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18일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 비틀즈를 활용하는 방법.

'When I Sixty-four...' 어쩌고 하는 대사가 삽입되고, 영화 속 숨은 뮤지션들의 목소리와 얼굴을 반갑게 발견하고 - 나는 U2의 보노는 쉽게 알겠던데, 엔딩 크레딧 보고 깜짝 놀라게 한 조 카커는 대관절 어느 대목에서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바보 같으니라고 - 아예 대놓고 힌트를 주는 등장 인물들의 이름인 쥬드, 루시, 프로던스 등이 기초적인 즐거움이라고 하겠다.
내용만 따라가다간 [포레스트 검프]풍의 펄펄 넘치는 보수적인 기운에 자칫 분노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애초에 이것이 연애물임을 인정하는게 나을지도. 비틀즈의 수많은 넘버들이 상대에 대한 연정을 호소하는 것이었는지, 그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내가 알 도리가 없다. 정말 그렇다면 방향은 맞았겠지만 비틀즈 매니아들이 받아들이기엔 또 어땠을지...
인상적인 대목은 사실 군데군데 꽤나 박혀있다. 정색을 하고 군무를 하며 무대장치가 드르륵 움직이는 인위적이고 테마가 명징한 부분도 있고, 공연의 모습을 빌어 음악을 변주하고 차용하는 수준의 부분들도 숱하다. 재니스 조플린을 따온 세이디의 모습과 '지미 헨드릭스풍을 거부하면서도 영락없는 지미 헨드릭스 모사'라는 걸 숨길 수 없는 조조 같은 인물들은 말할 나위가 없고.

징집과 전쟁 참여 같은 무거운 테마에 영상은 압도적인 기운을 넣긴 한다만, 몇몇은 과하긴 하다. 그러나 이런 류의 영화가 재창조된 음악과 영상을 사용하며 자주 저지르는 실수이자 과욕은 일종의 애교라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영화는 비틀즈의 음악이 이후의 음악씬에 끼친 파급적 효과를 제 나름의 어법으로 설파하고 있다. 인종 구분에 따른 장르 구분을 초월하는 설득력의 비틀즈, 앙칼진 일렉 사운드와 사이키델리아 세계관까지도 영향을 끼친 파급력의 비틀즈, 보편적인 인간 정서의 기본인 사랑을 가장 유효하게 설명한 비틀즈 등등...
영화 자체의 성과에 대해선 조금 주저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이야기는 상당히 평행선과 예측 가능한 선에서 머무르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영국 바닥이 아닌 뉴욕 바닥으로 건너간 영국 청년의 고군분투기이기 때문에 영화는 어쩌면 미국에서 차용되는 비틀즈 이미지에 대한 해답 같다는 생각은 잠시 들었다. 뭐 어쨌거나 결국 '소비'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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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2/18 11:32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3)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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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비틀즈의 열성팬이셨던지라 옛것이 더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Zikk님 / 형식적으로 작위적이고 가식적인 것은 한수 접고 인정하고 넘어가는 영화더라구요. 흐.
그래도 볼만은 하니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