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新 극장판 : (序) [집히는대로 영화담

살다보면 에반게리온을 한반도 스크린에서 볼 날도 온다. 물론 그것은 90년대 당시의 '데스 앤 리버스'와 '엔드 오브...'도 아닌 비교적 근작인 신 극장판이긴 하지만. 하긴 지금 우리네 극장가에서 용인될 수 있을만치 '序'는 일신하였다. 덜컹거리는 전철 안에서의 심리 드라마도 '다이제스트'라는 방식으로 축소 되었고, 클래식 음악의 인용으로 캐릭터별 내면을 살펴보던(데스 앤 리버스) 사려깊음 보다는 짧은 대사와 '이전 시청자들의 기억을 일깨우는' 설정으로 그 기능에 충실하다. 게다가 그 분위기는 비교적 안온한 편이라 - 물론 이어지는 극장판에서 보여줄 파국의 드라마가 어떨지는 모를 일이지만 - 정말 어쩌면 '엔드 오브...'와는 다른 길의 엔딩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방향이 전혀 다른 엔딩이 아닐지라도 몇몇 설정의 변화는 이어지는 극장판의 향방을 짐작하게 어렵게 만드는데, 작게는 '좀더 요란한 디자인'의 판넬을 가지게 된 제레 요원들, 릴리스의 '다른 가면'(?) 같은 것에서부터, 크게는 달 지표면의....

아무튼 당장은 일신한 그림과 색채, 작품의 질감 자체를 아주 다른 것으로 만들어버린 경지의 CG는 행복한 볼거리들이다. '序'라는 제목 답게 포문만 연 1편에 이어질 후속편은 정말 어떤 신천지(과한 기대일까?)를 보여줄지 자못 기대된다. 작품 내내 일관되게 강조되는 무지개의 이미지는 엔딩 크레딧에서도 반복될 정도다.

그러나 역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말쑥해진' 신지군을 향한 등장 인물들의 격려다. '뺨 한대'라는 병도 먹이지만 레이의 대사도, 리츠코의 대사도, 무엇보다 미사토의 대사는 신지에게 정말 파일럿의 책무감 보다는 성장을 위한 동력을 주는 듯 하다. 신지의 성장에 따라 이 드라마가 어떤 방향으로 틀어질 것임을 우리는 알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겐도의 그 썩어빠진 입매는 긍정적인 전망에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지만.(쳇)

회의적으로 생각한다면 - 아니 솔직히 우리가 인정하는 거지만 - 장사판은 다시 열렸다. 엔딩 크레딧 후 나오는 예고편은 더욱 핏빛 비를 자주 뿌릴 전운을 설명하기 보다는 경쾌한 성우의 입에 실린 다음 장사판에의 유도다. 서비스~서비스~(그러나 그냥 주어지는 서비스가 아니라 돈을 지불하고 볼 오락임을 우리가 아는데 뭘)

TV 방영분에 대한 선명한(또는 흐릿한) 기억력, 제작진들 자신들이 다시 쓰기 시작한 수수께끼의 법칙, 이 모든 것이 뒤엉켜 우리는 또 한번 에바에 빠져든다. 이 몹쓸 즐거움.

+ 사도의 스치듯 한방에 궤멸되는 전차 부대를 보며 에잇 즈엔장 하는 지휘관 아저씨들 보면서 나름 심난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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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렉시즘 : ReXism : 에반게리온 新 극장판 : (序) = 인물들. 2008-01-21 16:58:09 #

    ... _ 에반게리온 新 극장판 : (序) = http://trex.egloos.com/3584043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이 있는데, 오늘은 좀 수다쟁이다. 곱게 봐주시길. 에바 극장판에 대해서 인물별로 더 적고 싶어져서...신지 : 이 친구의 희망/좌 ... more

덧글

  • 레이나도 2008/01/20 02:21 #

    렉스님의 감평을 기다렸어요 흐흐 >< 알면서도 낚이는 게 팬의 심정인게지요.
  • 스칼렛 2008/01/20 08:10 #

    서비스 서비스 하자마자 끝까지 남아있던 관객들 죄다 풉 하고 웃었더랬습니다[...]
  • 제로나이트 2008/01/20 08:47 #

    나갈때까지 안내리고 버텨줄런지 모르겠군요;;
  • 魔神皇帝 2008/01/20 09:20 #

    정말 한국에서 이녀석의 극장판을 직접 볼 수 있으리라고는...^^;;
    좀 안온하다고는 하더라도 그야말로 '피의 바다'던데, 이걸 5~6살짜리 꼬맹이랑 같이 보러온 부모도 있더군요.(좀 젊어보였습니다. 30대 초반?) 아이에게는 그야말로 트라우마가 되지 않을런지.(웃음)
  • 미리내 2008/01/20 09:57 #

    전 목요일 일반 조조로 보러갑니다 ><)/ 어두운 모니터를 벗어나(응?) 에바를 스크린에서 볼 날도 정말 오긴 오는군요 흐흐 ..
  • 버섯돌이 2008/01/20 21:56 #

    봐야되나.. 고민중입니다. ;;
  • Sion 2008/01/21 00:49 #

    '살다보면 에반게리온을 한반도 스크린에서 볼 날도 온다.'가 심금을 울리는 군요. 정말 오래살고 볼 일 인거 같습니다ㅠ.ㅠ)b
  • 렉스 2008/01/21 10:07 #

    레이나도님 / 그렇게 그들의 장사판에 기여하는거죠 으헝;

    스칼렛님 / 그 부분도 저도 좀 깨긴 하더군요. 아무리 밝게 만들려해도
    밝을수가 없는 작품인데 그렇게 태연하게 하;;

    제로나이트님 / 아슬아슬하군요;;

    魔神皇帝님 / 피바다도 그렇지만, 노출 장면은 으헝;;

    미리내님 / 무사 출격을 기원합니다><)/

    버섯돌이님 / 뭐 봐야하지 않겠;;

    Sion님 / 전신주의 줄이 휘청거리는 장면에서 헉 나 지금 극장에서 에바 보고 있어라는 묘한 실감을...
  • 히치하이커 2008/01/21 14:28 #

    단 한 번도 에반게리온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1인...
    (전에 투니버스에 해줄 때 가끔 봤다능...)
  • 렉스 2008/01/22 10:09 #

    히치하이커님 / 아마 그 에바가 전설의 대원 비디오판일거에요. 허허.
  • srv 2008/01/24 19:33 # 삭제


    전 아직 에바가 뭘 얘기하자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처음에는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본 성장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거대한 낚시라고 밖에는...
  • 렉스 2008/01/25 11:00 #

    srv님 / 낚시 맞습니다. 맞고요. 하하 ㅜㅜ)
  • 타브리스UT 2008/01/28 22:39 # 삭제

    저도 트랙백 은근슬쩍 걸어봅니다.
  • 타브리스UT 2008/01/28 22:43 # 삭제

    에구 실수. 39분 것 지워주세요 ㅜ
  • 렉스 2008/01/29 10:44 #

    타브리스UT님 /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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