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2월 13일
[말아톤] 엄마 말고도 세상과 함께 달릴 수 있음을.

[말아톤]에서도 그랬습니다. 제가 영화를 혼자 보던 시절이라면 그냥 무던하게 넘겼을 '지하철' 장면에서도 미세하게 전달되는 눈물의 정서는 저에게도 전이가 되더군요. 옆에 돌아보니 눈물을 아주 뚝뚝..허허.
그런데 정말 마지막 춘천 마라톤 장면에서의 "초원이 다리는?" 부분은 전이할 새도 없이 제가 먼저 왈칵했습니다. 그런 장면에서 워낙 약하기도 하고 설득도 잘되는 편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불가항력이었습니다. '병원 밖'에서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하는 부분도 그냥 스쳐보내기 힘든 장면이었죠.
[말아톤]은 장편 신인 감독 답지 않게 잘 빠진 기성복처럼 유려하게 뽑아낸 작품입니다.
2. 영화 전반부의 어린이 대공원 장면 정도만 제외한다면 초반부에선 속쓰리고 아프게 봐야 할 장면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의외로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10km 단축코스에서 3위를 차지한 엄마의 자랑인 초원이로부터 열리니까요. 초원이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고' '뭐든 할 수 있고 특히 마라톤만큼은 잘할 수 있다'라는 엄마의 믿음은 갈등을 낳기도 하지만 영화 중반부까지를 이끄는 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굳은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에 영화의 아픈 부분이 시작됩니다. 초원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말버릇 같이 반복되는 '좋아'하는 마라톤이 초원이가 바라는 길이 아니라고, 엄마가 자각할때 여러 사람들이 아파집니다. 초원이가 건넨 피트병의 물과 심장박동에 마음을 연 코치가 대회를 나가자고 종용하고, 엄마가 해준게 뭐가 있냐고 쏟아붓는 막내 아들의 악다구니가 시작되고, 가장 믿었던 초원이는 일기장에 엄마가 수영장에... 라고 적고. "초원이 보다 하루 더 사는거"라는 소박한 희망이 타인에겐 억압적인 모성의 투사로 타인에게 비춰지는 절망의 순간입니다.
"병이 아닌 장애"라고 세상에 줄곧 20년 동안 항변해왔던 것뿐인데.. 엄마의 절망 속에서 시름할 때 초원이는 어느새 종반부를 향한 희망을 키워갑니다.
3. 바로 그 순간에 초원이는 초코파이의 얄팍하고 찐득한 단맛을 버리고, 손가락 마디마디와 손바닥을 채우는 빗물과 나뭇잎의 터치에 자신을 맡깁니다. 그리고 스마일~.
4. 슈퍼와 수영장, 지하철, 조랑말이 달리는 초원의 환타지는 제게 엉뚱하게도 [에반게리온] TV판 26화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결핍된 자아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박수와 격려. 그것이 찰나의 위로라고 하더라도 정말 짠하고 감동적이고 멋진 선물임은 부인하기 힘들겁니다.
5. 좋은 영화였습니다. 무너지기 쉽지만 강단있고 고집스런 모성으로써 김미숙씨는 멋진 연기를 펼쳤고, 조승우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당신은 [후아유]에서부터 '남자가 봐도 멋진 남자'로 이미 렉시즘 야심만만 3위권 진입이었습니다.(믿으면 [딕터슬럼프] 엉덩이 외계인) 조승우의 어떤 연기보다도 그 "으르르르 아르르르" 부분은 소름이 좍 끼쳤습니다.
아빠와 동생에게 제대로 역할 할당이 안되었다는 지적도 있는 듯 하는데, 2시간 남짓한 이 영화가 뽑아내야 할 극적인 에너지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부당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도 타고 오토바이도 타야 하는 코치 아저씨가 보완해줬다고 치죠. 뭐.
무엇보다 조승우의 스마일을 보고 너무 크게 탄식해주지 않은 고마운 수많은 여성 관객들에게 감사. 저녁 6시 40분 객석을 가득 메운 그들, 몰입을 위한 배려에도 특별히 감사입니다. 같이 훌쩍하고 같이 자막을 마저 읽고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리뷰체 보단 감상문 형식으로 쓰는 이유는 이 영화가 주는 감동적이고 '무난한' 정서에 기인함을 밝힙니다. 분석적으로는 글이 안 나오네요.(웃음)

# by | 2005/02/13 11:33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4) | 핑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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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연 내일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요?
모두 어우~~하면서 넘어가는 여자들...
너무 웃겼습니다 ㅋㅋㅋ
제 옆에 여자가 영화 시작할때부터 줄기차게 울어버리는 탓에
그것도 매우 통곡을 하면서 ;;;;
영화에 집중하는게 덜했지만서도 ㅠ.ㅠ
정말 좋은 영화였던 같습니다 ^^
왠지 다시 보게 되지는 않더군요. 전 문근영 팬은 아닌가 보근영(...)
크리터커님 / 간혹 음반 글에 관해서도 몇몇 분들이 그러시더군요.
제가 올린 글 보면 그 음반 사고 싶어진다고..어허허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잼나기도 합니다. 유료 컨텐츠 해야 한다니까(...)
윤경양 / 남봐완님 ㅠ.ㅠ
로사님 / [늑대의 유혹]의 강동원 못잖게 여성팬들의 탄식이 잦았다고
하더군요; 하마트면 그런 일을 당할 뻔;
알엠님 / 아이쿠 감사드립니다; 부끄러운 글입니다;
넘 이뻤어요'')(논점 안드로메다 백만광년 이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