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나가 후미의 작품들을 읽다. [집히는대로 책담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 서울문화사
사랑해야 하는 딸들 / 시공사
플라워 오브 라이프 1~4 / 서울문화사 

[서양골동 양과자점]으로 워낙 이 나라에서 유명해진 작가지만 오히려 빌려주는 들순이의 필터링과 사려 덕에 저 순서대로 볼 수 있었다. 그 필터링 덕에 - 실은 내 취향 덕에 - 저 작가의 '남자들간의 사랑' 이야기는 아마 접하지 않을 듯 하다.(슬램덩크를 소재로 한 모 동인지를 접한 내 정신적 상혼에 대해선 여기서 설명하지 않겠다)

독서의 시작은 일단 가벼웠다.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은 한권으로 구성된 작가 자신이 주요 인물로 설정된 맛집 기행 이야기이다. 첫장부터 작가의 '**한 소재'에 대한 통렬한 자기 고백(여기에서부터 벌써 웃음이 터녀나온다)이 이어진다. 그리고 입에 사르르 녹을 듯한 찬란한 맛거리에 대한 이야길 하는데 이게 만만찮다. 범상치 않은 듯 하면서도 실은 범상한 인물들의 개성있는 면모와 일상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이 작가의 특기 중 하나이다. 맛에 대해 매료되기 보다는 그 이야기 줄기를 따라가다 훌쩍 한권이 끝나버린다.

이걸로 워밍업을 마치니 [사랑해야 하는 딸들]로 이어진다. 보다 이야기는 밀도와 심각함을 띄고 있지만 사람에 대한 가볍고도 진실한 터치는 여전하다. 여고생 시절 딸의 등짝을 팡팡 치던 씩씩한 엄마는 여고생 딸이 성장하고 난뒤엔 그 등을 크게 감싸준다. 요시나가 후미는 그게 가족이라고 설명하는 듯 하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2대(또는 3대)의 여성을 중심으로 한 주변인물들(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이 사랑의 단면들은 때론 코믹하고 때론 작은 한숨을 내뱉게하는 인생의 몇가지 면모를 제시한다. 가족 또는 친우라는 관계 속에서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상대에게 자신의 틀 안 속의 기대와 이기심이라는 창을 휘두르는데, 타인은 그 창에 맞아 베이거나 또는 일치감치 피하며 다른 삶의 모습을 살아간다. 작가는 그 기대심에 대해서도 긍정하지만 때론 그 창을 피하는 상대의 모습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권짜리 단행본만 보니 조금 그렇다 싶었는데, 이제 4권짜리 [플라워 오브 라이프]로 넘어간다. 이게 참 절묘한데 처음 한두권 읽고, 등장인물들에게 내재된 슬픔이나 어두운 면을 웃음으로 넘긴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4권에서 그렇게 타다닥 정리해 버리는구나. 이쯤되면 작가에게 상당한 내공이 느껴진다.

[플라워 오브 라이프]에서 작가의 장점은 빛을 발하는데, 주요 등장인물들은 물론이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안배하는 연출의 묘도 그렇고 작가의 즐거운 개인 취향(맛!)도 강요하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배이게 하는 면도 그렇고 무엇보다 완독 후에 타이틀이 말하는 바를 설득케 하는 힘이 그렇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완강한 평화가 지속될 수 없음도 알고, 한때의 불구덩이 같은 감정만으로 연애라는 일상이 지탱할 수 없음도 안다. 어떤 아이는 고백을 실패하고, 어떤 아이는 쾌활하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한다. 그렇게 또 하나의 나이를 먹으며 비로서 훗날에야 알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가장 밝게 꽃피던 시절이었다고. 그리고 그 시절을 회고하며 나이를 먹어가는게 사실 때를 묻혀가는게 맞다고,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맞다고.


덧글

  • 똥사내 2008/03/18 13:08 #

    제목 멋지네요'ㅅ';
  • 나르사스 2008/03/18 13:39 #

    이 사람은 자칫 심각할 수 있는 문제를 갖고 무게감있지만 불쾌하지 않고 시원하게 다루는 특기가 있지요.

    기회가 되시면 오오쿠도 한번 읽어보세요. 추천드립니다.
  • 지나가던무명 2008/03/18 20:09 # 삭제

    개인적으로 '사랑해야 할 딸들'이라고 번역하기 보다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딸들'로 번역해주길 바랬음 'ㅅ'
  • 렉스 2008/03/19 12:50 #

    똥사내님 / 음? 어떤 제목이?

    나르사스님 / 맞습니다. 그런 장점이 고스란히 보이더라구요.
    오오쿠도 추천 받았어요! 저도 기대중입니다><)
  • 난쏘공 2008/03/19 21:29 # 삭제

    "사랑해야 할 딸들" 재밌을 것 같군요. 근데 다 만화인가요?
    참.. 렉스님 오랜만이네요.
  • 렉스 2008/03/20 09:45 #

    난쏘공님 / 으아 어서 오세요~ 오랜만이세요.
    그래도 항시 서로간에 블로그는 둘러보는 사이군요 흐흐.

    네 만화책입니다!
  • nano 2008/03/22 00:49 #

    요시나가 후미의 스토리 풀어나가는 능력은 정말 최고죠 ㅠ.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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