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라는 말.

미안해요.라는 말을 꺼내고 싶은 나날이 있다.

먼저 아버지, 지각해서 '맞는게 겁나서' 야근을 마친 그이를 깨우고 고속도로를 달리게 한 그날 아침. 피곤한 눈을 문지르며 달리다 미처 보지 못한 돌덩이에 타이어 펑크가 크게 난 날. 그가 스페어 타이어로 갈아끼우는 동안 차창 밖으로 내다볼 생각도 않았던 그 날 아침의 아들은 지금 미안해요라고 적는다.

다음 할머니, 늙었다는 이유를 당신의 모든 말과 행동을 습관적으로 피하고 무시했던 것 미안해요. 당신이 날이 갈수록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퀭하게 앉아있던 하루하루, 그래도 옆에서 좀 말이라도 걸어보며 손자 노릇 못했던 거 미안해요.

마지막으로 어머니, 잃지나 않으면 다행이라는 돈이지만 그래도 바지런히 못 벌고 못 모아서 번듯한 여행 한번 못해 드리는 거 미안해요. 잘한다 잘한다 칭찬 받을려고 바둥거리지는 않지만, 못하고 부족한 아들인건 사실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어요. 미안해요.

그 외엔 미안한 사람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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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스 | 2008/04/02 15:32 | _일기를 빙자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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