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1월 21일
[삼국지] 초심자의 넋두리 한 토막


장정일의 [삼국지]를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반지..]를 읽을 때처럼 하루하루가
다르게 페이지를 넘기던 때와 상황이 달라
쉬는 시간에 몇 페이지 넘기는 수준이지만,
암튼 어느새 5권 넘어가고..
적벽대전 이후 주유가 지금 독이 잔뜩
올라와 있는 상태. 곧 죽음을 앞두고 있습니다.
유비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시대의 패자가
되어가는군요. 제갈량 없었음 어떡할뻔 했어.
조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삼국지]는
텍스트로썬 처음입니다. 전 이글루스의 다른
분들이 오우삼 버전 [삼국지]에서 배우들과
등장인물들을 연관시키는 상상력을 발휘할 때
끼여들지도 못했습니다. 뭘 알아야지 농을 걸지.
아무튼 흥미롭고 소문대로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장정일본의 장점이랄까 그런건 별로 느끼진 못하고
있습니다. '젊은 삼국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이야기를 전복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장정일이 10권에 달하는 장편 작업을 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어째 장정일 보다 [삼국지]
시장에서 어떻게든 '3파전'으로 몰이를 해보겠다는
김영사의 야심이 더 드러나는 듯 하지만.

굳이 텍스트라면 [삼국지]의 스토리 라인은
[창천항로]에서 엿본 적이 있습니다. 볼 당시도
지금도 그렇지만 올바른 습득 방법은 아니었죠.
[창천항로]의 삼국지 세계관은 조조 만세입니다.
유교의 도에 도전을 걸고, 예수(!)에까지 다다르는
조조의 넓은 가슴을 느낄 수 있는 그냥 황당한
작품입니다. 그 황당함이 이 작품의 가장 중핵적인
재미라는 걸 부인하기 힘들어서 문제죠.
유비는 긴 귀와 기다란 팔 같은 원숭이 체형으로
유약하지만 타고난 운으로 세상을 경영하며,
제갈량은 양팔에 여자를 끼고(...) 손에 잡기 힘든
이치를 입 밖에 뱉고, 여포는 순수한 힘과 근력의
덩어리입니다. 논리도 없고 교양도 없이 말과
혼혈일체된 여포가 등장하는 전반부 연재분의 힘은
확실히 대단했죠.
문제는 이게 [삼국지]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좀더 앞 사정을 이야기 하자면 가장 처음의
간접체험은 코에이가 발매한 게임 [삼국지] 시리즈.
사실상 코에이가 만들어낸 세계관과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장정일판 [삼국지]에서
유비가 조운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흠모의 뜻을 띄우는 장면에서(뉘앙스가;)
아무래도 게임에 등장한 등장인물의 일러스트를
떠올리지 않기란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코에이의 [삼국지]가 타국의 고전을
징그럽게도 자신들의 걸출한 감각과 경험으로
정상급의 문화상품으로 매끈하게 내놓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후의 과정은 말할 나위가 없죠.
여포가 스테이지 보스로 나오고, 주요 캐릭터에게
무쌍난무라는 필살기를 부여한 게임까지 나오고(...)
일기토와 숨겨진 아이템 찾기의 매력이란
독서와는 또다른 재미 아니겠습니까. 확실히.
하지만 그 역시 오해입니다. 이것들이 [삼국지]
자체는 아니니까요. 결국 나관중 같은 출중한
문장가들이 만든 세계관에서 발을 놓든 빼든,
온전한 [삼국]의 스토리를 담은 물건이란 없을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오해는 있고 편자의 첨삭은 있겠죠.
그래서 저의 [삼국지] 독서의 늦은 출발을 요즘
조금 후회하는 중입니다. 이미 대중문화의 사탕범벅에
흠뻑 젖은 텍스트 [삼국지]로 인해 독서 중에 나오는
숱한 등장인물을 '굳이' 이미지를 떠올리며 연결시킬려는
저의 딱한 상상력을 어디에 탓해야 될지 모를 일입니다.
+ 간혹 [조선왕조실록]의 박시백이나
[1001]의 양영순 버전의 새로운 [삼국지]도 꿈꿉니다 :)
+ 삼국지 관련 게임 [천지를 먹다], [천지를 먹다.2]에
관한 글도 있습니다 :)
# by | 2005/01/21 10:46 | [집히는대로 책담 | 트랙백(1) | 덧글(20)















제목 : 월탄 박종화 선생의 삼국지
...more
그 뒤에는 각종 응용 아이템들만 잔뜩 접해서 자연스레 익숙해진 판이고.
그런데 삼국지 시스템을 익혀야 하는데 고민이네요.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었던거 같은데...
잘 읽히지 않더라구요...
초등학생이던 동생도 엄청 좋아했었고'');
그치만 읽으면 뭘 해요;; 하나도 기억 못 하는데-_ㅜ
등장인물의 이미지를 굳이 떠올리며 연결시키려고 노력하면서 보기보다는, 그냥 삼국지 속에 한 명의 주인공이 되어서 삼국지를 즐겨보세요. 정말 빠져듭니다! 녹아듭~니다!!!^^;
그럼 삼국지 재밌게 읽으세요~ 빠져 봅~시~다! ㅎㅎㅎ
결국, 개성을 표방해도 근본이 같으니 큰 차이를 못 느꼈던 게 제 감상입니다.
그치만, 삼국지 자체의 이야기도 정말 재미 있으니 꼭 10권까지 읽어 보시길...^^
P.S> 曺操 와 저는 姓 이 같다는[...]
수능끝나면 의례 봐줘야하는줄 알고.. 집에 틀여박혀서-_-;;
나그네님의 추천 포스트를 읽고 구입했었는데, 여타 10권짜리보다 괜찮더군요.
키타가와 겐조(...솔직히 이건 삼국지라 보기엔 뭐하지만) 등등을 봤군요.
볼때마다 처음 볼때와는 느낌이 틀려지고, 인물평도 달라지는 것 같아서 참 신기합니다.
(처음 봤을때는 촉한정통적 시각에서 봤고, 그 다음엔 중립, 세번째에는 조조옹호쪽, 요즘에는 역사왜곡땜시 좋던 인물들도 뭐하게 보이는듯..;;)
삼국지의 기본적 이야기틀은 같습니다. 다만, 구체화 시키거나 하는 부분에서 제각기 개성을 살려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지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지요.
삼국지 X 정식판 사고는 싶은데[...] 기회가 될지 모르겠네요.
다행히 링!은 원작을 먼저 봐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허다한 작가들이 저마다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재해석하려 애쓰는 것이겠지요.
삼국지연의를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즐거울 따릅입니다.
(삼국지 10... 저희 집 컴퓨터에서 안 돌아가더군요. 쳇.)
응용 아이템은 일부 DC인사이드의 폐인짓에 응용되기도;;
아크몬드님 / 각 시리즈마다 인터페이스는 조금 달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가 잘된 게임이잖습니까 :)
로사님 / 사람마다 잘 읽히고 기억되는 책은 아무래도 차이가 나죠^-^
크리티커님 / 최소한 10번 이상은 읽어야(;;)
가짜집시님 / 네이버에서도 유명한 분인데..알고보니 이글루에도 나그네님이
있는 듯+_+
함장님 / 그럴까요;
상산지옹님 / 아하하..그럴까요 빠져볼까나요 :)
몽중인님 / 전 대학 겨울방학 때 정말 이때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함으로
[태백산맥]을;;
데스락님 / 멋진 아이템을 가지고 계시군요+_+
리들리군 / 그렇게 대중매체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매력적인 텍스트인 듯+_+
나름대로님 / 그토록 오래된 독서를 유도하는 어떤 매력이 분명 있는 듯 해요+_+
릿코난님 / 정본 삼국지라;; 무서운 아이템이군요;
자연을벗삼아님 / 우리가 읽고자 하는 것은 결국 역사 보다는 재미인가 봅니다+_+
똥사마님 / 그래서 소설쯤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
글곰님 / 엇..삼국지 마저도 고사양 시대입니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