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어처구니 : 뭐 이런...

발단은 오후 업무중이었다. 딸 낳은지 50여일이 지난 후배애가 문자를 넣었다.

선배어케지내우?
전에말씀하신분과
성과는있으신거에요?
궁금하네~

어쩌구 마무리다. 이 나이에 연애를 시작하면 당도하는 피곤함과 또 마주쳤다. 그 성과라 함은 사회적 표준과 기준에 의거한 제도 뭐 어쩌고... 암튼 결혼할 거 같냐는 안부겠지. 지금 사귀는 들순이와 엔조이하는 것도 아니지만, 신중하게 사귀고 있고 좋은 결론을 내고 싶다. 그리고 좋은 과정을 딛고 있고. 그러나 지금 당장 결혼 제도에 진입하고 이런걸 말할 수는 없다. 아니 그런걸 말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더 강한 나는 대충 그런거 좀 묻지 말고 딸 이쁘게 키우라고 답문을 보낸다. 그런데 기가 막힌 답장이 온다.

결혼보단아기는언제~?ㅋㅋ
요즘워낙뱃속에먼저들어가앉히니..ㅋㅋ
근데그분나이가어케

싹 돈다. 간만에 열이 돈다. 미친거 아닌가. 인간이 싫어진다. 후배고 나발이고 이런거 잘라내는거 일은 아닌데 참 어처구니가 없다. 요즘은 다 이렇게 말하나? 결혼 치르고 애 하나라도 낳으면 어른이 된 듯 해서 자신감이 돌아서 사람들에게 다 이렇게 대하고 그러나? 보통 형태의 연애하는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여서 결혼 선배로서 이렇게 말하고 싶나? 글 읽는 당신네들도 그런가? 응? 한번 묻고 싶다. 진지하게.

다 그래요 또는 다 그렇진 않구요 경우에 따라 달라요 이런 덧글을 달고 싶어도 이 후배가 어떤 캐릭터인지에 대한 기본 바탕지식이 없으니 함부로 덧글을 못 다실지도 모르겠다. 그럴 필요 없다. 이 후배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이 문자 자체가 이 상황 자체가 순수하게 날 열받게 한다.

아니 같은 여성 아닌가? 그런데 상대방에 대해서 이렇게 함부로 이야기하나? 뭐 어째? 뱃속이 어째? 아 이게 요즘 추세라고? 그게 효도라고... 그렇게 말하긴 쉽겠지. 자기도 힘들게 애 가진거 사정 아는 입장인데, 그래도 선배라고 무난히 결혼하시라고 애 덜컥 가지시고 앞으로도 다산 하시라고 기원하나?

이 후배님은 답신만 잘 보냈으면 하다 못해 나와 들순이의 나이차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끝장이다. 이렇게 말하는 인간과 나는 연을 이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 불쾌함을 담아서 말조심 좀 하자고 문자를 보내니 또 하나의 답신 추가.

앗, 죄송해요~
선배도많이
조심스러운신가보네요.

그리고 딸이 보채는 듯 하니 어쩌고 마무리다. 사람 열나게 하더니 막판엔 헛소리 작렬이다. 무슨 대목의 조심스러움을 말하는건지 모르겠다. 지 문자 보낼 때 말조심이나 하지 그러셨나.

그래 나 조심스럽게 연애한다. 결혼해서 팔자 고치겠다고, 젊음이나 충당할려고 엄한 사람 잡아서 내가 꼴리는대로 즐기고 이런게 아니라 남 대 녀로 서로 인생에 손해 안 보게 보탬 되게 그렇게 할려고 최대한 노력중이고 요즘 즐겁게 지낸다. 그런 사람들이 걱정되어서 진도는 어떻게 되가냐 앞으로 어떡할 참이냐 조심스럽게 물어볼 수도 있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의 남은 가닥마저 실망시킬 정도로 이렇게 보내나?

남 걱정 많이하는 내 성격상 임신 후 우울증까지 고려해서 내 참을까? 아니 난 못 그러겠다. 후배 사람 만드는 셈치고 참을 인 새기고 훗날 충고와 언질해주고 사과 받을까? 아니 난 못 그러겠다. 이 자체로 불쾌하고 난 그 불쾌함을 로그로 남겨야겠다.

결혼과 임신, 출산은 달리 강조 안해도 축복 받을 일이고 신중함과 타인과의 관계가 고려되어야 할 중대사다. 그런거 서로 알면 그런 이야길 꺼낼 때 말조심 좀 하자. 세상엔 어떤 사람은 그 키워드가 개미지옥으로 인식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그 키워드가 '낳으면 고마 결혼하면 고마'로 인식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 사이의 한없는 심연 같은 거리감은 이해와 예의로 교감이 가능하다. 그걸 왜 안 지키나? 생각 없나? 씨발.

by 렉스 | 2008/03/19 17:38 | _일기를 빙자하여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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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곰부릭 at 2008/03/19 17:46
아 정말 애 낳은 사람들은 어찌 그리 어른인척 하는지-_-
저는 일단 결혼까지는 완수했지만 아직 애낳기 레벨에 도달을 못해서
주변 애엄마들한테 아주 드잡이를 당한답니다-_-;;;;
학원에서 하도 집요하게 애는 왜 안낳는거야? 왜왜왜왜! 하는 애엄마한테
지금 내 안낳는게 아니라 못낳는거거든요 라고 대답하면 되게 미안하시겠죠? 그만 좀 캐물어요! 했더니 오히려 기세등등하게 못낳는거였어어어어??? 하면서 더 떠들데요-_-;; 저도 참 아줌마지만 아줌마들 진짜-_-왜그러시는지!!!

기분 푸시고~~~ 이쁜 사랑 하세요오;;;
주변의 찧고까불고가 뭔 상관이랍니까~ 나 좋은게 좋은거죠~~
Commented by 보솜이 at 2008/03/19 17:55
말할 때 선을 넘고 안 넘고는 정말 순간인 것 같아요.
기분 많이 상하셨을 것 같네요. (읽는 저도 기분이 -_-;; )
오늘은... 황사 탓으로 돌리시고...
내일은 다시 화창한 날씨 덕분에 사람들이 모두 상식을 구비하고 재등장하길 기대해 보아요~
Commented by iamsia at 2008/03/19 18:36
본인은 할거 다했다 싶은 사람들의 우월감 같은걸까요.

왜, 기혼자는 미혼자한테 결혼하라 난리고
부모들은 애낳으라고 난리잖아요.
사람마다 과정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른건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정해진 틀에 끼워맞추려고 그러는걸까요.

무신경해서 농담이라고 한 말이라도
기분 나쁘셨다면 후배분에게 한마디 해두시는게 어떨까요.
아니, 전 그런건 좀 못참는지라;;;
Commented at 2008/03/19 20: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하늘처럼™ at 2008/03/19 21:02
흐.. 남 일 같지 않아서..
혹시나 그런 모양새의 사람으로 비칠까봐 조심해야겠습니다..

마음 상하신건 토닥토닥..
Commented by 도일 at 2008/03/19 21:16
무신경한 사람이 세상에 좀 많죠...
뭐.
기운내시라고 말할 거리는 아닌거 같고,
그래도 그 아가씨가 렉스님 옆에 있으니까요.

지금은 그 상황 자체가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타인의 무신경함은 잠깐 분노하고 잊어버리세요. ^^
Commented by PETER at 2008/03/19 22:03
애낳은 사람의 어른인척 :-) 저도 애낳으면 그렇게 될까 걱정 많이한답니다. 워낙 주위에 그런 사람들 많아서 :-) 많이 경솔했네요 그 후배분.
Commented by srv at 2008/03/19 22:19

확실히 아이가 세상에 나오니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머리 속으로야 다 천번이고 만번이고 이해가 되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너무나 다르거든요.
그런 기분을 어른이 된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출산보다는 육아가 더 어려운, 어른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되어지네요.

그런 의미에서 후배분은 아직 어른이 덜 된 듯 싶군요. 만약 그분이 아이를 키우면서 무언가를 깨닫는 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 너무 신경을 쓰시지는 마시고..

남의 눈치 생각하지 마시고 예쁜 연애 잘 하시길.
Commented by devi at 2008/03/20 00:40
2번째 답장이 정말.... 한 마디로 너무했네요;;
연애가 포털 뉴스의 가십거리도 아니고 무슨 장난인거처럼 물어본답니까;;
릴렉스하시고 화 푸셔요.
Commented by 몰락하는 우유 at 2008/03/20 00:55
인격이 덜 찬 사람이 기혼자, 아이 엄마, 혹은 아줌마라는 지위를 가지게 되면 저런 부작용이 생긴달까요. 신경 쓰지 마시고 좋은 연애 하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레이나도 at 2008/03/20 04:14
그래도 눈치라도 챈 걸 위안 삼으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눈치 못차리는 사람 정말 많죠.
제 어머니께선 항상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눈치가 있어야지 절간에서 새우젓이라도 얻어먹는다” (...)
Commented by 다이고로 at 2008/03/20 09:51

오천퍼센트 공감하고 갑니다.
공감음악은 RUX의 "닥쳐라"

Commented by 렉스 at 2008/03/20 10:03
곰부릭님 / 무섭군요. 아... 더욱 기세등등함이라니. 왜 그럴까요. 다들.

보솜이님 / 으와 오랜만이세요. 어젯밤에 바람이 불던게 황사였을까요.
모쪼록 건강하시길!~

iamsia님 / 사실 악의는 없다는거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심지어 그 후배에게 인격적인 완성의 척도랄까 그런거 바라지도 않음에도)
정말 두번째 문자는 아연할 정도였죠. 아아...

비공개님 / 아 언제나 지켜봐주고 계셨군요.(라고 적으니 뭔가 느끼하군요;)
말씀하시는 사연을 보니 문득 대학 1학년 때 '남자 선배들 방식'으로
머리를 박게 하던 '학교신문사 편집장 여자 선배'가 떠오르는군요.
어디서 잘못된건지...쩝;

하늘처럼™님 / 저같은 사람에게 걸리면 이렇게 블로그에 전시 당하죠;;

도일군 / 아니 이런 따스한 덧글은...'');;
(웅하하)

PETER님 / 저도 아기는 끔찍히 이뻐합니다만, 아기 낳은게 유세고
그게 결혼을 위한 조건이라고 생각하곤 싶진 않아요. 싫습니다. 으.

srv님 / 분명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아기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기대와 두려움, 확고한 다짐을 하겠죠. 그런 모습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고
그게 나와는 다른 차원의 것임도 압니다.

하지만 실망 했어요. 달라지리란 기대는 하겠지만 그게 뭐 이제 무슨 상관. 쩝.

devi님 / 네...흐 지금은 괜찮습니다^^);
간혹 이렇게 블로그를 대나무숲으로 이용하곤 하죠.

몰락하는 우유님 / 좋은 연애에 노력하지요.(으헤헤)

레이나도님 / 사람이 눈치가 있어야지 순대국집에서 새우젓을 리필해준다 <-

다이고로님 / 으헤헤;
Commented by marialove at 2008/03/21 19:43
보통... 남의 일에 관심이 많죠... 정작 필요할 때는 외면하는 주제에.(후배분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화를 오래 내기에는... 인생이 짧지 않습니까?(지금은 다 나아지신 것 같지만 말이에요 훗)
서로 존중하고 멋진 사랑하시길 :)
Commented by 렉스 at 2008/03/22 22:17
marialove님 / 네 1시간 짜리 화내고 23시간 편하게 지냈습니다. 흐.
말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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