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 [식코]

전작보다 좀 얌전하고 덜 선정적인 마이클 무어는 초반엔 성실하고 나즈막하게 사람들의 사연들을 들려준다. 사실상 가장 유효하고 호소력을 가진 이야기가 아이, 그것도 여자아이의 죽음인 것을 아는 징그러움도 여전하다. 결국 마이클 무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에게 여전히 문제는 9.11 이후이며, 미국이 '공포'와 '선전'으로 바깥의 상황을 설명하기 기피하고 있으며 부시가 숱한 떡고물을 '처먹은' 집정자임을 관객들에게 고발한다.

애니메이션과 마를린 맨슨의 인터뷰가 사라진 자리엔 옛 선전 영화 필름과 산업 시대의 풍자 영화들을 편집함으로써 자신의 유머감각을 과시하고, 월마트 대신에 찾아간 관타나모 수용소 앞에선 확성기로 쇼적인 시위를 행한다. 이 한결같음이 전작과 어우러져 마이클 무어의 진심을 '여전히' 의심하게 만든다. 재미로만 보자면 스타워즈 메인 테마가 나오는 대목,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묘사 등 제법 배꼽은 잡는다만.

그가 의료보험의 모범적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역시나' 강 건너 캐나다이며, 좀더 나가 영국과 프랑스까지 탄성을 지르며 부러워한다. 이런 비전이 상대를 명확히 파악하고 난 뒤에 나온 것인지, 그의 논지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인지는 다소 갸우뚱이다. [식코]는 글쎄다... 아무튼 지금 우리 시대에게도 유효한 볼거리이자 문제작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마이클 무어가 좀 나아졌다는 몇몇의 평가는 이상한 관대함으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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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스 | 2008/04/07 12:17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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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상한 나라의 도로시 at 2008/04/11 10:39

제목 : 식코 - Sicko, 2007
얼마 전에 글을 올린 존 알버트의 다큐멘터리 <의료보장제도, 돈과 생명의 거래 - Healthcare: Your Money or Your Life, Part 1, 1977> 가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빈민층이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를 피눈물 나게 보여줬다면 마이클 무어의 <식코 - Sicko, 2007> 는 의료보험에 가입한 2억 5천만 명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의 능력껏 보험료......more

Commented by 지나가던무명 at 2008/04/07 19:45
쫌 얌전해지긴 했어도 무어는 무어

근데 하긴 의료보험 문제가 심각하긴 심각한 문제니까 'ㅅ'...
Commented by 케인 at 2008/04/08 09:24
어쨌거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니까요. 이거랑 우리 현실을 생각해보면 끔찍합니다.
Commented by 다이고로 at 2008/04/08 09:35

이거 공포영화죠?

(풉;)

Commented by 렉스 at 2008/04/08 14:08
케인님 / '공포'로 국민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은것 같아요.

다이고로님 / 게다가 실명 공포영화죠.(웃음)
Commented by 양재 at 2008/04/15 19:12
모범적 모델을 딱히 캐나다,영국으로 삼았다기 보다
무상의료 시스템이 호주,뉴질랜드,캐나다를 비롯한
대다수의 유럽권 국가들에서 이미 정착돼 있기때문에
그네들에게 친숙한 몇 개 국가의 예를 보여준 거로 봐야죠.

Commented by 렉스 at 2008/04/16 11:19
양재님 / 저 같은 경우는 [볼링 포 콜럼바인]에 이어 또 캐나다가 제시되고, 그런 식으로 이야길 이끌다보니 비슷한 구조구나...그래서 좀 식상하게 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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