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인치 네일즈 [The Slip] : 알 수 없는 길. └rex in 음악취향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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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e Inch Nails [The Slip]
theslip.nin.com 을 통한 온라인 무료 배포 / 08년 7월 오프라인 발매 예정

1. 999,999
2. 1,000,000
3. letting you
4. discipline
5. echoplex
6. head down
7. lights in the sky
8. corona radiata
9. the four of us are dying
10. demon seed

2008년은 트렌트 레즈너에게 어떤 한해일까. 작년의 [year zero]가 관객들과의 교감을 위한 투어용 스튜디오 앨범이었다면, 올해는 [ghosts](http://trex.egloos.com/3683914)에 이어 벌써 두번째 온라인 배포 앨범인 [The Slip]을 내놓았다. 이 작품들은 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물론 여전히 그는 대중들과의 교감과 동시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 하다. 다만 [ghosts]가 앨범으로서의 '소장가치'라는 마지노선까지는 지키려는 침잠의 작업이었다면, [The Slip]는 그 경계선마저 지워내려 한다.(전작이 콜렉터들을 다분히 겨냥한 작업이었다면, 본작은 공유와 리믹스를 대놓고 장려하는 오픈 소스들이다.)

새로운 세기의 음반산업의 구도 변화에서 그가 발견한 적절한 타협점일지, 한정적인 시험적 시도일지는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기나긴 정규 앨범 작업의 시간적 갭만큼이나 이런 과감한 시도 역시 묘한 우려감(?)을 낳는다.

앨범에 대해 요약해서 말하자면 전작이 글쓴 당사자가 규정 했던대로 '허물어지는 세상에 대한 사운드트랙' 같았다면, 본작은 다시 - [with teeth] 때부터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던 - 어깨에 힘을 뺀 경향을 드러낸다.

그의 정규작치고는 짧은 44분 내외의 런닝 타임도 그렇지만, 인트로에서 바로 이어지는 '1,000,000'와 'letting you'들이 보여주는 나인 인치 네일즈식 일렉트로닉 펑크(또는 포스트 락)들의 좌충우돌 사운드는 특히 그러하다. 이는 [ghosts]가 일부 청자들에게 유도했을 '하품'을 극복하기에 좋은, 약국 음료수 같은 기능성을 보여준다. 까끌까끌한 질감의 전자 사운드 텍스처와 락의 교합은 왠지 보다 작은 규모의 공연장 투어를 기대하게끔 한다.

마치 세상이 짊어진 모든 무게의 고민을 짊어진듯 했던 [Fragile] 이후 트렌트 레즈너의 앨범은 다소 어깨에 의도적인 힘을 뺀 상태였다. 무리를 무릅쓰고 표현하자면 [With Teeth]는 락의 갈림길에서, [Year Zero]은 일렉의 갈림길에서 서로 질주하는 달음박질 같은 작품들이었다. 묘하게도 [The Slip]은 이 두 갈림길을 둘다 수렴하는 듯 하다. 그렇게 포용하는 품의 크기가 크지 않은 앨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작의 대표 싱글인 'discipline'은 2001년 이후의 트렌트 레즈너의 음악을 모두 수렴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lights in the sky'가 '간만에' 보여주는 박토 위의 발라드라는 황량한 풍경은 그의 초중기작을 연상케도 하는데, 이 곡 이후에 이어지는 연주 넘버들은 [ghosts] 또는 여전히 포기하지 못한 트렌트 레즈너의 작가주의연 태도의 연장선 같다.

물론 이것들은 다시금 앨범 초반의 분위기를 다시 재연하는 마지막 트랙 'demon seed'으로 정리가 되지만서도, 앨범이 끝나도 정작 트렌트 레즈너 또는 나인 인치 네일즈가 보여줄 또다른 갈림길의 행방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몽연하게. [0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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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Idioteque 2008/05/18 21:42 #

    딱히 음악적인 평가는 내릴 처지가 안되지만, 어쨌든 매우 맘에 드는 음반인 것 같아요! Letting you 참 좋더라구요.. Discipline 하고. ㅋㅋ
  • 히치하이커 2008/05/19 21:37 #

    공짜에 혹해 정말 오랫만에 NIN 음반을 제대로 듣고 있능 요즘입니다. ~_~
    워낙 오랫만이라 딱히 할 말은 없지만(그럼에도 왠지 포스팅을 할 것 같은 음반이기도...;;), '인더스트리얼'이란 말보다 '일렉트로니카'란 말을 붙이는 게 더 어울려 보이는 "discipline"은 무척 맘에 드네요. : )
  • 렉스 2008/05/19 22:23 #

    Idioteque님 / [with teeth]에서의 시행착오를 트렌트 레즈너는 [year zero]에서부터 현명하게 극복하는 듯 해요. 지금 반도 그렇고. 유후.

    히치하이커님 / 점점 일렉트로니카의 계보에서의 어떤 자신의 위치랄까 그런 자리매김을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해요. 무슨 생각이려나. 암튼 재미나요. 흐흐.
  • Heima 2008/05/27 00:42 #

    ㅎㅎ 저는 Closer 한 곡 빼고는 NIN을 처음 접한 음반이 With Teeth라서, 그 음반을 별로 나쁘게 생각하진 않아요. the hands that feed나 몇몇 트랙은 아주 죽이던데요.. ㅋㅋ 근데 Discipline이 '일렉트로니카'라, 저거 진짜 공감되는데요. ㅋㅋㅋ 아주 댄스풍이에요. 클럽에 틀어놓으면 춤출 수도 있을 것 같더라구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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