키드 로우는 내 얄랑한 귀에도 '좀 하수 취급'을 받았다. 뭔가를 내리찢는다는 인상이 강했던 메탈리카, 'Dr. Feelgood' 하나만 건진 머틀리 크루, 멋낼려고 용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본 존비 등등과 달리 데뷔반 [Skid Row] 속의 스키드 로우는 너무 재미가 없었다. 'Big Guns', 'Sweet Little Sister'이 초반부터 돌진하지만 가벼웠고, 가사 해석도 못하는 멍청이 주제에도 그냥 한심한 가사였을거 같다는 짐작만 했다. 대놓고 파워 발라드였던 'I Remember You'는 심지어 비웃었다. 'Youth Gone Wild'만 좀 나았었다. 그런 고정관념을 탈피시켜 준 것이 [Slave To The Grind]였다.
시종일관 하드했고, 다른 경지라고 생각했다. 'Quicksand Jesus', Livin' on a Chain Gang', 'In a Darkened Room'는 다시 소환해도 부끄럽지 않을 곡이며 마지막 'Wasted Time'는 듣는 청자를 '열패감에 가득 빠진 소외 청춘 드라마 주인공'으로 만드는 멋진 넘버였다. 그것들을 하나둘 늦게나마 챙겨 들은 것이 1993년 이후였다. 이제 좀 들을려고 했는데, 나는 어느새 고3이 되었고 가족은 헐겁게나마 봉합이 되었다. 도시락에 물을 말아 먹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도 다 듣는 수가 있었다. 듣는 방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미 내 귀엔 이런 장르의 음악들이 자리를 잡고야 말았다. 뉴 키즈 온더 블럭 안녕, 마키 마크 앤 펑키 번치 안녕, 글렌 메데이로스 안녕 정도는 아니었지만 보이즈 투 멘과는 안녕을 쉽게 고할 수 있었다. 93년 학교 급우가 생일 선물로 줬던 마이클 볼튼의 앨범을 한번도 채 안 듣지 않고 팽개친 것에 대해서는 심히 미안함을 '지금도' 느끼고 있음을 밝힌다.
급작스레 200*년
돌아온 세바스찬 바하의 음반을 쉽게 집어들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음악에 대한 기대감이나 옛 히어로의 기량이 지금도 건재할 것이라는 헛믿음에 기인한 것은 아니었다. 지극히 단순한 이유였다. 고2가 되어서야 메틀씬의 당의정을 맛본 나에게 있어 90년대라는 시절은 그냥 90년대가 아니었다. 그 시절에 아직도 사로잡혀있는 포로랄까.
어퍼펙써클과 마스 볼타의 다음 앨범은 언제 나올까, 왜 우리나라 인디는 코어와 사이키델릭이 은근히 강할까, 윤하는 훌륭한 싱어송라이터가 될 수 있을까 따위의 생각을 덮는 더욱 거대한 생각의 구름 중 하나는 건즈 앤 로지스의 신보는 정말 발매나 되는걸까 하는 등의 90년대 포로식 발상이다. 이러니 이 90년대 포로는 벨벳 리볼버의 앨범을 매번 살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메탈리카의 90년대 앨범 중 유일하게 들을만한게 [Garage Inc.] 밖에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조소한다.
세바스찬 바하의 신보는 90년대 포로를 만족시킬 요소로 충만하다. [Subhuman Race](95)는 좋은 앨범이었지만, [Angel Down]는 재미난 앨범으로 기억할 듯 하다. 이런 앙칼짐이 정말이지 반가웠던 'Angel Down'을 서두로, 낭만파들의 가슴을 두드릴 'You Don't Understand'의 멜로디는 그때의 느낌으로 충만하다. 오히려 액슬 로즈가 중간에 같이 한 일련의 3곡들이 조금 부담스러운 편인데, 특히 'Back In The Saddle'는 누가 주인이고 누가 게스트인지 다소 위태롭게 보이는 인상이 강하다. 물론 이런 우려는 '(Love Is) A Bitchslap'에서부터 다시금 가시긴 하는데, 본작의 구매 포인트로 액슬 로즈는 유효하긴 했지만 이랬어야 할 필요는 있었을까하는 의문은 여전하다. 물론 바하와 더불어 건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주고는 싶지만.
그걸 바하 자신도 인식했는지 피춰링 3곡이 지나가면 'American Metalhead'로 자리를 잡는다. 이후부터는 대체로 탄탄한 헤비니스한 질감이 외벽을 감싸는 그때의 넘버들을 연상케 한다. 출중한 넘버들의 두드러짐 보다는 지금의 트렌드와는 관계 없이 하고픈대로 질주하는 속도감이 맘에 든다. 'Live And Die'의 중반 이후 진행은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스키드 로우 1집과 2집의 파워 발라드 사이에 위치하는 'By Your Side', 거의 일부러 그때의 취향을 부각하는 듯한 'Take You Down With Me', 스키드 로우와 세바스찬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는 꽤나 이채로운 분위기의 'Falling Into You'까지... 07년(또는 08년) 다시금 소환된 이 90년대의 정서와 향수감은 지극히 반갑다. 이 반가움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특정 집단에게도 해당될 것일텐데 이런 연대감은 작금의 음악씬에 대한 반발심을 언제나 씨앗처럼 품고 있는 이들의 것이기도 하다. 바하의 신보는 그 씨앗을 깨우는 작은 촉발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한 시간도 채 안되는 환상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플레이 버튼은 다시 누르면 된다.
* 크레디트
- Sebastian Bach : Vocals, Art Direction, Design, Mixing, Photography, Layout Design
- Roy Z : Producer, Mixing
- Peter Martinez : Engineer, Mixing
- Tom Baker : Mastering
- Adam Albright : Guitar
- Mike Chlasciak : Guitar
- Johnny Chromatic : Guitar
- Steve Digiorgio : Bass
- Bobby Jarzombek : Drums, Photography
+1. 이렇게 적고나서 락 커뮤니티를 도니, 바하가 판매량에 대해 불만을 터트린 모양이다.
+2. 마스 볼타의 신보가 1월말 현지에 발매된다고 한다.
# by | 2008/01/07 10:05 | └rex in 음악취향Y | 트랙백(2)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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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조비와 함께 스키드로우가 전성기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ㅎ
진작에 멤버들 비위맞춰주지 그랬어ㅠ
밸리보고 방문입니다.
스키드 로우'를 처음 접한 이유는 단지 게옹과 필옹의 동명전신 스키드 로우'때문이었습니다.
스키드 로의 기타맨 데이브'스네이크'세이보 던가요? 뭐 존 본조비의 친구니 이런 소개를 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1집에서는 유스 곤 와일드' 와 히어 아이 앰'이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그 뒤에는 오히려 세바스찬 바하의 스타일을 많이 파는 중입니다.
이쁘기로 한다면야 단연 억셉트의 우도 디르크 슈나이더 나 흥겨운 언니들의 디 스나이더 .. --
제가 스키드로를 안건 초등학교때부터였습니다. 저도 당시에 뉴 키즈 온더 블럭을 일찍 졸업(?) 하고 바로 워런트와 포이즌, 머틀리 크루를 위시한 LA 메탈에 빠져들었습니다.(Dr. Feelgood이 금지곡을 먹어서 5집 앨범을 수입판으로 35,000원이나 주고 살 정도로 미쳐있었드랬습니다.ㅡㅡ;;)
말씀하신 그 '90년대의 포로'가 정말 가슴을 후려파는군요.
아... 저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정말 90년대의 음악들(빠르게는 80년대 후반부터)을 지금 뮤지션들이 다시 들려줄 수는 없는가라는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거의 포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예전 음악들을 다시 복기하면서 하나하나 다시 분해하고 분석하는게 더 재밌더군요.
그래도 그 90년대의 로망스를 포기하고는 못 살거 같아서 고민이네요. 허허허... (제 로망스의 마지막 끝은 포이즌의 'Native Tongue'앨범입니다. 언제나 구하게 될런지...헐...)
액슬이 건즈의 신보를 내는 것보단 제가 로또에 당첨되기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후후후.
'유 돈 언더스탠' 을 저는 요즘 많이 듣습니다..ㅎㅎ
추억은 왕방울 왕방울~ ㅎㅎ
시밤쾅님 / 두이서 같이 찍은 사진이 임팩트가 더 크죠. 흐흐
鷄르베로스님 / 베이시스트는 이름이 레이첼 볼란인가 그랬죠. 코걸이가 맘에 들었던...
양갱님 / ㅜㅜ) 눈물 겨운 에피소드군요.
흰짱구님 / 음악 보다 고운손 이야기가 더 눈길이 가는군요. 흐흐.
Rockman님 / 역시 서브휴먼 레이스까지가 스키드 로우라고 해얄까요. 하.
ezraz님 / 사실 90년대의 포로라는 말 자체가 어폐가 있긴 해요.
남들에겐 90년대가 저런 음악이 아니었죠. 너바나 아니면 라디오헤드의 크립이 어절시고 이런 음악이었을텐데...
전 그런 취향이 아니라서 허허.
포이즌 그 앨범 좋죠! Stand~.
風木景님 / 수요 + 예술이군요;
히치하이커님 / 홍개똥님도 밴드를 하셨군요! 멋져요.
다이로고님 / 으허 그 곡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