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25일
[클로버필드] : 흔들거리는 캠, 지직거리는 나의 사고 감각

나즈막히 지축을 울리는 효과음이 파라마운트 로고와 BAD ROBOT 로고가 지나갈 때 즈음 나오다, 영화는 한정적이지만 효과적인 정보를 관객들에게 몇개씩 흘려준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모든 전모를 관객들이 알 도리는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방사능이나 군부의 음모나 운석의 낙하로 야기된 재앙을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클로버필드]가 1차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9.11'가 보여준 재난의 비전이 1인칭 시점이 되었을 때의 가상체험기이다. 그 가상체험기를 될 수 있으면 정치적인 색깔 없이 탈색시키고, '생뚱맞은 그것'의 등장으로 인해 야기되는 블럭버스터의 냄새로 관객들을 자리에 앉혀 놓는 것이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아연질색하게 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블랙 호크 다운], [본 얼티메이텀]에 이어 인파 속의 흔들리는 카메라는 여기까지 도달했다. 정색을 하고 진짜 가정용 캠인양!
이야기는 '고질라의 고향' 일본으로 승진해 갈 예정인 롭의 과거로부터 시작된다.(그리고 그 과거 녹화분은 새로 녹화한 5월의 환송회 동문 파티 녹화분으로 인해 상당 부분 지워진다.) 자신들이 나눈 감정의 정체를 알기도 전에 '먼저 자버린' 동문 베스와의 티격태격 덕에 영화는 초반에 청춘영화의 정서를 보여주는데, 이 티격태격 덕에 재난의 중앙에 롭과 일행은 많은 기록을 담을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된다.
청춘영화풍 고민을 안고 술 취한 사내들의 왈가왈부가 오갈 때쯤 '그것'의 등장은 시작되고, 본의 아니게 '기록의 사명감'을 가지게 된 캠은 도시의 아비규환을 생생하게 다룬다. 간혹 지직 거리고 우당탕 굴러도, 그것 마저도 '계산된 연출의 묘'를 따르며 정보의 노출과 은폐의 선을 아슬하게 타며 아주 관객을 '가지고 논다.'(심지어 남녀가 단둘이 있을 땐 캠이 아니라 드라마 카메라 노릇마저 하는 듯 하다.)
[클로버필드]는 정신없이 흔들고 달리고 우당탕 구르는 캠으로 인해 멀미의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지만, 실은 상당히 '썩어도 준치라고 여전히 똑똑한 헐리우드 인간'들이 만든 효과적인 연출 장치이다. 파티 장면에서 인물을 소개하는 방식이나, '정체'는 몰라도 '정황'은 설명해주는 효과적인 인물들의 등장 - 특히나 흑인 군인 -, 주요 인물들의 감정을 설명해주는 시점 처리 등은 이 극영화가 채택한 유효한 서술 방식이다.
게다가 이야기에 집중도가 흐트러지지 마라고 90분도 채 안되는 상영시간을 선사하고, 이야기는 '여자친구 구하기'라는 단순명쾌한 구조라니! 눈만 부릅뜬다면 웬만한 형체는 파악할 수 있게 만든 '그것'의 제작비도 저렴했다니 원. [클로버필드]는 사실 두어번 정도 보면 박수를 칠만한 팝콘 무비다. 다만 박수를 주춤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 영화를 성립케하는 것이 다름아닌 '9.11' 이후의 미디어와 쇼크 받은 대중 등의 요소라는 문제점이겠지만. 게다가 이런 요소들을 오락의 화법으로 극단으로 정색을 하고 풀었다는 점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클로버필드]를 보는 우리의 자세는 조금 묘해진다. 팔짱을 끼고 사회학도서와 보드리야르를 떠올리며 뭔가 쓸만한 거리가 없나 고민하게 만드는 오락 영화라니 이런. [클로버필드]는 리메이크 영화의 범람과 지구를 한방에 날릴 재난영화를 수어번 만들어낸 헐리우드가 자구책으로 떠올린 또 하나의 무서운 한방이다. 지구를 구해낸 굴착공들의 이야기엔 콧방귀만 나왔는데, 공원에서 발견된 이 캠의 주인공들의 사연엔 콧방귀는 나오지 않는다. 카메라도 지직거리고 나의 사고 감각도 지직거린다. 아릿한 고통의 쾌감.
- 엔딩 크레딧의 음악도 히트인데, 정말 대놓고 '괴물 영화풍'이다.
- 조그만 '그것'들을 보고 [미스트]가 상기되지 않던가?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 클로버필드 - 본편은 못보고 외전만 본 느낌 by 디제
- 클로버필드 보고왔습니다 =ㅂ= by 종이우산
- 클로버필드 (Cloverfield) by 배트맨
- 클로버필드(스포일러 있다.) by 대연
- 클로버필드 - 거대한 페이크의 전복적 체험 by 니야
# by | 2008/01/25 10:53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5) | 핑백(1) | 덧글(1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클로버필드 - 거대한 페이크의 전복적 체험
내가 처음 본 페이크 다큐 형식의 영화는 '찰리모픽' 이라는 베트남 전쟁영화였다. 중학교때인가 봤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장면장면이 기억나는 걸 보면 꽤나 인상깊었던 듯. 전쟁을 기록하는 촬영병사의 카메라로 고스란히 찍혀지는 베트남전은 내가 봤던 그 어떤 전쟁영화 중에서도 가장 리얼했고 '전쟁이란 무서운 것' 이라는 생각을 어린 마음에 심어준 것 같다. 이는 분명, 전쟁을 스펙터클로 취급하는 영화들 속에서 (가장 리얼한 전투장면을 재......more
제목 : 롤러코스터ㅣ클로버필드
다들 재미없다고 난리가 났다. 같이 본 작은누님도 멀미를 호소하시고 "미스트"에 비교도 안되는 졸작이라고 하신다. (우리 남매는 공히 미스트에 열광했었다.) 옆에 앉은 여인은 남자친구품에 안겨 잠을 자기 시작한다. 아니 이런 롤러코스터를 타고도 졸음이 와? 왜 재미가 없는거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롤러코스터는 2분정도 밖에 안되지 않나. 너무 짧아서 아쉽듯 이영화가 그랬다. 정말 끝날 기미가 보일때 아쉬웠다. 사실 처음 파티장씬을 극장에......more
제목 : Cloverfield (클로버필드, 2008) : ..
트랜스포머 개봉시 퍼진 열광적인 소문에, 발을 동동 구르며 유튜브를 들락거리다가 접한이름 모를 영화의 티저트레일러는 10년도 전에 인디펜던스 데이의 티저에설레였던 (그만큼 처참했던)그 기분 이상이었습니다.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은 '자...more
제목 : 클로버필드 (Cloverfield, 2008)
다음 글에는 클로버필드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클로버필드는 지극히 J.J. 에이브람스다운 영화입니다. 클로버필드는 지극히 플롯 자체는 단순하기 그지 없습니다. 주인공의 일본 출장 직전 환송 파티에서 갑작스럽게 의문의 생물체가 맨하탄을 습격하게 되고 주인공 일행은 그 생물체를 피해다니는게 클로버필드의 플롯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역시나 J.J. 에이브람스는 이 지극히 단순한 내용을 가지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 괴생명체에......more
제목 : [Team _ WAF] Cloverfield (20..
Cloverfield Untitled J.J. Abrams Project 매트 리브스 마이클 스탈 데이비드, 오데뜨 유스트만 배드 로봇 CJ 엔터테인먼트 미국 85분 SF, 공포, 드라마, 스릴러, 액션, 어드벤처 2008.01.24 http://www.1-24-08.co.kr/ 태그라인 그 놈의 공격이 시작됐다! 시놉시스 뉴욕을 덮친 사상 최대의 사건! 그 놈의 공격이 시작됐다! 일본으로 떠나는 롭을 위한 뉴욕시내의 송별 파티장. 친구 허드는......more
... 1. [미스트]를 봐도 불만이고 [클로버필드]를 봐도 불만인 엔딩 크레딧 시간의 투덜이들에겐 도대체 어떤 영화가 어울리는걸까. 기-승-전-결 확실하고 남녀 주인공 에헤헤 거리면서 괴물들 다 때려잡은 영화? 2. 어제부터 ... more
암튼 낚시왕에게 한 번 더 낚여볼까 고민중입니다.
첫공격이 시작되면서 끝까지 긴장감 있게 그리고 911테러를 생각하며 보니
진짜 있을 법한 일 일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 정말 재미있었음. 좀 어지럽긴 했지만, 신선한 충격과 재미였어요
dethrock님 / 그런데 막상 재미가 없었다면;;
히치하이커님 / 어차피 낚이고 도망가면 되니까요. 하하.
캐슬워터님 / 심지어 엔딩 크레딧에서 제목이 찍히니까 응? 다시 시작하는거야? 하는 바보 관객도 있더군요;;
THX1138님 /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았어요><)
MetalBuff님 / 묘하게 영화 본편과 분위기가 안 맞는 음악이 되려 인상적이더군요. 후후.
하치님 / 관객들 평이 안 좋아서 빨리 내릴 듯 하니(웃음) 궁금하시면 이번주 내에 보시는게.
트랙백 매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