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08일
[플래닛 테러] : A급이 된 B급.
1. 핵전쟁으로 초토화된 지구. 황량한 도로 위엔 무섭고 날카로운 걸 잔뜩 달아놓은 자동차와 바이크가 폭주 갱단에 의해 질주하고 지평선 저편에서 고독한 총잡이가 등장한다. - 그런데 이건 [매드맥스2]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 그는 폭주 갱단에 의해 여동생이 납치 당해 윤간을 당하자 구출하기 위해서 홀홀단신 나서서 악을 응징하는데...
2. 테러 집단에 의해 가정이 초토화된 왕년의 퇴직 형사, 그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산탄총과 권총을 실은 자가용을 몰고 그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가는데... - 이건 아마도 척 노리스 무비.
3. 알 수 없는 미래의 어느 행성, 공주가 악의 집단에 의해 납치되고 변두리 행성에 있던 한 청년과 시종 로봇은 그녀를 구하기 위하여 모험을 나서는데... - 그런데 이건 [스타워즈 에피4]도 아니고, 심지어 그 패러디 무비인 [스페이스 볼]도 아니다.
=== 이상은 내 성장기에 아버지가 빌려온 정체불명의 비디오 테이프 목록들 중 일부이다. 언제나 자신의 직감 보다는 대여점 주인 아저씨의 구라(!)에 넘어가 이런 싸구려 액션 영화를 빌려오신 아버지. 길바닥과 건물 벽면에 질질 뿌린 시너에 확 달라붙는 불과 값싼 폭파 장면, 흐릿한 안개에 중요부위가 가려진 노란 퍼머 머리 여자들이 수영장에서 허우적 허우적, 흙먼지 묻히며 데굴데굴 구르며 피를 뿜다가 응징 당하는 악의 심복들. 아...아버지, 어쩌자고 이런 영화들을 빌려 오셨나요.
보안관 아저씨도 못 말리는 정의서린 복수의 주먹, 끊임없는 총알 공급, 앞에 달라붙은 같은 비디오 회사의 다른 영화 예고편도 만만찮았던 낮은 품질, 재빠른 반납, 그리고 이상한 걸 또 빌려오시는 아버지. 그렇게 수년간 빌려온 목록 중에서 제대로 된 영화가 딱 두편 있었는데... [프레데터]와 [터미네이터 1편](그나마도 복사본!!)이었다. 아들이 방학 동안 큰댁 사촌누나들 방에서 본 [스크린]의 내공을 믿었다면 훨씬 좋은 목록을 보실 수 있었을텐데. 하긴 아들에게 대여를 맡겼다면 [그렘린]이나 [윌로우] 같은 것만 잔뜩 빌려 왔겠지. 
이 '가짜 싸구려' 영화가 주는 즐거움은 결국 지직거리는 화면과 뿌연 톤이 아니라, 감독 자신이 만든 스코어 위에서 펼쳐지는 한바탕 '가차없는 짓궂음'의 향연들이다. 절단과 파괴 보다 '고름'에 약한 이들은 좀 피하는게 좋을 듯. 나머지는 낄낄 거리며 보면 된다. 일반 탄알과 유탄이 어떤 원리로 각각 발사되는지 알아보려 했다가 그냥 포기했다. 설명 없다. 푸하하.
- 타란티노는 꼭 지같은 대사만 한다.
- [더 록] 이후로 정말 간만에 본 마이클 빈...아. 격세지감이다.
- 난 왜 조쉬 브롤린의 그 피곤한 인상이 좋은걸까.
-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립스 메뉴를 죽죽 빠는 아해들이 이 영화를 보면 참 좋겠다 싶다.
- [데스 프루프]와 더불어서 결국 결론은, '남자들 깝치지 마라'인가.
# by | 2008/07/08 14:37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 | 핑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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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해버렸습니다.
Lainworks님. 마셰티 말고는 없어요. 자막 끝까지 기다렸건만 T_T 케서방 나오는 예고편 보고 싶었거든요.
/ 엘 레이의 그 경박스러운 활극 액션이 너무 웃겨서 극장에서 구르고 싶더라구요. 하하.
그런데 저 위에 3편은 무슨 영화인가요.
로드리게즈 만세!
이 포스트가 피쉬스토리(http://story.3fishes.co.kr) 에 공개되었습니다.
이런 날씨에 저렇게 입고 오토바이타고 달리면 시원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