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 : 근사한 안개 지옥

한 해 첫 영화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아주 만족할만 하다.

그러니까... 모든 최악의 일을 당하고 최후의 순간에 일행들이 다다른다고 치자. 그들은 그래도 좋은 생각을 떠올린다고, "아 딸기 시럽을 잔뜩 바른 파이가 먹고 싶어", "후후 나는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맥주와 감자칩이면 족하다구" 이런 대사를 흘릴수도 있다.

'물론'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미스트]는 그런 여유 같은거 줄 생각은 애초에 없는 영화다. 김규항이 한때 [주유소 습격사건]을 두고 '주유소는 한국의 은유' 운운한 '헛소리'를 연상케하는 대목, 마트에 갇힌 [심슨즈 : 더 무비]의 스프링필드 주민들을 흐릿하게 떠올리게 하는데 그들이야말로 (미국)사회의 축소판 같다.

블루 컬러는 계급적 박탈감에 화이트 컬러의 침착함과 소심함에 이죽거리고, 전도 취향의 광신도는 어느새 사람들의 불안함을 잠식한다. 조장되는 공포에는 당연히 '희생양'이 필요하고, 정말 무서워지는 것은 외부의 괴물이 아니라 안에서 생성되는 선과 악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피비린내를 뿜기는 팽창하는 '소위' 이성들이다.(그들은 단합하기 보다 누가 먼저 죽었으면 한다고 노골적인 에너지를 푹푹 뿜어낸다)

스티븐 킹의 원작을 궁금하게 만드는 쓸만한 대사들과 저렴한(?) 자본에도 불구하고 제몫을 다하는 이계의 피조물들, 무한한 죄의식을 야기시키는 엔딩까지, [미스트]는 최상의 '진짜 공포' 영화다.

by 렉스 | 2008/01/14 09:50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4) | 핑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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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다이고로 at 2008/01/14 09:4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거 조조로 예매했다가 전날 술붓느라
허무한 오전을 맞이했습니... 후 (한숨)

다시 예매해야겠네요;
Commented by 탁상 at 2008/01/14 11:31
꽤 볼만한거 같더군요.....저도 얼른 예매를..../
Commented by 니야 at 2008/01/14 14:30
너무 재밌게 봤는데, 사람들이 투덜거리며 나가서 괴리감을 느꼈지만 허나! '그 장면'에서 박수가 터져나올 때는 또한 동질감을 느꼈죠
Commented by PEastCiel at 2008/01/14 14:31
이 영화평 때문에 이오쟁패가 한번 벌어진걸로 아는데...
렉스님 글을 보니, 아무래도 호평받을만한 영화인거 같군요.
보러가야..(;;;)
Commented by Mosippa at 2008/01/14 14:47
저 사진을 보니 거북이가 좋아할 영화인듯 하군요.
Commented by 에이왁스 at 2008/01/14 16:48
마지막 장면의 스포일러를 보아 버리니, 이 영화 진정한 공포영화가 맞는 듯 합니다.
보고 나면 너무 무서워질 듯 하여, 그냥 스포일러로 참으렵니다.


정말 공포스러운 마지막 장면이에요. ㅠㅠ
Commented by 블랙 at 2008/01/14 22:14
엔딩 = 으아아아아아아아아~~
Commented by katcat at 2008/01/14 23:29
헤헤- 전 스포일러는 잘 피해다니고 있습니다요. 빨리 봐야지~
Commented by 렉스 at 2008/01/15 09:40
다이고로님 / 이런이런=_=;;

탁상님 / 호오가 많이 갈리는 엔딩이 있으니 주의를.

니야님 / 그 장면에서는 '앗사'라고 한 청년도 있었지요; 하하.

PEastCiel님 / 제 말만 믿다간 하하;;
지금 모처에서는 계속 악플만 달리고 난리 아닌 모양이군요.

Mosippa님 / 거북이님 취향도(....;)

에이왁스님 / 그게...네 에이왁스님 같은 분들 입장에서는 정말 최고의 공포일듯.

블랙님 / 우워어어어...으헝...어아아아아(...)

katcat님 / 으헤 끝까지 잘 지키시길><)
Commented by 정시퇴근 at 2008/01/15 15:37
혼자 몰래 보러 가야겠군요......(와이프가 임신 중...)
Commented by 렉스 at 2008/01/16 09:06
정시퇴근님 / 보시면 좋은 아빠가 될거야라는 다짐은 꼭 하시게 될거에요(본 사람만 아는 덧글;;)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8/01/16 23:52
첫 줄(한 해 첫 영화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아주 만족할만 하다)과 마지막 줄([미스트]는 최상의 '진짜 공포' 영화다)에 300% 공감합니다요! 안 봤으면 울었을 거에요(정말?).

덧_근데 제 트랙백은 스팸이란 못 보내네요. -_-;
Commented by 렉스 at 2008/01/17 08:35
히치하이커님 / 이상하게 영문 제목의 블로거들의 트랙백이 스팸 처리되는 이상한 일이...
스팸 차단 관리 기능을 너무 높게 설정했나 싶기도 한데...이유는 찾기 귀찮군요(...)
Commented by 윤군mz at 2008/01/18 20:43
저도 스포일러때문에 앵간한 뉴스도 댓글자체를 펼쳐보지도 않습니다.댓글제목으로 떠드는 것들도 있어서 -_-;

주말에 영화볼 시간이 갑자기 없어서 한주 쉬었더니 밀린 영화가 너무 많....재더리나ㅓ댜래넝;
Commented by 하치 at 2008/01/24 10:26
흐흐 이제서야 렉스님의 리뷰를 보았네요.
지금 읽어보니 전에 읽어도됐을걸 싶은 마음;;;;
저는 영화볼때 앞에 어떤 부모님이 영화에 나오는 그 꼬맹이만한 어린애를 둘 데리고 왔더라고요.
내심 걱정했는데 애들이 그 끔찍한 장면들 사이에서도 나보다 더 영하를 몰입해서 보더라는;;;;;
Commented by 렉스 at 2008/01/24 10:31
윤군mz님 / 1월에 은근히 볼게 많더라구요+_+) 체키라웃!

하치님 / 제가 은근히 스포일러 조심을 하는 듯 하면서도 흐릿하게 흘리기도 하고...뭐 그렇습니다. 하하.(스포일러에 너무 구속되는걸 싫어하는 성향 탓) 다행이네요. 저는 [판의 미로] 봤는데 앞앞 좌석의 모녀가 난리더군요. 정말 제가 다 불쌍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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