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만화)책 이야기들, 다다다.

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장경섭 저 | 길찾기

찌는 햇살과 눅눅한 습기가 공존하는 옥탑방, 창작열과 가난이 교차하는 움츠린 소시민 만화가에게 바퀴벌레라는 거대한 동거자가 생긴다. 자신보다 더 움츠린 자세로 친구(?)를 대하는 바퀴벌레와의 동거가 익숙할 때 즈음, 만화가는 한 여자를 알게 되고 연애를 하게 된다.

바퀴벌레는 무엇에 대한 비유일까? 실제 동거자인 바퀴벌레 그 자체일수도 있고, 작중 화자의 성정체성과 연계된 파트너일수도 있고, 가난한 만화가가 어깨에 짊어진 연애상대로서의 죄책감일수도 있다.

작품집의 말미에 실린 또다른 단편들에 끈질기게 거론되는 옥탑방의 환경과 들끓는, 그러나 쉬이 풀리지 않는 창작욕에 대한 거론 등은 꽤나 정신병리적으로 읽힌다. 쉬운 해석을 요하지 않지만 왠지 자신이 하고팠던 일들을 붙잡았던 젊은 시절의 치기를 기억한다면, 공감갈지도 모를 이야기들의 나열들.

음주가무연구소 
Tomoko Ninomiya 만화/고현진 역 | 애니북스

술을 못 마신다. 그럼에도 간혹 내가 술을 잘 한다면? 내가 술로써 풀 수 있었던 고민이라는게 따로 있었다면? 이런 것들을 상상하며 애주가들의 마음을 알고플 때가 있었다.

[노다메] 작가의 포복절도할 술 관련 에피소드들, 널부러진 자세는 기본이요 토사물은 양념이어라. 재밌다. 표지도 그렇고 휴가철 일독할만한 낄낄낄 만화.

푸른 알약 
프레데릭 페테르스 저/유영 역 | 세미콜론

연애라는게 그렇다. 따스한 손길을 잡고, 입가와 성기에 묻은 점액질을 나누는 쾌락도 있지만, 그 이면엔 '다름'이라는 서로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고, 때로는 자신을 깎는 고초도 있는 법이다.

이 스위스 출신 작가는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에이즈 양성반응이 있는 자신의 여자와 아이에 대한 쉽지 않은 고백을 풀어낸다. 이런 이야길 풀어내는 방법에 있어 지나치게 절망적이지도 않고, 택도 없는 낙관성으로 일관하지도 않는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불가해한 과제에 봉착한 자신의 입장과, 분명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여러 과제에 대해서도 솔직한 힘겨움을 토로한다.

그리고 여전히 이런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같이 할 수 밖에 없는, 고착화된 현실과 연애라는 환상의 영역의 공존으로 이야기를 진행형으로 완료한다. 사는게 그렇지. 특별함과 버거움도 일상으로 껴안는다면.

by 렉스 | 2008/07/17 13:42 | [집히는대로 책담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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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도일 at 2008/07/17 20:22
들순과 저의 서재는 은근 겹치는 책이 많아요. 흐음.
Commented by 렉스 at 2008/07/18 14:47
다른건 몰라도 푸른 알약은 네 방에도 왠지 있을 거 같다
Commented by 도일 at 2008/07/18 15:26
저 저 위에 있는 책 다 있다는...
Commented by 렉스 at 2008/07/18 15:38
철근 콘크리트 빌려줘 <- 밑도 끝도 없
Commented by 도일 at 2008/07/18 16:09
철콘 근그리트 저 없는디유...--;;;
애니메이션 꽤 재미났어요.
Commented by 의명 at 2008/07/17 21:50
[장모씨이야기]를 비롯해 [저스티스]나 기타등등 사고 싶은 건 참 많지만, 많지만.
Commented by 렉스 at 2008/07/18 14:47
상단의 책은 다 여친이 빌려준 겁니다 흐흐;
저도 히어로물 그래픽 노블은 좀 사긴 했습니다만(저스티스/왓치맨)
Commented by 흰짱구 at 2008/07/22 17:12
음주가무연구소 저도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보면서 맥주 땡겨서 먹어봤지만 그래도 술이 늘지는 않더군요 ^^ 맥주한병 완전만취 가능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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