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

요즘 압구정  CGV에서 다시 한다. 한때 왕가위 월드 또는 만신전에 제물 제법 바친 분들은 다시 보시라. 제물 바친 적은 없고 그냥 유행이라서 몇개 대여해보던 한참 때의 시절이 있었다. '취생몽사'라는 말 자체가 매력적이었던 [동사서독], 두 남자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여학생들의 성대한 줄을 이루던 학교영화제의 [해피 투게더] - 반응이 재밌었다. 두 남자가 껴안으면 '어어~'하고, 후반부 되니 신나게 드르렁하던 아해들 - 등으로 왕가위를 접했지만 언제부턴가 바이바이였다. 난 이상하게 [화양연화] 포스터만 봐도 숨이 막힌다. 너무 고혹적이고 멋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되게 답답해보인다.

그렇게 수년만에 - 라지만 10년 넘은 셈이네 - 본 [중경삼림]은 일단 촌스럽다. 스텝 프린팅 기법은 지금 보면 뭐하는 짓거리인가 싶고(물론 후예들과 아류들이 제대로 이 기법을 남용함으로써 '베려놓은' 탓이다) 남자애들은 어찌나 찌질하신지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생일이 5월 1일인 경찰 223(금성무)은 파인애플 통조림 앞에 두고 유효기간이 어쩌고, 30개 꾸역꾸역 먹고 술 먹고 게워내고, 구리기 그지 없는 작업질.... 경찰 633(양조위)도 만만치 않다. 비누와 걸레, 곰인형한테 말 걸고 어쩌구저쩌구... 그나마 양조위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는데 외모 쪽으로 양조위 타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적고 보니 양조위가 비행기 장난감 슈슝 가지고 노는 장면이 떠오른다. 괴롭다. 둘다 똑같다로 정정한다.

반면에 두 여성은 지금 보니 더 멋있네그려. 선글래스 벗지 않아도 - 실은 그래서 더더욱? - 포스 만땅인 임청하씨와 뭘 걸쳐 입어도 태가 나는 왕정문(왕비)은 그냥 빛이 난다. 빛이. 하는 짓도 똘똘하고.

아무튼 내가 당시에 보던 버전과 조금 다른가 싶기도 하고, 새삼 구린 음질(농담하는게 아니다)로 옛 영화를 조조로 접하니 재밌긴 하다. [중경삼림]이 이럴진대 만약 [타락천사]가 재개봉한다면 나는 볼까? 아이고 어데예.

by 렉스 | 2008/03/15 21:22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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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ETER at 2008/03/16 00:17
저는 어쩐지 중경삼림과 해피투게더를 "마이블루베리나이츠"에 맞춰 다운받아보았어요. 제가 왕가위를 보며 자란 세대가 아니기 때문인지 촌스럽지 않고 멋있었어요. 특히 해피투게더를 보면서는 아씨 이거 담배 피워야되는거 아니야? 란 생각까지... 어찌나 포스작렬이신지... (둘이 하는 베드신은 영 실감도 안나고 어색해보임.)

중경삼림 스크린으로 다시 볼까... 마이블루베리나이츠를 어서 봐야할텐데. 이건 왠지 데이트하면서 보는게 좋을거 같아 여자친구 생길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요나 at 2008/03/16 00:48
중경삼림.....개인적으로 사연있는(?) 영화라서.
안그래도. 압구정 cgv로 함 납셔볼까~ 싶었는데......말입니다.
'새삼 구린 음질' ㅋㅋㅋ
그저- 추억은 추억으로 남길랍니다 ㅋㅋ 이제와 다시 보고 실망할까 두려워서 ㅋㅋ
(하긴. 추억땜에 다시 본다기 보다....양조위♡쪽에 생각이 많이 쏠리긴 했지만요. 므흣~ :)

아! 그리구....장국영♡의 '아비정전'도 곧, 재개봉하드만요~
Commented by 페리체 at 2008/03/16 16:21
저는 집에 앉아서 중경삼림을 보다가, 결국 임청하와 금성무 만나는 장면까지 겨우겨우 보고 한 짬 쉬어주고 (힘들었다고요 --;) 또 쭉 보다가 양조위가 연인과 헤어지는 즈음까지 보고 다시 쉬고 있어요. 힘빠져서 오늘은 여기까지.
그런데 구리다 구리다 생각하면서 보면서도, 정말 그때 그 시절이라 이미 평가는 불가능하더라고요. 흐흐. 그리고 전 비누 장면 안 구립니다. 저도 제 방 사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살기 때문에 --; 이, 이건 고양이에게 말거는 버릇이 사물들에게까지 전파된 것이라고 중얼중얼(...)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8/03/16 21:24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 했던 감독이 왕가위였어요.
지금 보면 달라질까 싶기도 하지만, 딱히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게 문제네요. 하하.
Commented by 렉스 at 2008/03/17 10:42
PETER님 / 마이블루 베리나이츠는 제 여친이 혼자 봤다는데
(왕가위 영화 처음이래요) 괜찮았다고 하더군요.
사람들 사이에서 왕가위 최고작은 다른 영화가 거론되겠지만 흐.

요나양 / 다시 안 보길 잘한거야. 양조위가 신은 빨간 양말이 인상적이더구나(...)

페리체님 / 사물에 물건 건다는 것 자체는 별로 안그런데, 그런 장면을 낳게하는
어떤 정서가 전 견디기 힘들더군요. 흐흐.

히차하이커님 / 안되는건 안되는거죠. 전 때려죽어도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영화는 못 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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