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 [집히는대로 영화담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다크' 에이전트

화장실에서 총구를 겨누는 타이틀로 시작하여 '다행스럽게도' 여체가 현란하게 나오지 않는 주제가와 크레딧의 향연에 이어 그 어떤 제대로 된 신무기도 없이 총구와 질식으로 악당-이라고 불리는 상대들-을 쓰러뜨리며 코드명을 아무데나 흘리고 다니며 고환을 위협받으며(하하) 결국 임무마저도 완수하지 못한 채 다음을 향한 여운을 남긴다. 이것은 전대미문의 제임스 본드의 탄생이며 '동남아시아풍의' DMZ에 위성병기나 쏴대던 전작들이 벌린 개판들을 수습하는 시의적절함이다.

=> 이렇게 007 '비긴즈' [카지노 로얄]에 대해서 쓴지 2년이 지났다. 영화는 '이제 다시 우려스럽게도' 여체가 사막을 수놓는 주제가와 크레딧이 나오며, [카지노 로얄]과 당당한 형제 영화임을 자처하는 '차가운 나라'의 마무리 장면으로 하나의 원을 형성한다. (들순이 말을 빌어 푸틴 같다는)007은 여전히 그 표정으로 '복수와 임무를 혼동할리가요'라고는 하지만 원천 살인병기 답게 손이 가는대로 위기상황시 (표현 그대로)'사람들을 잡아 패서 죽인다.'

그의 인생중 가장 완벽한 의미의 사랑이라고 믿은 여성의 '징표'를 손에 움켜잡고, 악의 실체에 다가가지만 더 강대한 악의 코어는 자리잡고 있으며 사랑이라는 이름의 진실은 애써 외면해도 좋았을 덧없음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문 입으로 상사와의 한결같은 유대를 약속하며, 다음편에서는 그래도 '더 잘 빠지고 좋은 차'를 타겠지라는 희망 정도는 품을 정도다. 엔딩 크레딧의 '윌 비 리턴'이 더욱 뭉클하게 와닿는다.

[카지노 로얄]의 초반에 나왔던 야마카시풍의 액션은 없지만, 여전히 액션은 훌륭하고 주인공의 코뼈가 걱정될 정도. CIA의 '말 통하는 친구'인 펠릭스도 이어서 나오며, 007 시리즈의 상징적인 장면 오마쥬도 헌정된다. 법인카드를 막아주고픈 수많은 이 나라 영감쟁이들도 떠올랐고...

+ 관객 반응을 봐서도 '아무래도' [카지노 로얄]을 복/예습하시는게 나을 성 싶다.
+ 다음편에서까지 출연을 보장받은 '그 캐릭터' ㅊㅋㅊㅋ <-

by 렉스 | 2008/11/13 12:29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 | 덧글(11)

10월 옥션 천원의 혜택의 마무리, [맘마미아]

- 중장년층 손님들이 많이 들어오는 이유를 알겠다. 이거 완전 '회춘 환타지'구나.
- 피어스 브로스난을 꼭 오상진 아나운서, 임현식씨와 더불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홍보 CF에 캐스팅하고 말테다. 탁월한 가창력이다. 그 게으른 창법과 서민적인 접근법, 아주 눈물이 난다.
- 1일차 이야기가 아바 선곡도 그렇고, 훨씬 재미났다. 오히려 이야기가 고조되는 2일차가 왜 이렇게 늘어지는건지. 아예 한 넘버는 대놓고 그냥 잠시 눈을 감았다.
- 엔딩 크레딧 나올 때 쯤에 '보너스 트랙'격으로 '워털루'도 나오니 듣고 갑시다. 아바 음악 영화인데 워털루 안 들음 서운해요.
- 아무튼 잘 봤습니다. 한달 내내 거의 메가박스만 갔다. 자 그럼 리스트를 보자. =====>

2008/10/30   벌레 안 먹은 상태로 잘 개봉한 [사과] [3]
2008/10/28   [도쿄! (Tokyo!)] 동시대의 시선들. [4]
2008/10/26   [구구는 고양이다] 상실과 회복에 관하여. [6]
2008/10/17   [미쓰 홍당무] 그래 나도 내가 못난거 알어. 쓰잉. [12]
2008/10/15   [다크 나이트] 3번째 관람 [10]
2008/10/13   [이글 아이] 공짜 킬링 타임 영화의 소임에 충실하다. [5]
2008/10/09   [고고70] 다음 한국음악영화의 시간대는? [4]
2008/10/03   [멋진 하루] : 왜 만날까/심리적 전쟁들/희망의 장면 [14]

이중 [다크 나이트]는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본 것이니 제외고, 나머지가 한달 동안 메가박스에서 본 리스트인데 '11월 옥션 천원의 혜택 이벤트'에 당첨된 분들을 위한 살짝 어드바이스를 주자면.

1) 메가박스에 있어 '금요일'은 평일이 아니다. 혜택일이 아니니 핸드폰 쿠폰을 티켓 창구에 보여주면 침묵이 발생한다.
2) 은근히 평일 동안 잘 챙겨보기 힘들다. 천원 본전은 떼자. 한달에 5편 이상 보면 선방한 셈이다.

by 렉스 | 2008/10/31 10:43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 | 덧글(14)

벌레 안 먹은 상태로 잘 개봉한 [사과]

+ 이선균의 보이스가 가진 어떤 불편함을 이토록 잘 살린 영화를 봤던가!

보는 이에겐 홍상수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초반부만 하더라도 장면 전환이 은근히 시원하다. 참 여러군데 다니면서 찍었다는 인상이 든다. 제법 날렵하고 대중적인 감각을 지닌 영화다. 4.5년의 시간이 지난 후 선보인 불운을 담고 있지만 어느정도는 눅눅하나 모양새가 빠지지 않는다.

또 어떤 의미에선 보는 이들에게 '이공계 출신의 사랑의 힘겨움'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보다 보편적인 이 나라 사람들의 소통법에 대한 토로 같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전혀 다르게 말하는 두 남녀의 짧은 문장, 메마르고 바삭하게 조성된 주변 사람들과 도시 외곽의 공기, 벌려진 두 남녀의 간극이 메워지기 힘겨움을 보여준다.

또 어떤 이들은 '사랑과 전쟁'을 떠올리겠지. 내겐 '사랑'이 배제된 자리에 위치한 '언어'와의 전쟁으로 보였다. 어느 하나 낭비된 장면 없이 세밀하게 배치된 곳곳의 장면에서 연인과 가족들이라는 사람들은 앞날의 불운을 모른 채, 서로간의 비수를 겨누고 찔러댄다. 참 평범한 대사들인데 어찌 이렇게 세밀하게 잘 배치된 것인지. 마지막 장면의 아늑한 공기는 마치 가습기 같은 것이었지만, 그 플러그는 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구미 장면들에선 예전에 구미에서 일할 때 취재 다녔던 중소기업 사장들 생각이 문득. 대기업을 향한 신소재 개발과 수주라는 꿈같은 구애의 몸짓을 안고 명멸하던 숱한 사람들.

by 렉스 | 2008/10/30 10:43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 | 덧글(6)

[도쿄! (Tokyo!)] 동시대의 시선들.

평을 읽어보면 미셸 공드리 작품이 제일 처지고, 레오 까락스와 봉준호 작품이 출중하다던데 막상 보니 뭐 그렇지도 않더라. 셋 다 나름 균일한 편.
1. 아키라와 히로코(Interior Design)
: 자신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대상에게 지속적으로 소외되는 기분이 느껴진다면? 미셸 공드리는 그 감정을 아예 실체화시킨다. 그 광경이 굉장히 기이하고 잔혹 동화를 보는 듯한 기분마저 준다. 그러다 종내엔 김기덕 감독의 [빈집] 같은 기적을 창출하는데... + 사토시군이 무심하게 나온다.

2. 광인(Merde)
: 평자들이 많이 거론하듯이 '고지라' 이야기의 변주 같다.(여담이지만 롤랜드 에머리히의 [갓질라]에서 갓질라는 '프랑스의 핵실험' 때문에 탄생하였다.) 레오 까락스 감독은 오랜 파트너 드니 라방을 도쿄 한군데를 활보하는 '괴물'로 만들었고, 그 광경이 심지어 굉장히 설득력 있다. 이 광인이 사는 지하 세계의 여러 풍경은 일본인들 스스로가 은폐하고 묻어놓은 '제국주의의 잔흔'을 상징하는 듯. 굉장히 정치적인 척 하다가 마지막엔 장르를 빌어 장난을 치고 있다. 유쾌하면서도 찜찜하다.

3. 흔들리는 도쿄(Shaking Tokyo)
: 봉준호 감독이 동시대인들인 그들에게 보내는 근심의 인사...이기도 하지만 뽀얀 여성 신체를 향한 동경과 장난질이 불쾌할수도 있다. (짐작했지만)이 양반 일본 만화 꽤나 읽으셨군하는 생각이 든다. + 타케나카 나오토가 강렬하게 나온다.

by 렉스 | 2008/10/28 10:26 | [집히는대로 영화담 | 트랙백 | 덧글(4)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