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남 모음집 : Watch the World Burn. _그리기를 즐기며

그러니까 오늘은 이걸 그려온 소박한 이력을 한데 모아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로 되짚어보는 셈입니다. 그래서 다른 날에 비해서 스크롤이 긴 편입니다. 감안해주시고... 보시겠다면 감사할 따름. 아 올라가는 순서는 그렸던 순서와는 관계 없습니다.

처음 시작은 몇년 전의 [배트맨 비긴즈] 덕이었습니다. 인류의 역사만큼 유구히 내려오는 암살 집단에게 기술을 체득했다는 발상이 맘에 들었죠. 막상 그리고 난 뒤에 움츠려 보여서 싫었지만.
그래서 팀 버튼과 조엘 슈마허와 놀런 무비와 TV판 애니들이 엉켜서 아무거나 제 방식대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것마저더도 당시 이후엔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았는데... 올해 [다크 나이트]로 얻어맞고 난 뒤엔 정말이지.
애초엔 흥미의 대상이 배트맨이 아니었습니다. 히스 레저의 스틸샷이 하나둘 공개될 즈음엔 이걸 그렸죠.
그러다 영화의 초반 6분인가 7분인가의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이걸 그렸구요. 네 물론 저 가면 디자인하고 다릅니다. 뭐 언제나 그릴 때마다 변명처럼 하는 말이지만 '제 방식'이나 '제 느낌'대로 그립니다라고 토는 답니다만.
영화 관람 이후엔 어느 정도 정형화되긴 했지만, 사실 같은 얼굴은 하나도 없는 셈입니다.
이건 젊은 버전 같고.
이건 제가 남미 마약왕 같다고 말하는 버전. 지금은 고담 시티 흘러 들어오기 전에 남미에서 폭탄협박으로 잔돈을 벌던 시절이라고 나름 갖다 붙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달리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매료가 된건 조커 쪽보다는 저는 배트맨이었습니다. 특히나 전작과 연관지어서 자꾸만 이 캐릭터의 고뇌라는 무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더군요. 히스테리, 선이라는 이름의 폭력성/내재된 악마성 등등...
이 사건이 모든 모태라고 생각하는데... 이로 인해 고담 시티는 정말 구원받은 것인지, 더욱 큰 폭력들을 부르는 도탄의 지경에 빠진건지, 개인 브루스 웨인은 구원받은 것인지, 운명의 아귀에 빠진 것인지... 음 모르겠어요.
악당들은 공교롭게 한 도시에 모입니다.
미스터 프리즈.
리들러.
투페이스.
그래서 정작 [배트맨 비긴즈] 당시에 그려야 했을 그림을 [다크 나이트] 보고나서야 완성(?)하는 경우도 발생했지요. 발밑에 비춰지는 빌딩숲의 세상에서 그가 발견한 것을 무엇이었을까요.
예전에는 용기가 안 났는데, 가면 안의 얼굴도 종종 그리게 되더군요.
여전히 코믹스든 영화든 어디서 영향은 받은거 같은데, 그냥 제 마음대로 그립니다. 이건 어디서 영향 받은거 같다고 짐작하신다면 그게 맞을거에요. 거의.
그래서 효율성이나 합리적인 면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기도 합니다.
모든 배트맨을 긍정하라!라는 강짜를 놓기도 합니다. 허허.
[다크 나이트] 이후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입니다. 그는 아마도 여전히 이렇게 어둠을 쫓으리라 믿으며.
프랭크 밀러의 악영향. 허허. 문제는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서 모아놓아도 멈추는게 아니라 또 다른 그림들이 그리고 싶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더 이어질 듯 합니다. 이 검뎅칠은 말입죠. 이 박쥐 날개 속의 심연은 얼마나 깊은지요.
짐작하셨겠지만, 이 모음 포스팅은 RockDomm님의 포스팅(http://busterwolf.egloos.com/4732482)이 주신 자극으로 인해 가능했습니다. 언제자 좋은 자극에 대해서 감사드리며... 1차적인 마무리를 짓지요. 그럼. 흐흐. (+ 누락된 그림들은 아마도 맘에 안 들었거나 / 확실히 부끄럽거나 / 그냥의 이유 때문일겁니다)

덧글

  • 라큄 2008/11/19 11:34 #

    그림들이 하나같이 임팩트가 강합니다!
  • neungae 2008/11/19 11:44 #

    그냥 다 보여주셔도 되는데..ㅎㅎ
    마지막 조커와 베트맨..음..인상적입니다..

    렉스님 오늘도 좋은 하루입니다..:)
    참 어제 전남쪽은 대설주의보..오늘 설경이 좋으네요..
  • RockDomm 2008/11/19 13:39 #




    제가 했던 배트맨 - 다크 나이트 의 팬아트 모읍은 제게 있어서 기대한 것 이상의 즐거움과 성과를 안겨준거 같습니다. 이오공감에 추천되기도 했고, 지금 포스팅의 경우처럼 렉스 님께 어떤 촉진의 불이 되기도 한거 같으니까요. 기쁩니다. 예술인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더 많은 사람에게 보이고', '어떤 감정과 느낌을 전달시키고' 나아가서 그것을 공유하는. 아아. 이거 진짜 로망인지라. 감정이 주체가 안되네요.

    이번 포스팅의 BGM - Batman Begins Ending Credit 음악도 제게 있어서 비긴즈의 팬아트부터 지금까지 제게 많은 '영감'과 '느낌'을 선사해준 곡입니다. 어제도 그림그리며 들었지만 포스팅에서 느껴지는 공감은 조금 더 기분을 새롭게 해주는군요.

    과거 렉스 님께서 쓰셨던 비긴즈의 리뷰를 보게 될 당시가 생각납니다.(그 때가 제가 처음으로 렉스님 블로그를 알게 된 때였네요.) '프린스와 U2, 스매싱 펌킨스의 사운드트랙도, 대니 엘프먼의 소란스럽고 기이한 매력의 스코어도 없는' 한스 짐머의 웅장하고 진짜인양 밀어부치는 이 영웅서곡'. 우아하고 멋지게 해낸 귀환.라는 글구가 기억납니다.(현재 글의 문맥을 위해 원문을 조금 바꾸었음을 양해부탁드립니다.-_-) 네. 그 느낌대로. 비긴즈부터 놀란이 추구했던 이 영화의 중요한 정체성인 '담백한 리얼리즘'을 잘 설명하는 멋진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담아내는' 그림을 추구하는 저로서. 렉스 님의 그림도 그러하다는 믿음 하에. 이번 포스팅에서 받은 제 나름의 감정을 '올라온 그림 순서대로' 적어봅니다.

    <맨 위의, Man 위의 그림> 처럼 배트맨은 자신의 자경단원 삶을 시작하며 자신의 그림자이자 최고의 숙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갑옷을 걸친 기사> 의 모습으로 시작했던 악과의 싸움. 배트맨 자신 스스로도 그게 돌고 돌아 '강철의 초인'과의 싸움을 위한 갑옷까지 갈 줄은 몰랐을겁니다.

    <망토 뒤의 어둠속에서는> 알프레드가 '집에서도 펜트하우스에서 안 자고' 더 줄기차게 지내는 박쥐동굴의 어둠만큼이나 지난 날의 어두운 과거가 도사리며 언제나 혀를 날름거리지요. 지켜보는 자의 주장이 어떠하든 '긍정'도 '부정' 도 하지 않으며 묵묵히 '갈 방향' 만을 바라봅니다.

    <한 배우의 죽음>으로 나타난 무서울 정도의 광기는 지금 우리 사는 세상에 닥친 어떤 보이지 않는 위협일 수도 있겠고요.

    그리고 가면으로도 못 숨기는 <단지 죽을 만큼의 고통이 사람을 괴상하게 만든다는 믿음>
    영웅은 정의를 위해 자신을 숨기는 가면을 썼고. 빌란은 혼돈의 공포를 위해 얼굴에 워페인트- 화장을 하고 가면을 씁니다.

    <어느 새 말쑥한 양복까지 갖춰입고> 도시의 흑막을 지배하는 범죄자들 앞에서 느물거리며 비웃는 광대. 본인 스스로 말했던 '너 -배트맨- 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마약상들 공갈이나 치던 3류 인생' 이었던 과거를 비웃으면서요.

    <'얼굴의 화장' 그리고 '조커 카드'> 그 기원은 아무도 모릅니다. 화학약품공장 조차도 오리무중입니다.

    <하지만 그는 본래 simple taste> 싼 걸 좋아하지요. 그거 '몇 개로 이 도시에 저지르는' 일. 곧 결국 '혼돈의 사도' 로서 말이죠.

    <자신이 끌까지 제어하려 드는 어둠과 광기> 를 짊어진 기사. 그는 자신을 비웃는 '어둠과 광기'를 결국 만난거네요. 한사코 부정하지만 결국 끝까지 같이 가게 될....

    <모든 비극의 시작.> 밥 케인 부터 크리스 놀란까지의 모든 배트맨 역사가 지켜오는 '배트맨에 있어서의 절대룰'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전해지는 죽믐 - 복수 - 정의 - 희생 로 이어지는 지금의 비극.

    <그러나 해야 할 일은 끝이 없습니다.>

    <도시를 얼음으로 뒤덮으려는 악당>에게 맞서기 위해 신용카드까지 꺼내던 웃지 못할 과거가 있고.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 자신 머릿속과 박쥐 동굴까지 침벙당하던 억울함도 있겠습니다.

    <동전의 양면>의 모순을 처리하기 위해서 예전에는 '갑부' 다운 방법으로 맞섰습니다. 동전을 뿌려서 혼란시켰죠.
    하지만 몰랐을 겁니다. 복수와 분노로 색칠된 '새로운 동전의 양면' 을 자신도 만들게 될 줄은요.

    <밤의 도시 위에서> 지배도, 복수도 아닌. 단지 질서만을 원하지만. 남는 것은 눈 앞에 펼쳐진 밤만큼이나 깊은 자신의 어두움과. 불신이겠군요.

    <하지만 옳은 선택을 위해서> '브루스 웨인' 도 '배트맨' 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날더라도>

    <도로를 부수며 다니더라도>

    자신이 가진 모든 무기. 아니 수단을 총동원하여 싸울겁니다.

    <그 결과가 만든 역사와 다양한 모습> 속에서도 누가 보아도 그는 단 하나의 배트맨이고. 동굴 벽장 속에 있을 그 슈트들을 보는 그 자신도 배트맨 외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둠과 공포를 쫓아내기 위해 자신도 어둠과 공포를 몰고다니지만> '묵묵히 그길을 걸어갑니다.'

    <그리고 살인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겠지만> '신념은 저버리지 않습니다.'

    <영웅과 빌란> 수많은 작품과 매체가 보여줬던 이 양면의 관계는 사랑과 증오 만큼이나 선이 악만큼이나 멀고도 가깝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배트맨도 조커도 '그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과거로부터의 선명한 '그림'의 역사. 언제나 늘상 저도 주장하는 팬아트의 한가지 룰인 '룰은 없다', 어둡고 담백하며, 깊이있는 무거움에 대한 찬사. 그리고 그걸 표현하고 싶은 '채워지지 않는' 욕심. 이 모든 게 제가 담아내고 싶었던 다크 나이트의 팬아트 포스팅의 이유이며, 또한 렉스 님이 보여주시는 이번 포스팅의 메세지일거라 멋대로 추측해봅니다.

    어제도 다크 나이트의 OST 를 들으면서 또 다른 팬아트를 그렸습니다. 말씀하신것처럼. '박쥐 날개 속의 심연은 얼마나 깊은지. 멈추고 싶지 않고 계속 또 다른 그림들이 그리고 싶어집니다.'

    이 반가운 공감 속에서 헤엄치면서.

    Rockdo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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