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 [Urban Explorer] : 어떤 변화를 정당화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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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 [Urban Explorer]
예당.서태지 컴퍼니 발매 / 08.07 발매

1. Urban Explorer         
2. Misconstrued        
3. Silver        
4. Save Us        
5. Go! Just Go!        
6. The Oracle (Swan Remix)        
7. B.F.S.(Butterfly Remix)
 

우리 헤비씬에서 피아의 입지는 다소 독특한 면이 있다. 이 밴드의 보컬 요한은 바세린, 할로우 잰의 앨범에 게스트 보컬로도 참여한 적이 있으며 이는 이 밴드가 걸친 음악적 정체성에 다소 기인하는 점이 있다. 분명 피아는 한국 코어계라는 보일듯 말듯한 씬에서 일정 수준의 기여도가 있으며 또 한편으로 각종 락 페스트에 단골로 초대되는 1차적인 명단이기도 하다.

(코어계 뿐만 아니라 요즘에 유독 쓰기 부끄러워지는 표현인)'인디씬'과 대중적 인지도의 양편에서 아슬아슬하게 오락가락하는 것이 현재 피아의 입지라고 할까나. 가령 초반엔 비슷한 입장이었던 Nell이 단독 콘서트의 티켓팅을 손쉽게 해내는 수준에 올랐다면, 피아는 아직은 아슬아슬하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겠다. 정리하자면 선배 신해철의 밴드 넥스트의 음반에 게스트 보컬로 참여를 할만치 인지도를 가지고도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클럽 연합 공연 등에서도 그 존재를 찾을 수 있는 밴드가 피아라 하겠다. 이건 피아 같은 헤비니스 밴드가 국내에서 차지할 수 있는 입지의 어떤 한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은 피아를 설명하는데 있어 한가지의 어려움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피아를 설명할 때 부득불 따라오는 어떤 이름 석자 때문이기도 하다.(그 이름 석자는 본작에서 사운드 슈퍼바이저 역할을 자임했다) 이 어려움은 다름아니라 피아의 음악 정체성을 설명할때 어떤 장애이기도 하다. 이것은 피아 자신도 인지하고 있으며, 그 이름 석자도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다. 데뷔 이래로 앨범 단위마다 어떤 변화를 꾸준히 지향해 온 밴드의 입장에서는, 그 변화의 단초로 특정 고유명사가 거론되는 것이 달가운 일이 절대 아닐 것이다.

흔히들 피아의 '변질'(?)을 [Become Clear](05)부터 소급할지도 모르겠다. 이 말은 돌려서 말하자면 [3rd Phase](03)까지는 괜찮았다는 전제를 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과연 그럴까. 사실 더 소급하자면 변화의 일단은 진작에 [3rd Phase]부터 있었다. 말하자면 피아는 데뷔작 [A@ARROGANTEMPIRE.XXX](01)에서 으르렁거리던 '원숭이', '벌레'의 세계관에서 일찌기부터 탈출해 왔다. 그것도 꾸준히.

'하나만 기억해 난 기어서라도 널 물고 늘어져 치욕적인 그날, 터질것 같던 그날같이 잊지않고 돌려주겠어 네 기억에 새겨주겠어'의 분노가 [3rd Phase]의 '또 널 가린 어둠이 쌓일 때엔 너의 손을 잡고 네(내) 가슴속에, 노란 여린 아픔을 벗을 때엔 난 눈을 감고 네 가슴에'('Green Rivers')로 바뀌기까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건 고작 2,3년의 간격이었던 것이다.

변화의 시점은 어느순간 벼락같이 내려진 것이 아니었다. 나름 자의적이었고, 특정 취향의 음악팬들에겐 서운한 일이 틀림 없었지만 꾸준한 다른 방향으로의 지향이었던 것이다. 작은 분량의 앨범이지만 - 신곡 4곡, 제목이 달라진 리테이크 곡 1곡, 리믹스 곡 2곡의 구성 - 피아의 EP [Urban Explorer]는 그 변화의 과정에 대한 정당화를 굳히는 작품이다.

그것은 부쩍 늘어진 이 밴드의 멤버 심지의 입지 강화와 그에 따른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부각이다. 헤비니스의 진공을 채우는 것은 일렉 사운드의 텍스처이며, 멜로디 라인이 부각된 넘버들의 서정적인 분위기도 도출된다. 이렇게 굳혀진 판이다. 피아가 어떤 시점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팬들은 이 참에 손을 놓는게 현명할 것이며, 이 앨범에서 가장 맹진하는 구성의 곡인 'Go! Just Go!'마저도 그렇게 성은 차지 않을 것이다. '원숭이', '벌레'의 그릉되는 일관된 분노를 아직도 기억하는 이들에게 '초록별 하늘과 날 부르는 너 태양의 바다여, 초라한 나에게 마지막 설 수 있게 도와줘' 같은 가사를 쉽게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른 쪽에서 피아의 변화를 긍정하는 이들에겐 신곡보다 'The Oracle (Swan Remix)'의 차가운 서정이나 'Silver'(전작 넘버 중 하나인 'Still Going Down'의 리테이크 버전이다)의 위안이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그런 팬들조차도 'B.F.S.(Butterfly Remix)'엔 실소를 머금을지도. 땀방울 후두둑 떨어지는 열광적인 스테이지가 그래도 어울리는 밴드의 넘버가 고속도로 드라이브 뮤직이 되어 버렸다. 그마저도 바랬던걸까.
[080723]

* Pia are :
- 혜승 (드럼)
- 심지 (FX / 피아노)
- 기범 (베이스)
- 헐랭 (기타)
- 요한 (보컬)

* Credit :
- Produced & Mixed by 피아
- Mastered by 최효영 at SONIC KOREA
- Sound Supervisor by 서태지

by 렉스 | 2008/07/23 12:13 | └rex in 음악취향Y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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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유카 at 2008/07/23 12:59
글쎄요 그래도 전 피아는 괴수레이블에 들어오기 이전에..
그러니까 부산의 클럽에서 활동했을 때가 제일 좋았지 않나 싶어요..

제가 서빠이긴 하지만 요한의 그 능글맞은 서태지에 대한 딸랑딸랑은.. 거북하기도 하구요..
피아는 코어.. 라고 하기엔 좀 말랑거려졌다고 생각해요.. 뭐 이번 앨범을 들어봐야 하겠지만...
Commented by 렉스 at 2008/07/23 16:33
간단히 말하자면 이 글의 의도는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 - 부산의 클럽에서 활동했을 때의 피아가 진정한 피아였다 - 은 이제 다시는 피아가 그때의 사운드나 태도로 돌아올 일은 없을테니 더이상 티끌만한 기대감도 가질 필요도 없고, 안 들어도 된다는 뜻이죠 :-)

이미 2집부터 그 기대감에 반하는 형태로 변화는 시작된 것이니 포기가 빨랐거나 진작에 적응했거나 했어야 했었죠. 지금 시점에서 부산 시절 이야기 해봤자 아무 소용 없죠.
Commented by dARTH jADE at 2008/07/23 14:24
지난 주 금요일 강남교보엘 갔다가 사인회 하고 있는 걸 봤는데, 이런 그룹이었군요.
Commented by 렉스 at 2008/07/24 12:55
이런저런 밴드죠(웃음)
Commented by dARTH jADE at 2008/07/24 13:17
아 그렇죠, 밴드. ^^;;
Commented by 공공의적 at 2008/07/24 10:39
뭐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급격한 변화치고는 적어도 몇개의 트랙은 잘 뽑아내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범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영~ 아니라서 그렇지. 뭐 따지고 들어가자면 어리지날리리의 문제도 있기야 하겠지만.

어차피 이들은 그대로 자신들의 과거 스타일을 고수했다고 하면 아마 지금의 입지 정도도 확보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영리한 밴드이긴 한 듯. 그 영리함을 음악에서도 보여주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Commented by 렉스 at 2008/07/24 12:58
약았죠. 딱 까놓고 말해서. 하하.
/ 애증만큼의 관심도 없는 밴드인데, 그냥 이번 작품은 궁금해서 구매해서 썰을 풀어 봤습니다.
일종의 체념 상태에서 들으니 그냥 적당하다 싶기도 하고.
Commented by BeatWeiser at 2008/07/25 04:10
'피아가 어떤 시점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팬들은 이 참에 손을 놓는게 현명할 것이며'
이번 앨범을 듣고, 정확히 저렇게 느꼈습니다.

그동안 계속해서 생각했던 것은...
1,2번째 앨범의 방향성을
3,4번째 앨범의 사운드 질감으로
다시 구현해 줄 수는 없는 걸까ㅡ
하는 기대 뿐이었는데요.

신보는 그 기대를 가볍게 즈려밟았...=_=;;
Commented by 렉스 at 2008/07/25 13:44
꽤나 비아냥거리며 적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나 웹진이나 읽으시는 분들이 앨범에 대한 긍정으로 보시는 모양이에요. 조금 당혹스럽긴 하다는.
Commented by 사이동생 at 2008/07/25 21:57
1,2집과 다른 의미로 4집을 괜찮게 들었지만 뭐 이 앨범은 더 들을 필요가 없을 듯해요. 돌아가든 말든 별 상관없으니.... 나쁘지는 않다. 딱 누군가의 앨범들을때와 비슷한 감정.
Commented by mineng at 2008/07/26 11:27
피아의 팬으로써 두둔하려는건 아니지만 좀 더 많이 봐 온 사람으로 말을 하자면 전 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 하는거라고 생각해요. 비아냥거려서도 안 되는 진심이랄까요.
Commented by mineng at 2008/07/26 11:31
몇 팬분들은 무거운 사운드가 좋다는 분도 계시지만 우선 피아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걸 그들 식대로 하는 음악이 자신 음악이지요. 눈치보면서 만들자면 제대로 만들어질까요.
Commented by 게믄 at 2008/07/26 15:44
피아가 어떤 인터뷰에서 자기들의 1집이 악마의 노래라고 표현한적이 있언던적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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