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리카(Metallica) 『Death Magene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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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리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메탈리카의 어떤 앨범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마치 당신의 메틀 취향 전반에 대한 질문 같은 성격을 띄고 있다. 메탈리카 자체가 싫다는 단언은 주류 메틀 질서에 대한 반감의 피력 같은 면이 있고, 각 시기별 앨범에 대한 호오는 개인적인 음악취향에 대한 피력 같은 면이 있다.

만약 『Ride the Lightning』, 『Master of Puppets』까지만 쳐준다는 청자들은 밴드 내 특정 멤버에 대한 애정을 고수하겠다는 고집쟁이일수도 있고, 밴드의 이력 중 가장 에너지가 넘쳤던 한 때만을 인정하는 보수적인 골수 메틀 애호가일수도 있다. 만약 『Metallica』까지만 긍정하는 이들이라면 '헤비니스'에 대해 고착된 관념을 지닌, 제딴에는 고집스러운 메틀 애호가를 자처하는 이일수도 있다. 『Load』, 『Reload』는 물론이며 『St. Anger』까지도 긍정하는 이라면 한 밴드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영역의 경계란 없는 호혜로운 팬일수도 있고, 밴드라는 구성체 자체를 자체적으로 진화하는 유기체로 인식하는 탐구가일수도 있다.

물론 너무나 많은 경우의 수를 지닌 문제이다. 특정 시기만 긍정하는 이도 있을 수 있고, 전체 디스코그래피 중 특정 앨범만 거부하는 이도 있을 수도 있다. 이른바 이건 그냥 궤변이다. 한 밴드를 바라보는 인식의 애정의 틀은 각기 다르다. 그 틀의 궤가 개인마다 각기 다른데 하나하나의 결론을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그럼에도 메탈리카라는 장수 밴드의 이력에 대한 시기별 평가와 그로 인한 갑론을박은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이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메탈 음악을 향유하는 이들이 언제 삼킬까 내내 바라보는 불판 위 잘익은 고깃살 같은 주제다.

2. 골수 메탈러로 가는 일종의 계기가 되던, 지금은 이미 잊혀진 한 때의 경험이 되던 메탈리카는 나같은 일부 청자들에겐 '처음의 경험'의 의미가 강한 밴드다. 밤 국도를 뚫고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옆자리 동무 녀석이 "앞자리 형이 이어폰으로 듣는게 메탈리카 '뱀' 앨범이야. 드럼 사운드가 비집고 뚫어서 나온다 야."라는 말을 건내던 때가 있었다. 이 '뱀' 앨범이 나같은 또래들의 '검은 교양도서' 역할을 하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이 앨범이 훗날 불어일으킨 양가적 감정은 그 존재감 덕이 아니었을까. 메탈리카 '최고의 대중적' 성공작 『Metallica』의 힘은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었고, 우리들에게 한 시기를 대표하는 징후격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그 앨범이 실은 별게 아니었어라고 난체하기에도 좋은 허술한 앨범이었고, 라스의 드러밍이 별로 출중하지 않다는 것도 훗날의 깨달음 중 한두가지였다.

앨범 『Metallica』으로 대표되는 메탈리카의 입지는 '절대적 존재' 또는 '단골로 까기 쉬운 허술한 신화'라는 위태위태한 양 방향을 대표하게 된다. 이후의 이력 중 메탈리카가 가장 잘한 것을 굳이 2개 뽑자면 하나가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피쳐링', 나머지가 하나가 『Garage Inc.』라는 말은 짖궂은 농담이긴 하지만 진담이기도 하다. 일련의 정규작들이 의미있는 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길을 너무 잘못 찾은 여행길로 보인 것은 무리는 아니었다. 메탈리카의 음악은 동굴에서 들리는 듯한 사운드의 『Ride the Lightning』에서도, 하다못해 밥 락 감독의 '5분 남짓 메틀요소 농축액' 『Metallica』에서도 적어도 꽉찬 긴장감은 잊지 않았다. 이후의 행보는? 불행하게도 밴드 유기체의 'Raw'한 원초적 자세로 돌아가려고 했던  『St. Anger』가 남긴 것은 지루함과 친구들아 모여라 깡통소리 요란하니 다른 동네로 이사가고 싶어라였을 뿐이었다.

메탈리카(Metallica) 『Death Magenetic
Vertigo/유니버설 뮤직 | 08/09 발매

01. That Was Just Your Lie
02. The End Of The Line
03. Broken, Beat & Scarred
04. The Day That Never Comes
05. All Nightmare Long
06. Cyanide
07. The Unforgiven III
08. The Judas Kiss
09. Suicide & Redemption
10. My Apocalypse

3. 좋게 말하자면 메탈리카의 신작 『Death Magenetic』는 이런저런 소리를 적는 청자 애송이들을 향한 노장들의 보기좋은 회심의 반격이다. 제임스 햇필드는 『St. Anger』녹음 직전처럼 팬들을 걱정시키지 않았으며, 커크 해밋은 모처럼 갈았던 칼을 뽑는다. 살짝 다른 디자인이지만 로고도 가장 좋았던 그 때의 모습으로 복귀했으며, 음악도 비장함과 맹진을 교차하는 감각을 되살렸다. 『...And Justice For All』이후 간만에 연주곡 트랙도 한곡 실렸다. 이로써 본작의 선명한 목표가 보인다. 분명 메탈리카는 거듭 났다기보다는 자신들의 한 때를 소환시키고 감각을 부활시키는데 주력한다.

『...And Justice For All』의 「Blackened」를 연상케하는 첫 트랙 「That Was Just Your Lie」의 첫 포문도 그렇고, 마지막 트랙 「My Apocalypse」는 80년대 앨범들의 마지막 트랙이었던 「Damage, Inc.」, 「Dyers Eve」의 방식대로 앨범을 마무리한다. 앨범과 처음과 끝이 이렇거니와, 「The Day That Never Comes」같이 요즘 자주 인구에 회자되는 트랙에 대해선 청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80년대 사운드로의 회귀를 말하곤 한다.

그러나 단순히 80년대에 나온 3개의 정규작으로만 이 앨범의 경향을 국한시켜 보기엔「The End Of The Line」는 『St. Anger』에서 미처 못다한 역할을 수행하는 듯 하며, 「Broken, Beat & Scarred」의 구성에서 『Metallica』의 또아리 튼 뱀의 몸짓을 연상하지 않기란 힘든 일이다. 이로써 메탈리카는 이 앨범에서 보다 포괄적으로 과거의 사운드를 소환함으로써 자신들의 위태로운 왕권을 다시 추스리는 듯 하다. 80년대 서정과 격정을 오간 의식있는 스래쉬 메틀 밴드의 위치는 물론이며, 그들이 90년대 동안 행한 일련의 이력들이 결코 헛짓이 아니었음을 천명하는 듯한...

「The Day That Never Comes」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거론되어 따라오는 두 개의 과거곡 「Fade to Black」, 「One」은 단순히 합셈을 위한 구성요소가 아니다. 메탈리카는 이 두 곡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한 기계적 구성보다는 이 두 곡으로 대표되는 정서와 구조는 가져오되, 마치 자신들의 곡을 『Garage Inc.』식으로 재조합해낸다. 즉 80년대 그들이 발표한 커버 앨범 『Garage Days Re-Revisited』의 재연을 90년대의『Garage Inc.』가 수행했듯, 00년대엔 다른 밴드의 커버가 아닌 자신들의 이력에 대한 커버를 장렬하게 해내는 것이다. 즉 이것은 한 곡으로 체감하는 메탈리카 디스코그래피의 유영법이기도 하다.

드림 씨어터의 마이크 포트노이가 본 앨범에 대한 상찬을 아끼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드림 씨이터의 최근작들 역시 헤비니스라는 기조 아래서 혁신보다는 밴드 역사의 구와 신이라는 역사의 궤 속에서 자신들을 복제하는 보수적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림 씨어터는 실패했고(다음 앨범에선?) 메탈리카는 이렇게 귀환했다.

물론 「All Nightmare Long」의 살벌한 맹진과 「Cyanide」의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메탈리카식 사운드 철옹성도 의미깊기는 하되, 몇 곡들은 갸우뚱하다. 차리리 『S&M』에서나 신곡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할법한 「The Unforgiven III」의 존재감이나, 당대의 연주곡들보다 나은 트랙인지는 다소 주저하게 만드는 「Suicide & Redemption」등이 그렇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허덕이는 듯 자리를 겨우 찾는 라스의 드럼과 악질적인 최종 믹싱 사운드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는 메탈 밴드의 앨범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Death Magenetic』는 좋은 앨범일까? 역시나 답하기는 쉽지 않은 질문이다. 상단에서 말한 메탈리카에 대한 개별적 애호도가 이 앨범을 선호하는 판가름의 기준이 되겠지만, 적어도 본작은 전작과 달리 메탈리카라는 거대 브랜드에서 연상하는 어떤 보편적인 품질 정도는 보장한다. 혁신은 없지만 익숙함과 과거 한 때로의 유영을 유도하는 본작은 밴드 입장에서는 오래된 팬들을 위해 낸 관례적인 정규반 같으며, 팬들 입장에서도 관례적으로 밴드에 대한 존경을 표할 수 있는 정규반이다. 그 관례적인 면모가 또한 명확한 한계겠지만. [08/09/21]

* 크레디트

Rick Rubin : Producer 
Andrew Scheps : Mixing
Greg Fidelman : Engineer, Mix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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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스 | 2008/09/21 15:27 | └rex in 음악취향Y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8/09/21 21:39
어쨌든 대세가 예상 밖의 호평이라...실로 놀랍습니다. ㅎㅎㅎ

라스의 밍숭맹숭 드럼의 버팀목이 사운드의 질이였는데...이번에도 사운드가 문제인가요. 다른 분들도 지적하던 그 사운드 참 궁금합니다. ㅡ0ㅡ;
Commented by 렉스 at 2008/09/22 01:27
사운드 하나만큼은 똥반 등극입니다. 흐하하.
이제 이 지겨운 물건을 안 들어도 되어서 기뻐요. 바로 판테라 들었다능;

며칠 지나야지 맘 편하게 이 앨범은 들을 수 있을거 같아요.
Commented by BeatWeiser at 2008/09/26 16:44
...뒷북입니다.

뭐 나쁘게 듣지 않았는데요, 걸리는 점이라면 역시
전작들에서 오버랩되는 곡들이 하나씩 있다는 점과(...)
이럴 거면 왜 릭 루빈을 데려왔는가 하는 점(...)입니다.
Commented by 렉스 at 2008/09/27 11:13
릭 루빈이라는 이름 하나로 몇만명은 더 건질 것이라는 계산 덕인 듯 해요.
사운드 똥반이 될 줄은 그 몇만명과 대다수는 예상도 못했겠지만.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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