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2] : 15세 등급 강우석 월드의 위기

- [공공의 적2] 초반부는 참 불안하게도 강우석 영화의 분위기 보다 학생들의 패싸움으로 시작되는 [신라의 달밤]을 닮은 모양새로 시작합니다. 소위 제가 혐오하는 '김상진 영화 필' 덕에 강우석과 김상진 사이의 유사한 유전자를 발견하는 불쾌함으로 시작하는 [공공의 적2]은 어느샌가 익숙하게 들려오는 '강철중'의 나래이션 덕에 다시 안정감을 선사합니다.(물론 문제의 그 장면은 김상진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 '나는 대한민국 경찰이다'라는 나래이션을 서두로 여는, 1탄을 닮은 모양새로 2탄 역시 강우석 감독 다운 강철중의 나래이션에 실린 '한국 사회 분석론'이 펼쳐지는데 이는 [투캅스] 1탄/2탄과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1탄과 2탄은 [투캅스] 때와 마찬가지로 거의 유사한 내러티브와 약간 주조법을 바꾼 인물 구도로 익숙함을 담아 우리를 인도합니다.

1탄에 대한 기억력을 놓지 않고 있는 관객이라면 분명 어느 순간에 '구타 장면'이 펼쳐지고 주인공이 어느 순간에 '좌천 위기'를 당할지 포착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마지막 장면까지 헐거운 내러티브에 끼워맞춰진 것을 보고 쉽게 수긍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 [공공의 적]은 [투캅스]의 코믹함에 어떤 사회적 진정성을 표방하며, 우리 영화의 어떤 화두가 되었던 '일상성'의 기운까지 담아낸 장르 영화의 수작이었습니다. 설경구라는 기가 막힌 연기력의 소유자를 확보한 강우석은 그 그릇 안에 부패 형사라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 발상과 감독 본인이 [투캅스]에서 빚어냈던 능글함을 담아 제법 맛깔난 비빔밥을 내보인 바 있습니다. 강우석이 미처 만들지 못한 영역이 있었다면 그 빈 공란은 분명 설경구가 채웠을 것입니다. '형사 강철중'은 설경구가 만들어낸 수작이었습니다.


- 하지만 영화 초반까지 좀체 우리는 검사 강철중의 단정함에 몰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역시 본능에 충실한 동물적 캐릭터지만, 고시를 암기력과 정의감으로 패스한 물불 안 가리는 초성실 검사입니다. 영화를 보는 대다수 관객들의 층위와는 확실히 다른 어떤 위화감이 조성되는데 이는 악역 정준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영화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갔지만, 1탄과 달리 '직접 손에 피 묻힐 일' 없는 말끔한 사학 재단 악당씨는 "개똥파리"와 "머더훡"으로 악마적 신경질증을 발산하던 이성재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두 캐릭터가 선점한 계급적 우위와 두 캐릭터간의 개인적 마찰로 '공공의 적'이라는 화두를 담아내기엔 다소간 무리가 엿보이죠.


- 그런데 이 몰입하기 힘든 계층적 위화감(?)이 중반에 접어들며 정서적으로 호소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건 바로 영화 속에서 '금뱃지'들이 등장할 무렵부터입니다. 그때가 되면 강우석 감독이 '공공의 적'의 외연을 한 개인의 범죄에서 사회적 범죄로 확대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관객들은 뉴스란을 채우던 수많은 부유층들의 비리와 권력추수를 영화 속 악역들과 일치시킵니다.

덕분에 야외에서 재즈 밴드를 초청하는 동문회 장면에서 '삽겹살'로 일갈하는 강철중 검사를 관객들은 '우리편'으로 친숙하게 일치 시킵니다. 영화 말미 '금뱃지'가 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같잖음의 의미를 담은 실소를 보내는 것도 이 덕분이구요.


- 안타깝게도 낄낄댐과 섬칫함으로 2시간 이상을 채우던 1탄과 달리 몇몇 너무 정색을 하는 바람에 영화는 교훈의 어조를 닮아갑니다. '스승과 제자간의 관계'와 '월드컵 4강'이라는 한국적 상황의 정서를 거론하는 몇몇 대사들은 제 몸을 좀 베베 꼬이게 만들더군요.

물론 이 머쓱함을 인식했는지 설경구는 "미안해요.."를 연발하며 감정선을 자극하며 눈시울을 건드립니다. [공공의 적] 탄생 이후 나온 영화판 '경찰청 사람들' [와일드 카드]의 착한 세상을 연상케 하는 이 대목은 간신히 배우의 연기력 덕에 그나마 자연스러운 터치로 넘어갑니다.


- 수탉 냄새가 포스터에서부터 펄펄나던 [실미도]를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공공의 적2]은 강우석 감독이 어떤 면에서 안주한다는 기운이 강합니다. 바깥으로 보기엔 꽤나 말쑥한 정장 차림을 연상케하는 모습이지만 영화가 안고 있는 몇몇 부분의 순진무구함은 3탄 제작 소식을 다소 걱정하게 만듭니다. 한국 사회에 대해 한 영화 자신이 표할 수 있는 유효한 발언권과 매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일정 부분 타협한 흔적과 감독과 주연 배우가 어느새 '탈색'한게 아닌가하는 우려감마저 자아냅니다. 본인 생각이야 알 순 없지만 설경구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 속에서 일관되게 '소비'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오락 영화의 덕목은 일정 수준 갖췄습니다. 2시간 20분 이상 시선을 끌며 주시하게 만드는 재주는 여전하긴 합니다. 하지만 1탄의 반향으로 한동안 나르시시즘에 젖은게 분명한 강우석은 -억지로라도- 좀 의기소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여기서부터 잡소리

+ 상영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인디언모드 매장에 걸린 정준호의 사진을 보는 기분이란.. 정준호의 악역 연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설경구과 맞부딪히는 장면에서 연기 어법이 서로 안 맞는 기분이 자주 들었습니다. 반면 이성재와 설경구는 기가 막히게 맞았거든요.

+ 이문식, 성지루, 유해진이 안 나오는 [공공의 적]이라니! 감초 같은 조연이 아쉬운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영화 말미에 어떤 '보너스'가 기다리긴 하는데...

+ 상영 전에 나온 예고편은 [콘스탄틴]이었습니다. 키에누 리브스는 [매트릭스] 2.3부 덕분에 향후 몇년간은 '아무리 매끈하게 잘 만들어도 전혀 영화에 대한 기대를 안 머금게 만드는 천재'로 렉시즘에 등록 되었습니다. 박수.. 짝짝~

by 렉스 | 2005/02/04 09:53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1) | 덧글(12)

Tracked from Cre-Inside at 2005/02/04 19:16

제목 : 공공의적2를 보고...[Justice]
어제, 애인 님과 함께 '공공의적2' 를 보게 되었다. '설경구 빠돌이' 인 터라, 정말 보고 싶은 영화였다. '3년' 만에 돌아온 '강철중' 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대한민국 강력계 평검사, 강철중...공공의 행복을 무척이나 생각하는, 조금은 과격한 검사이다. 'ㅅ')乃 3년 사이에 강철중은 '형사' 에서 '검사' 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이것은 이전의 '형사 강철중' 에 비해, 다소 '지능적인 캐릭터' 로 변모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확실히, 그는 '머리' 가 좋아졌다. 검사 들 사이에서도 나름대로 ......more

Commented by 초하류 at 2005/02/04 11:03
공공의적2도 보고 싶고 그때 그사람도 보고싶고.. 이번 설 연휴는 보고 싶은 영화 투성이군요.. 리뷰 잘 봤어요.. ^^
Commented by 예인 at 2005/02/04 11:35
어깨에 힘이 들어간 영화는 확실히 거부감이 오지요. 완전(完全)한 거장의 원숙한 목소리가 아닌 이상, 아무리 작아도 치기와 억지, 가치관의 강요가 숨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전혀 다른 성격의 영화지만 배틀로얄이 생각났습니다. 거장이 연출한 1편에선 당황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상황 설정과 더불어, 블랙 코메디 한편을 잘 뽑아냈다고 생각했는데...... 거장의 아들이 연출한 2편은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가더니만 왠 쓰레기더미를 만들어 놓았었죠...;;
Commented by 로맨틱한사랑쟁이 at 2005/02/04 17:35
저도 신라의 달밤 생각했드랬는데...
아무래도 1편보다는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그리고 정준호가 잡혀 들어 갔지만.. 왠지 정의가 승리한것 같다는
통쾌함을 얻지 못했답니다....
Commented by 레이첼 at 2005/02/04 18:16
저도 첫장면에서 신라의달밤 삘이-_-;;저만그런게아니군요
알고보니 김상진감독이 첨에 강우석감독 연출부에서 일을 시작했더라는..
(무슨말이야 orz)
Commented by purple at 2005/02/05 00:46
잡소리라고 지적하신 부분이 참신한걸요^^;
렉스님 이전 타이틀 '직선은 원을 살해하였는가'라는 말이 바뀌었네요..
괜찮은 표현이라 느꼈었는데^^;
Commented by 렉스 at 2005/02/05 03:29
초하류님 / 올 연휴 기간에 한국영화만 눈에 띄더군요 :)

예인님 / 반갑습니다 :) 아들 되시는 분이 1탄의 중핵을 꿰뚫어보지 못했군요.

로사님 / 사실 완전히 통쾌한 맛으로 응징 내리기엔 너무나도 거대한 존재니까요.
여담이지만 부총재 되시는 '금뱃지'님은 몇년 살다 나오실듯;

레이첼님 / 네..맞아요. [투캅스3]도 김상진 작품이죠. 뇌부터 발끝까지 혼을
빚어 쓰레기'들만' 만드는 인간입니다.

퍼플님 / 아..그건 작가 이상의 시를 인용한 대목이었습니다. 칭찬해주셨기
때문에 이웃으로 무조건 등록입니다 :) (이봐;)
Commented by Hermes at 2005/02/05 09:35
공공의 적. 설에 보려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네요.
Commented by 세피로스 at 2005/02/05 20:51
공공의적 2는 ....기대했던것 보다는 조금 실망스러웠던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Tanzwut at 2005/02/05 21:26
으음...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나쁜놈'을 설정하기 위한 광고 문구가 조금 신경쓰이기는 하더군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ommented by 새치마녀 at 2005/02/05 23:58
배틀로얄 1편은 감독의 체험이 녹아있다고 하더군요.
이 사람이 전쟁 당시 청소년이었는데 평소에 다정하던 사람들이 공습이 시작되면 살 곳을 찾으려고 아둥바둥하는 모습을 보고 인간의 생존본능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걸로 기억합니다.
Commented by 렉스 at 2005/02/06 15:48
헤르메스님 / 공공의 적의 미덕은 그 '긁어주는 맛'이죠. 2편은 조금 그 긁어주는
맛과 재치가 부족한 듯 합니다. 소재의 문제겠지만 톡 쏘는 재미는 덜한 편이죠.
그래도 보고 싶으심 보셔야죠 :)

세피로스님 / 조금 경직되어 있는게 눈에 보이더군요 :)

Tanzwut님 / 영화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가 '윽박지름'과 '버럭대는' 차악이
최악을 제압한다는 것이니까요 :)

새치마녀님 / 아버지가 공들여서 만들어놓은 '알레고리'를 아들놈이 그냥 편한대로
'서바이벌 게임'으로 만들어서 그런가 보군요;
Commented by 리들리 at 2005/02/07 00:25
난 여지껏 한번도 강우석을 좋아한적이 없는지라....오죽하면 공공의 적과 동시 개봉했던 2009로스트메모리즈(보고난후무진장후회했지만...)가 은근히 공공의 적을 눌러주길 바랬을까....암튼 그의 마초적 성향이 무척 싫고(특히 실미도는 홀리 쉿뜨...), 그가 충무로 파워1위의 인간이라는 것두 싫고, 그리하여 이번 2편을 400개가 넘는 개봉관에서 개봉시킨 것두 싫다(영화판의 깡패새끼)...갠적으로, 1편은 괜찮게 봤으나, 그 역시 감독에 대한 선입견이 지독히 깔려서 강철중 캐릭터를 무지 좋아한다는 것 외엔 싫다..저 영화가 스크린을 점령하는 바람에 내가 보고싶은 '독일, 창백한 어머니'같은 영화들이 이 도시에는 전혀 상영하는 꼴을 못본다는게 무지 열받는다...차라리 '말아톤'이 더 많은 스크린을 잡았으면, 아쉽지라도 않지...난 강우석의 영화를 모조리 다 보지만, 모조리 다 혐오한다....이상 강우석 혐오자의 넋두리였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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