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어로물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가. 06년 리차드 도너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슈퍼맨2] 감독판 재편집으로 자신의 세계를 뒤늦게 복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워너는 무슨 생각으로 당시 [비틀쥬스]의 초짜 팀 버튼을 기용하여 기를 쓰고 배트맨을 극장판으로 내세울 생각을 했을까. 코믹스 같은거 아랑곳 않던 그와 대니 엘프먼은 도대체 뭘 믿고 [배트맨 리턴즈]의 앞과 뒤를 펭귄의 탄생과 죽음으로 비장하게 수놓았던 것일까.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대중들은 호황으로 답한 이유는 뭘까. 그러나 생각보다 히어로물의 전성기는 좀더 늦어졌다. 조엘 슈마허가 참담하게 말아먹은 배트맨의 연대기는 거두고 싶은 역사가 되었고, 먹고 살기 힘들었던 마블사는 [퍼니셔]고 [캡틴 아메리카]고 싸구려 극장판이 되는걸 지켜 볼 수 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매니아들의 성전인 [스폰]도 엉망진창 극장판으로 화답했다.
아마도 이 모든 영광의 시작은 마블의 [스파이더맨]을 사들인 소니와 샘 레이미, 그리고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로 인해 가능했을 것이다. 책임감과 사회라는 공기를 머금은 스파이더맨과 돌연변이 X세대들의 이야기는 각각 2편에서 정점을 발휘했고, 지금에 와선 더이상 멍청한 극장판이 나오는 것을 좌시하지 않는 마블이 직접 [아이언맨]과 [인크레더블 헐크]를 호쾌하게 지휘하기 시작했다. 물론 DC와 워너도 가만 있지 않았다. [슈퍼맨 VS 배트맨] 같은 아이고 이런 싶은 프로젝트부터 그럴싸했던 [배트맨 : 원년]까지 하나하나 물거품 되더니만 기어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는 하나의 포석을 마련했던 것이다. 히어로물 극장판의 유구한 역사는 '어쩌면 성사되었을지도 모를' 팀 버튼/니콜라스 케이지의 '슈퍼맨 프로젝트'나 제임스 카메론의 '스파이더맨 프로젝트'같은 물거품 프로젝트부터 [캣우먼], [고스트 라이더] 같은 - 차라리 애초에 만들지나 말지 싶은 - 되돌리고픈 치욕까지 모두 품고 있다.(물론 판단 유보의 [데어 데블], [일렉트라], [판타스틱4-2] 같은 녀석들도 포함한 방만한 역사다)
그러던 것이 결국 [다크 나이트] 같은 마스터피스까지 낳고야 만 것이다. 이제 비로서야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때. 나는 키보드를 멈추고 고민한다. 이걸 도대체 이야길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팀 버튼 시대부터 다시 시작하느냐, 다크 나이트로 글이고 그림이고 한바탕 신나게 푸느냐, 이 무거운 무게감에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면 그냥 포기하느냐... 이런 묘한 흥분감에 있는 와중이다. 어떻게든 풀어내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 게다가...






덧글
공공의적 2008/08/07 21:59 #
그야말로 개작살. 무엇부터 이야기 하던지 개작살. 어느 부분부터 들어가던지 개작살. 결론은 개작살 입니다.
렉스 2008/08/08 23:07 #
보는 사람을 아주 납작하게 만드는 영화더군요. 흐하
제로나이트 2008/08/07 22:35 #
내일 아이맥스 예약해버렸습니다.월E도 빨리 봐야할텐데 말이죠...
렉스 2008/08/08 23:07 #
역시 아이맥스로 봐줘야 합니다><)
미리내 2008/08/07 22:37 #
아..렉스님. 저도 제목에 있는 저 문장을 거의 그대로 중얼거리면서 나왔어요 "세상에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ㅠㅠ
렉스 2008/08/08 23:08 #
벅차고도 아득하고 갑갑합니다 ㅜㅜ)
glasmoon 2008/08/07 23:25 #
비슷한 뉘앙스네요. 저는 나서면서 뱉은 말이 '살다보니 참 이런 영화를 다...;' 였습니다. -_-;
렉스 2008/08/08 23:08 #
아버지가 아들놈 손목 한짝 자르는 수준의 암담함을 넘더군요. 흐하
샐리 2008/08/07 23:34 #
저는 '굉장하다...'라는 말만 중얼거리면서 나왔다지요. 전 아마 말로 된 감상문을 못 쓸 것 같습니다;; (그림 한장으로 때웠다는;;)
렉스 2008/08/08 23:09 #
저도 책임 회피하고 싶을 정도로 그냥 가슴 안에서 품고 싶습니다 ㅜㅜ) 그건 그거대로 막막한 일이지만 흐
로오나 2008/08/07 23:35 #
그렇습니다. 히어로물은 마침내 여기까지 왔습니다. 스파이더맨2를 보고 전율하면서, 과연 10년내로 이걸 뛰어넘을 수 없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헐리웃은 최고에요.
렉스 2008/08/08 23:10 #
정말 다른 범주로 스파이더맨2과는 또다른 영역을 만들더군요.사운드트랙 사야겠습니다.
2008/08/08 07:51 #
비공개 덧글입니다.
렉스 2008/08/08 09:29 #
어이쿠 죄송해요 ㅜㅜ)스팸 트랙백 단속을 위한 설정 이후 간간히 몇몇 블로거분들이 불편을 겪고 계셔요.
제가 매일 단위로 엉뚱하게 스팸 처리된 트랙백을 다시 복원합니다만...
아예 공지로 걸까도 걱정일 정도로, 이웃분들에게 죄송함을 느낍니다;
에구. 아무튼 감사합니다><)
호평도 이렇게 많은 호평을 받은 블록버스터도 참 처음 보는군요..
저는 이번주 일요일날 보러갑니다...
아이맥스는 뭐 항시 매진이더군요;;;
렉스 2008/08/08 23:10 #
이제 슬슬 일방적인 호평을 넘어선 비판들도 나오더군요.자연스러운 일이지요. 흐
hkmade 2008/08/08 09:34 #
와이프와 얘기하면서 지금까지 흥행에 실패했던 배트맨이 이번에는 흥행에 성공할까?라며 의구심이 들더군요. (하긴 지금까지 제 이글루 지인들의 평가가 좋았던 영화는 항상 흥행에 성공했었습니다만..) 꾸벅졸면서 지금까지 배트맨 시리즈를 봐왔지만 4-50년 이상 미국인의 사고방식속에 진화를 거듭해왔던 배트맨을 몇편의 영화로..(솔직히 전 좀 지루하더라구요. ㅎㅎ) 관객을 흡입하기에는 좀 역부족이라는 생각이..(스타워즈도 마찬가지..)하지만 이번시리즈는 어느정도 흥행을 할듯 싶네요.
렉스 2008/08/08 23:11 #
이번주는 호조 분위기지만 역시 입소문 타고 "열나 꿀꿀해"로 인지되고하강세일 듯 해요. 볼 수 있을때 봐놓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흐
사이동생 2008/08/08 14:30 #
어제는 다크 히어로가 가지는 마케팅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방금 바로 옆에서 다크나이트는 시간떼우기다 -놈놈놈이 더 낫더라-라는 의견을 개진받은 찰나 이런 글을 보는군요.참고삼아 스파이더맨에서 진짜 영웅은 해리입니다. 어흑. 불쌍한 해리. __b
렉스 2008/08/08 23:12 #
전 해리를 '계승에 실패한 악당'이라고 생각합니다. 흐.원체 3편을 '어정쩡의 극단'이라고 생각해서요.
블랙 2008/08/09 16:31 #
다크 나이트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완벽하다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다크 나이트를 넘어서는 영화가 나올수 있을런지?
렉스 2008/08/09 21:41 #
놀란 감독 자신이 3편을 맡아도 부담일 것이고,다른 감독이 받아도 이만저만 부담이 아닐텐데...말이죠.
워너 운영진이 이 시리즈를 가만히 놔둘리는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