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능한 감독 : 그 이름을 새삼 떠올리다. [집히는대로 영화담

고백컨대, [공공의 적2]의 강철중 검사가 [넘버3]의 최민식을
닮았기를 바랬었다. "죄가 무슨 죄가 있냐. 죄를 진 놈이 * 같은
놈이지"라고 으르렁 일갈하던 그 대책없는 씩씩함과 유례없는
캐릭터의 매력 덕분이겠지. 그러나 웬걸, 강철중 검사는
그냥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쫓아 '놈을 응징하고픈' 이유를
도덕률에 의존해 찾던 그저 '바른 생활 사나이'에 불과했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영화계를 바글거리게 한 숱한 이름들..
[플란다스의 개]의 아파트에서 [살인의 추억]의 황금빛 논으로
무대를 옮긴 봉준호 / '복수 3부작'의 비릿한 피내음을 쫓는
사내 박찬욱 / 남성 멘탈리티에 기꺼이 'F.U'를 행사하는 임상수
/ 어느 지점에 닿을지 종잡기 힘든 김지운 / 어쩌면 전언한 이들의
세계의 지점과 교차할지 모를 주먹패 류승완 등..

이 이름들을 떠올리며 나는 하나의 이름을 겹쳐본다. 그 이름 송능한.


영화제작자 이태원씨가 캐나다에 있다는 그를 다시 영화계로
끌어들이겠다고 한 인터뷰를 어디서 본지도 가물.. 그게 [하류인생]
제작 당시였던가. 2003년 모친상을 당했다는, 새천년 [세기말]의
완전한 실패로 캐나다행을 택했다는, 그런 과거형들이 그에 대한
아쉬움을 부추긴다. 조금만 더 해보시고 가시지 그랬나...

솔직히 말하지만 영화 [세기말]은 그의 이름값 보다는 사운드트랙을
담당한 이름 - 신해철 - 때문에 봤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이내 두들겨맞은 뒤통수는 [넘버3]의 세계와 닮았으면서,
(그 정색을 한 비관론의 틈새에도 웃음은 있더라) 비교도 안될만치
가혹한 세계였다고 기억한다. 영화 별점 제도와 교수 임용 청탁 등으로
비루하게 얼룩진 '먹물들'을 비웃고, 재떨이와 뒤이어 따라오는 중년의
장도리로 머리를 가격하는 섬칫함까지. 서울 공화국에 소속된 인간들의
지옥도에 현란한 소동과 무던한 일상을 수놓은 화법까지...


난 그렇게 그의 영화를 좋아했다. 지금 시점에선 이태원씨의 호언장담
처럼 새로운 신작을 준비하고 있을까? 아니면 조금더 이곳을 관망하고
있을까? 자칫하면 한갖 '조폭 에피소드'로 끝날뻔한 [넘버3]의 세계를
뛰쳐나와 [세기말]의 오감도로 대한민국을 탐색한 그의 시선이 여전히
올곧기를 바란다. 가능하겠지?

물론 그가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많이 변화했음 하는 희망사항도
감히 추가해 본다. 그의 입장에서는 '농담'이겠지만 보는 입장에선 쓰리다.


+ 공교롭게 한국영화를 자주 접하는 요즘에 새삼 그를 떠올려보았다.
더불어 [넘버3]의 '황금 삼각 지대'인 한석규-최민식-송강호를
형편없이 [쉬리]에 써먹은 강제규 감독에게 저주 있으라.

영화 그따위로 만들지 마라.


덧글

  • ozzyz 2005/02/12 11:12 #

    강제규보다는 강우석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이 한국영화계의 오류 같으니라고...

    송능한씨 새 영화찍고 있다는 소리 들은지 몇 달 되었는데,, 표류 중인가 봐요. 전작때문에 제작비 땡겨쓰기가 힘든지.. ㅜ.ㅜ
  • purple 2005/02/12 17:19 #

    신해철을 좋아하시나 보네요.. 서로 비슷한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낸듯^^;
    강제규씨는 자칭 영화인 타칭 사업가인걸요 -_-;
    갑자기 렉스님 글보니 [복수는 나의것]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 kritiker 2005/02/12 18:42 #

    쉬리에서 강제규가 어따 뷁스럽게 써먹은 3인방+날려먹은 김윤진...
    웬만해선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 똥사마 2005/02/12 20:34 #

    흠,영화는 영화니깐요,,
  • 끄레워즈 2005/02/13 00:28 #

    쉬리는 솔직히 저는 재미 없게 봤었어요. 'ㅅ');;;
  • ▒夢中人▒ 2005/02/13 11:35 #

    제 지인중에 "한국영화는 볼게 없다" 면서 차라리 홍콩느와르물을 보던 분이 있었는데 그분을 한국영화로 이끌어낸 작품이 바로 "넘버3" 였죠.. (다소 뜬금없는 소리였습니다;;)
    저두 최민식씨의 그 구수한 모습이 너무도 좋았더랬습니다.. 서울의 달에서의 모습을 약간 인텔리(?)하게 바꾼 모습이라고.. 좀더 발전적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볼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했습니다.. 경찰강철중의 모습이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렉스님의 말씀을 듣자니 검찰강철중의 모습을 그다지 동경하게 될것같지는 않군요-_-
  • 렉스 2005/02/13 12:11 #

    ozzyz님 / 한국영화계의 오류..으헤헤...강우석의 무지랭이 같은 마초주의를
    그래도 강제규의 카피우드 세계 보다는 옹호하는 편 같습니다. 저는;

    퍼플님 / [복수는 나의 것] 화면화면 하나가 예술이죠+_+ 정말 박찬욱이 악마
    같이 찍었다고 생각...

    크리티커님 / 전 교양 수업으로 들은 [한국영화] 관련 수업 시간에 틀길래..
    그냥 강의실 바깥으로 나갔답니다;

    똥사마님 / 음 그렇군요;;;

    끄레님 / 정말 잼없어요. 우웩.

    몽중인님 / 전 아무래도 강철중 검사가 강철중 형사와 닮았기를 바랬나봅니다;
  • 리들리 2005/02/14 15:02 # 삭제

    영화를 보고 난후, 자네와 무척이나 토론의 장을 열고, 담소를 나누고 싶었던 명제가 바로 <세기말>이었다네....그 쾌조의 비꼬음이 얼마나 달콤하게 입맛을 다시게 하는지....송능한 캐나다서 시나리오 작업한다는 얘기는 얼마전에 동호회 사람에게 들은바 있어, 그가 곧 돌아오리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네..그러고 보면 아까운 인재를 관객들이 짓밟은 꼴이니...그나마 비됴대여수가 좋았던건, 이재은의 배드신을 보고싶은 남성들 때문이었으리라...
    요즘 미지양은 <무간도>시리즈에 빠져있다네...1편을 보더니 대뜸 2편보자고 졸라서 어제 드뎌 2편을 또 같이 봤지....이로써 난 2편만 4번째 봤고....무간도 보면서 했던 생각....한국에 저런 멋진 조직영화 한편만 만들수 있는 감독과 작가가 있었음 하는....조폭마누라같은 싸구려 3류 조폭영화만 만들지말고....그런면에서 중국관객들이 한국관객보다는 몇단계 더 수준이 높다는 생각이 들더군....무간도 같은 영화가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영화를 누르고 홍콩영화 최고기록을 세울정도의 힘을 보태줄줄 아는 관객들이니....자네도 어서 무간도 전체 연대기를 독파할 그날을 기다리며 긴 덧글 한번 올려봤네.ㅋㅋㅋ
  • 리들리 2005/02/14 15:05 # 삭제

    무간도는 자주 볼수록 이해가 쉽고, 미처 발견못했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 재미가 너무 커서, 앞으로도 계속 내 관람횟수에 적잖이 기여할것 같으이....1편은 10번도 넘어봤으니, 이제 2,3편도 빨랑 10번을 넘기도록 노력해봐야겠당...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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